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진 바인가르텐(Gene Weingarten)’은 대중이 일상에서 위대한 예술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알아보기 위해 흥미로운 기획을 준비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예술가가 세계 제일의 음색을 자랑하는 악기를 일상공간에서 연주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바인가르텐은 클래식계에서 최고의 연주자 중 하나로 인정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을 섭외했고, 조슈아 벨은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현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3년에 직접 제작한 바이올린(당시 350만 달러, 한화 약 3억 8,0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악기들은 스트라디바리의 라틴어식 이름인 ‘스트라디바리우스’로도 알려져 있다. 수억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며, 작품의 희소성 때문에 보통 소유자가 제자에게 물려준다. 억만금이 있다고 해도 손에 넣기 힘들다는 말이다.)을 들고 지하철역에서 평범한 복장을 하고 연주를 했다. 여느 거리의 악사와 마찬가지로 행인에게 돈을 받기 위해 악기 케이스를 열어둔 채로. 

 
  조슈아 벨이 연주의 무대로 삼은 지하철역은 미국 지하철역 중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워싱턴 랑팡 플라자(L’Enfant Plaza)역으로, 이곳을 이용하는 행인 중에서는 미 연방 청사로 출근하는 정책 관료들을 비롯하여 고학력 엘리트 출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기획자인 바인가르텐은 이 실험 공연을 준비하면서 동료 기자들과 ‘조슈아의 공연 때문에 지하철역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려 통행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허나 조슈아가 45분가량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중에, 그 앞을 지나간 1,097명 중에서 자기 갈 길을 가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1분 이상 조슈아의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한 사람은 단 7명뿐이었고 기부 받은 돈은 총 32달러 17센트(당시 한화 약 3만 5,000원)에 불과했다. 바인가르텐 기자는 특집 기사에서 예술에 대한 현대인들의 이해 부족과 무심함을 한탄했으며, 실험참여자인 조슈아 벨은 실험 이후 ‘내가 이 사람들에게 방해만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명 ‘조슈아 벨 실험’으로 알려진 이 실험은 ‘유명연주자가 일상공간에서 연주를 한다면?’이라는 가정을 빌려 유명 클래식 연주자들이 연이어 참여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성신여대 피호영 교수에 의해 같은 조건으로 실험이 진행된 바 있다. 실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인들은 관심이 없었고 기부된 돈은 소액에 불과했다. 


  일련의 실험은 우리 현대인은 훌륭한 연주에 잠시 귀 기울일 여유도 없이 바쁜 것일지, 값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클래식 음악회에 가는 사람들은 연주 자체보다는 연주자의 유명세에 값을 치르는 게 아닌지 이야기할 때 언급된다. 그러나 ‘조슈아 벨 실험’을 예시로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감성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조슈아 벨 실험’은 시간과 장소를 잘못 설정했고, 전제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조슈아 벨 실험’이 진행된 시간은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경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감상할 여유 없이 한창 분주할 시간이다. 또한 ‘클래식 음악=수준 높은 예술’로 상정하고 일반 대중이 이를 알아주기를 기대한 것 또한 기획자의 오만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상처가 될 말이지만 ‘조슈아 벨 실험’은 그저 ‘재미있는 실험’일 뿐 ‘당신들의 취향’을 일반 대중이 알아주지 못했다 하여 대중이 수준 낮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 예술과 취향은 그 누구도 함부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영역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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