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플래쉬>, <라라랜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차세대 천재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이번에는 영화 <퍼스트 맨>을 통해 그의 무대를 우주로 옮겼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 광활한 우주를 다룬 기념비적 SF영화들이 즐비한 가운데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강렬한 CG와 압도적인 스케일 대신 한 개인의 삶을 집중하며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영화는 현재나 미래가 아닌 1960년대 달 탐사를 묘사한다.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인간 ‘닐 암스트롱’의 삶이 스크린에 생생하게 옮겨진다. SF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스케일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퍼스트 맨>의 접근법이 낯설 수 있다. 그러나 아폴로 11호 선장이자 최초로 달을 밟은 남자 닐 암스트롱이 가진 신화를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자체만으로도 영화는 새로운 관점을 선보이기 충분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의 우주 영화가 우주로의 여행에 집중했다면 <퍼스트 맨>은 우주로 대변되는 인물을 우리의 세계로 소환하고 있다. <퍼스트 맨> 속 우주는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에게 돌아올 수 없는 생존의 공간이자 생계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직장이다. 언제 불시착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사의 실험용 비행기는 아름다운 우주에 대한 기대감보다 끊임없이 두려움에 부딪히게 만드는 도전과 같다. 카메라의 앵글은 철저하게 조종석에 앉은 닐 암스트롱의 시점을 통한다. 이를 보는 관객들 역시 그가 느꼈을 심적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다. 영화는 느린 호흡으로 닐 암스트롱의 세계를 관찰한다. 그가 가지게 되는 한 인간의 고뇌와 내면을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표현한다. 그렇기에 대업을 이룬 닐 암스트롱에 대한 찬사가 아닌 임무를 완성한 후에도 검역실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 인물의 압도적인 고독에 주목한다. 달에 착륙한, 나아가 지구로 귀환한 그가 맞이한 우주 공간만큼의 거대하고 깊은 고독은 라이언 고슬링의 탁월한 내면 연기를 빌려 정점을 찍으며 영화의 완벽한 마침표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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