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일명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부터 혼자서 음주를 하는 ‘혼술’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며, 그러한 문화 유행에 따라 1인 문화에 맞춰진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1인 문화는 여가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무에서 벗어날 때마저도 여럿이 모이는 것이 아닌 집에서 혼자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집에서 혼자 여가를 즐기는 이들을 일컬어 ‘홈족’이라고 부른다. ‘홈족’들은 어떻게 홀로 여가를 즐길까? 그리고 그러한 ‘홈족’들은 사회 및 소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본지와 함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홈족’들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홈족 열풍… 과거 인식 뒤집어

  최근 ‘홈족’ 열풍이 불고 있다. ‘홈족’이란 주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지난해 발표된 다음소프트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하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집에만 있는 여자와 남자를 일컫는 ‘집순이’와 ‘집돌이’에 대한 언급은 지난 2013년 1만 210건에서 지난 2016년 18만 7,990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홈족의 증가원인은 집에만 있는 것에 대한 인식변화와 일과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자는 사회적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혼자가 편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16 문화향수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6년도 기준 여가시간을 혼자 보내는 비율이 59.8%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56.8%인 지난 2014년보다 증가한 수치다. 이에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뜻하는 신조어들도 많이 생겨났다. 집에서 힐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홈족’, 집안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인 ‘집안 여가족’. stay와 vacation의 합성어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그리고 현실에서 탈출해 집에 머무르는 것을 뜻하는 ‘홈스케이프(Homescape, Home+Escape)’ 등의 신조어가 생겼다.
 
   이러한 ‘홈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로 불렀으며, 홈족들을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음소프트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하면 ‘집돌이’나 ‘집순이’와 관련된 반응 중 ‘좋다’가 655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좋아하다’가 577건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인 ‘귀찮다’는 466건으로 집계됐으며, ‘위험하다’는 반응은 127건으로 많지 않은 편이었다.
 

  홈족에 대한 인식이 변한 이유는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집이 단순 휴식만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여가활동과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인 트렌드모니터에서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집의 의미와 관련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집을 개인적인 공간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아졌음이 드러났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집을 나만의 공간이라고 답한 비율은 51.8%였으며, 이는 41.6%였던 지난 2015년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또한 설문조사 응답자 중 84.8%는 굳이 집을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응답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많이 하는 활동으로는 TV시청이 74.8%로 가장 높았고, 인터넷 정보검색과 집안일 각각 59.7%, 56.4%로 그 뒤를 이었다.
 

  사람들이 집이라는 공간에 가지는 인식 역시 긍정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소프트의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집’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55%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과 연결된 연관 키워드로는 ‘가고 싶다’, ‘좋다’, ‘최고다’ 등의 긍정적인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올해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꼽았던 ‘케렌시아(Querencia)’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다. 케렌시아는 안식처나 쉼터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경쟁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만의 휴식처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은 현대인들에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자 현실을 피할 수 있는 휴식처가 된 것이다.

 
  홈족 증가 원인, 
  워라밸 문화와 1인 가구
 
  홈족의 주요 증가원인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자는 사회적 분위기와 1인 가구의 증가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문화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회문화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온라인교육기업인 YBM넷이 시장조사기관인 두잇서베이와 ‘주52시간’ 도입 100일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기업에 근무 중인 직장인 중 41.7%가 일과 삶의 균형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답했다. 실제로 지난 8일(월) 홈플러스는 이번 가을학기 저녁시간대 문화센터 ‘워라밸’ 강좌에 전년 대비 47% 이상 늘어난 인원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워라밸 맞춤형 프로모션도 등장했다. 지난달 인터파크는 연극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평일 저녁 공연을 ‘워라밸 프로모션’으로 진행해, 평소보다 2배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1인 가구 증가 역시 홈족의 주요 증가원인이다. 지난 8월 발표된 통계청의 ‘2017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인 가구의 비율은 28.6%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5.5%였던 2000년보다 13.1%p 증가한 수치다. 또한,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 강섭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생존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은 집 밖에서의 활동이 즐거우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식사부터 여가까지 집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출해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홈족

  홈족은 집 안에 머무르며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긴다. 이에 따라 △홈카페 △홈트레이닝(홈트) △홈뷰티(홈케어) △홈퍼니싱 등의 합성어를 인터넷 등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게 됐고, 이에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도 다수 생겨났다.
 

SNS에 ‘홈카페’를 검색해본 결과다.
SNS에 ‘홈카페’를 검색해본 결과다.

