지난달 29일(토)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 대한 중간설명회가 있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에너지법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규정되어있는 계획으로서 향후 5년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정부가 바뀌었고 또 에너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변화하여 다른 때보다도 이번 에너지기본 계획에 대한 국민들과 산업계의 관심이 크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에너지믹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에너지기본계획이 에너지믹스라는 물량적 가이드라인을 기계적으로 제시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중간발표에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에너지산업의 운용원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은 개선된 사항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어떤 원리와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제시하였다는 점은 지금까지의 정부계획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학자로서 의미 있게 지켜본 점은 원가와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가격구조를 확립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산업에서는 정부의 가격규제와 시장에 대한 개입이 필요 이상으로 크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9·15 순환정전 등 전력부족사태가 나타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문제는 조세정책을 통해서만 교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세 이전에 이미 상당한 교차보조로 인하여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고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로드맵을 제시하여야 한다.

  에너지가격을 합리화하겠다는 정책목표 외에도 통합 스마트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매전력시장의 개선을 제시하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많은 전력전문가들은 우리 도매전력시장의 정체를 문제시하여 왔다. 그동안 전력산업의 규모도 커지고 민간의 참여폭도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매전력시장제도는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도매전력시장에 유연성과 실시간 변동성을 강화하여 전력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유도한 점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아쉬운 점은 에너지가격의 합리성을 보장하고 도매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경쟁도입, 산업구조의 개편, 그리고 민간역할의 확대가 누락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매전력시장에서 전력구입자는 한전 외에는 없고 이런 구조적 제약이 도매전력시장의 발전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 선택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제주 시범단지처럼 스마트 에너지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현재처럼 시장지배력이 큰 전력시장과 공기업 주도형의 지배구조는 제한된 경쟁과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개입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다. 가격규제는 결국 산업구조와 정부개입의 유혹에 달려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독립적 규제 거버넌스의 구축이 명기된 점은 반갑지만 장기과제로 분류된 점은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가격의 역할을 중시하고 국민 참여, 사업자의 목소리, 지자체 강조 등 현장을 중시한 인상을 받았다. 앞으로 최종안 발표 때까지 시장과 현장을 중시하는 정부의 입장이 확실한 다짐이 되고, 구체화된 발걸음으로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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