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루벤 플레셔 감독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화 <베놈>이 흥행궤도를 달리고 있다. 마블 최초의 빌런 히어로가 스크린에 옮겨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베놈> 의 흥행은 예견된 상태였다. 단, 개봉을 앞두고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확정되며 원작 코믹스의 잔혹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예상했던 팬들에게 적색 신호 등이 켜졌다. 약 30분의 영상이 삭제되었다는 루머를 필두로 개봉 첫날은 다소 부정적인 평이 주를 이루었지만 소니 픽처스가 구현해 낸 <베놈>은 더 많은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일으키기 위한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낸 결과였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가장 강렬하면서도 인기 있는 빌런으로 손꼽히는 ‘베놈’은 커다란 백안과 길고도 거대한 이빨, 검은색 피부와 긴 혀를 가진 외형 그대로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원 작에서는 <베놈>의 잔혹성이 돋보였다면 영화 속 <베놈>은 악당보다는 영웅에 가까운, 나아가 인간미까지 돋보이는 캐릭터로 구현된다. 생명체를 숙주 삼아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외계인이지만 정의감 넘치는 기자 ‘에디(톰 하디)’ 와 공생하게 되며 지구 침략의 목표는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의 위치로 변한다. 다소 잔혹하고 혐오스러운 캐릭터가 유머와 인간미를 갖춘 캐릭터로 변모하며 원작이 주는 묵직함과는 또 다른 친근함을 선보인다. 단 다소 평면적인 인물 구성은 아쉬움이 남는다. ‘히어로’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정의감 그 자체인 ‘에디(톰 하디)’와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라이프 파운데이션 CEO인 ‘드 레이크(리즈 아메드)’의 대립은 기존 히어로물의 클리셰를 답습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액션 역시 15세 관람가로 연령대가 낮추어진 만큼 유혈이 낭자하기보다 지구를 구하는 심비오트와 에디의 케미스트리에 집중되고 있다. 영화 <베놈>은 오랜 시간 영화를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겨줄 수 있지만 또 다른 빌런인 ‘카니지’의 등장을 예고하며 ‘스파이더맨3’와도, 코믹스와도 다른 <베놈>만의 공생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소니의 마블 세계관의 확장에 주목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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