  홈카페는 집을 뜻하는 ‘홈(Home)’과 ‘카페(Cafe)’의 합성어로, 집에서 카페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 및 동영상 공유를 위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 ‘홈카페’를 검색하면 ‘#홈카페’ ‘#홈카페인테리어’ ‘#홈카페놀이’ ‘홈카페레시피’ 등의 해시태그를 찾아볼 수 있다. ‘#홈카페’에는 지난 12일(금) 기준 약 85만 개의 게시물이 게재됐으며, 글은 △음료 사진 △음료 제작 영상 △디저트 사진 △음료와 디저트가 함께 있는 사진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5년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9.5%가 ‘집에서도 커피 한잔을 즐길 환경을 만들고 싶다’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는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공간인 집에서 다양한 것들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커피 관련 상품의 판매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 지난 7월 한 달 동안 판매된 캡슐커피머신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6배에 해당하는 481%의 판매 신장을 기록했으며,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율도 37% 증가했다. 커피잔(찻잔)과 각종 커피용품도 각각 121%, 22%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트레이닝(홈트)는 집에서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를 하는 것으로, 90년대 말에 유행했던 다이어트 비디오가 현재 홈트의 원조격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83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3%가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으며, 76.9%가 홈트족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홈트레이닝과 관련된 온라인 쇼핑 품목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G마켓에서 지난 7월 동안 홈트레이닝 관련 상품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동기간보다 최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관련 유튜브 채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땅끄부부’는 지난 12일(금) 기준 90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홈트레이닝 채널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30대 중반 평범한 부부”라고 밝힌 땅끄부부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에 대해 소개하고, △생활 다이어트 요령 △영양제 △보충제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홈뷰티(홈케어)는 집에서 피부 케어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받던 전문 관리를 집으로 옮겨왔음을 의미한다. 지난 9월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홈 뷰티 기기 시장은 매년 10% 성장세로 지난해 기준 약 5조 원에 이르며,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천 5백억 원으로 추산됐다. 또한 지난 5월 롯데그룹 통합 멤버십인 L.POINT가 당사 회원을 대상으로 측정한 소비지수에 따르면 미용 가전제품이 318.5%로 크게 상승했다. 엘포인트 소비지수는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 8개 유통영역에서 엘포인트를 이용하는 고객 대상으로 전년 동월 대비 소비 증감을 나타낸 지표다.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일뿐만 아니라 집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홈퍼니싱은 홈과 단장하는(furnishig)의 합성어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등을 이용해 집을 꾸미는 일을 의미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전국 만 19~59세 성인 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홈 인테리어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데 동의했고, 80.4%가 ‘예쁜 집 인테리어를 보면 따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기회나 시간이 된다면 직접 집을 꾸며보고 싶다고 밝힌 응답자는 지난 2016년 63.8%에서 2017년 74%로 증가해 앞으로 홈퍼니싱을 즐기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 및 생활소품 등을 소비하는 홈퍼니싱 시장은 지난 2008년 7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 12조 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오는 2023년 18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L.POINT가 회원을 대상으로 측정한 소비지수에 따르면 거실가구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80% 증가했다. 집안 장식을 위한 원예 식물의 소비도 27.3% 증가했으며, 그릇·식기류는 7.6% 늘었다.

  이외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2일(금) 기준 구독자 7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 ‘집순이의 취미생활’은 △스티커아트북 △뜨개질 △노트 만들기 등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소개한다.
 

유튜브 홈트레이닝 채널인 ‘땅끄부부’의 영상.
유튜브 홈트레이닝 채널인 ‘땅끄부부’의 영상.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홈족…
  각종 변화 이어져


  홈족이 향유하는 문화의 폭이 넓어지면서 홈족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여러 기업에서도 홈족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각종 음식 배달 서비스는 오래 전부터 성장세를 보여 최근에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의 배달 서비스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처음 배달 음식점만 연결해주는 데 그쳤으나 차츰 인기 디저트 등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완성된 음식 배달에 그치지 않고 요리하는 홈족을 위한 배달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쿠킹박스(Cooking Box)’나 ‘레시피 박스(Recipe Box)’라고 불리기도 하는 ‘밀키트(Meal Kit)’는 이름 그대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포함된 키트 박스를 의미한다. 밀키트 패키지에는 손질이 다 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과 레시피가 들어있어 버리는 것이 없고 짧은 시간 안에 신선한 요리를 먹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과 달리 신선한 식품으로 구성돼 있어 유통기한도 짧은 편이다. 이뿐만 아니라 특정 시간 전에 주문을 완료하면 다음날 오전에 바로 먹을 수 있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기배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밀키트 사업이 정착해 국내에서도 밀키트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진다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밀키트 사업에는 한국야쿠르트, 동원홈푸드, GS리테일 등이 진출하고 있으며 앞으로 밀키트 사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집에서 휴식을 선호하는 홈족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단지 내 고급 편의시설과 특화 서비스가 있는 생활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홈족의 증가로 스테이케이션(멀리 나가지 않고 집이나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주거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거 분양 시장에는 주거와 호텔식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Residence)’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오피스텔 등의 주거 단지에 집안일 서비스(△식사 △청소 △세탁 등)와 △헬스케어 △레저 △비즈니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수요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를 고급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향후 부동산 시장에서 더욱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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