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현재 6-3-3-4제의 학제를 시행하고 있다. ‘6-3-3-4제’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으로 정해진 수업 연한 제도를 일컫는다. 이는 일제의 통치에서 벗어난 이후 한국의 독립적인 교육개혁기구를 통해 제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6-3-3-4제로 학제를 제정하게 된 것일까? 현행 학제를 설정하게 된 당시 역사적 상황을 살펴보자.

  일제강점기에 조선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에 비해 교육기관의 학제와 교육의 질, 취학률 등에서 차별을 받았다. 당시 국가에서는 조선인과 일 본인이 교육받는 환경 자체를 달리하는 복선형 학제를 시행했다. 복선형 학제는 오랜 기간 교육을 받는다면 조선인들의 민족의식이 높아질 것 을 우려해 일제가 시행한 것이다. 일본 학생은 소학교에서 6년의 초등교육을 받았지만, 조선 학생들은 명칭부터 다른 보통학교에서 3년에서 4년 정도의 질 낮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조선 학생들은 초등교육 이후의 중등교육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차별적 학습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초등학교 이후의 교육은 인문교육으로 통합돼있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후 교육개편의 핵심은 공정한 교육기회의 제공이었다. 이를 위해 미군정 시기 문화교육 정책 자문기구였던 조선교육심의회에서는 6-3-3-4제를 바탕으로 한 단선형 학제를 제안했다. 이때 인문교육으로 통합돼있던 중등교육을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분리하는 정책이 제안됐다. 또한 단선형 학제는 조선인과 일본인을 분리하거나 부의 정도 혹은 교육 수준에 따라 학교를 분리했던 이전과 달리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어 처음 시행하는 중등교육의 분리 과정에서 조선교육심의회는 학제 제정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즉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분리할지 말지의 여부와 만약 분리한다면 교육연한 몇 년까지로 제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그러한 이견은 가난 등의 시대적 상황 탓에 고등학교 취학률이 낮을 것이라는 지적에서부터 생겨났다. 이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분리하는 게 맞는지, 그게 아니라면 중학교의 수업연한을 4년으로 연장하고 고등학교를 2년으로 단축할지 등의 논의점이 있었다. 그러한 논의 끝에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분리가 결정됐고, 수업연한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 3년씩인 6-3-3-4제의 학제로 할 것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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