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의 ‘내기니’ 역할을 한국인 배우 수현이 연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답습하고 강화하는 역할로서 출연한다는 의견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할리우드의 오랜 관행이었던 화이트 워싱 등 해외 영화의 동양인 차별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영화 속 인종차별은 서양에서만 벌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 영화에서 주로 차별의 대상이 돼온 것은 ‘조선족(중국 국적을 가지고 중국에 거주하는 한민족 혈통의 주민들)’이다. 국내 영화 속 조선족은 ‘황해(2010)’에서 살인 청부업자로 등장하고, ‘아수라(2016)’ ‘범죄도시(2017)’에는 조직폭력배로 나타난다. 또한 ‘차이나타운(2014)’과 ‘청년경찰(2017)’에서는 인신매매 범죄자로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는 범죄의 온상으로, 조선족은 한국인보다 열등하고 미개한 문화를 향유하는 민족으로 그려지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화가 다수 제작되는 한국 영화계의 현실은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켰다. 조선족에 대한 국내 인식은 혐오 수준에 가까운데, 통상 강력 범죄 사건인 오원춘 사건과 박춘풍 사건으로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본다. 이후 사회적 범죄와 조선족을 연관시키는 여론과 콘텐츠가 늘어나며 이러한 인식이 강화됐다. 그러나 지난 2016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조선족이 다수 포함된 국내 거주 중국인의 범죄율은 10만 명당 2천 2백여 명에 불과하다. 이는 4천 8백여 명인 러시아인 범죄율과 3천 5백여 명인 한국인 범죄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조선족은 범죄를 일으키고 미개하다’라는 말은 어색해하지 않는다. ‘동양인은 범죄를 일으키고 미개하다’라는 말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는 ‘해리포터’와 같은 해외 영화에서 동양인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면 분노한다. ‘우리’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서는 들여다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양과 한국을 차별적으로 그린 영화에 분노하기 전에, 한국이 저지르고 있는 차별에 대해서도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숙한 사회의 척도는 소수자와 약자를 포용하는 정도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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