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가정폭력, 벗어날 수 없는 굴레
  • 손희서 기자
  • 승인 2018.11.05 00:00
  • 호수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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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통계청의 ‘2018년 8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지난 8월 혼인 건수는 총 1만 9천3백 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타인과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가정 내에서의 문제점들도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22일(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가정폭력 가해자가 전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피해자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가해자인 아빠에게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는 청원을 올렸으며, 지난 3일(토) 기준 162,965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에 가정폭력을 단순한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정폭력에 관련된 현행법의 맹점들 또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가정폭력의 실태와, 그에 따른 피해자들의 고충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  가정폭력 매년 검거인원 줄어… 가정폭력처벌법 개정 의견 분분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검거인원은 줄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가정폭력 사건 신고 건수는 △2015년 22만 7,630건 △2016년 26만 4,567건 △지난해 27만 9,082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검거율은 △2015년 17.9% △2016년 17.2% △2017년 13.8%로 감소하고 있다. 또한 구속률도 현저히 낮다. ‘여성인권 실현을 위한 전국 가정폭력상담소 연대’ 김명진 준비 위원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사람 중 99%가 풀려났다”며 “구속률 또한 0.995%로 1%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물어본 결과, 95.3%가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와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은 제1조에 가해자 보호 처분을 통해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명시한다. 이는 가정폭력처벌법이 가해자 처벌이 아닌 가정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는 가정폭력처벌법에 대해 “특례법 전반이 가정보호와 유지에 있기 때문에 가정폭력을 여전히 경미한 범죄로 여기는 심리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역시 검거율이 낮은 수준이다. 올해 기준 지난 8월까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약 9,000건에 달했으나, 검거된 건수는 3분의 1조차 되지 않았다. 아동학대가 이뤄지는 곳은 최근 교육시설까지 확대됐으나 여전히 가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집계된 아동학대 건수 약 22,000여 건 중 17,000여 건이 부모로부터 일어났다. 친부로부터의 학대는 약 9,500여 건이고, 친모로부터의 학대는 약 6,800여 건이었다. 이에 대해 이현숙 서울시아동복지센터장은 “아동학대 원인 1순위가 양육 태도 및 방법 부족으로 나타났다”며 “부모 본인의 성장기 때 자신의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그러한 경험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때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에 의하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표시를 하였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 반의사불벌죄 및 친고죄가 적용돼,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피해자가 아닌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협의회 허순임 상임대표는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가해자가 아이 아빠라는 점과 가해자 처벌이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고소한 피해자가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해야 피해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2016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폭력이 심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41,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집안일이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서’와 ‘신고해도 소용없을 거 같아서’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의 방치 아래 놓인 가정폭력 피해자들

  가정폭력 재범률도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 재범은 가정폭력 사범 중 과거 5년 이내에 가정폭력으로 기소유예 이상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다. 경찰청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가정폭력 재범률은 8.9%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4.1%였던 지난 2015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심지어 가정 내 아동학대의 경우에는 ‘가정’이라는 폐쇄적인 집단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재학대가 빈번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재학대 아동 중 94.6%가 부모로부터 학대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정폭력 재범을 막기 위해 법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임시조치와 긴급임시조치를 이용하고 있다. ‘긴급임시조치’는 ‘임시조치’의 전 단계로, 사건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재범 위험성이 높을 때 경찰 권한으로 내릴 수 있는 조치이다. 긴급임시조치 시 가해자는 △피해자 거주지로부터 퇴거 및 격리 △피해자 거주지 또는 직장에서 100m 이내 접근 금지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한 접근 금지 조치된다. 하지만 긴급임시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긴급임시조치를 어겨도 과태료만 내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은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하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긴급임시조치 대상자 4,634명 중 2.9%가 이를 위반해 신고됐으나 과태료 부과는 그중 21.1%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달 22일(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발생한 전 부인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긴급임시조치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2월 긴급임시조치 위반시 과태료 대신 형사 처벌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아 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며 “피해자 보호 조치의 실효성을 위해 과태료 부과가 아닌 징역형을 부과하여 사전에 범죄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시조치제도 외에도 경찰은 가정폭력 재발 우려와 심각성들을 고려한 재범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해 총점 13점 중 7점 이상이면 재발 위험 가정인 A등급을, 7점 미만이면 재발 우려 가정으로 판단해 B등급으로 선정해서 사후관리하고 있다. 이번 등촌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정도 A등급으로 지정됐지만 경찰은 피해자 전화번호가 자주 바뀌어 연락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모니터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개정이 촉구되는 중이다. 또한 경찰이 아예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의 조사표 작성 비율은 69.3%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재범률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해줄 시설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에 의하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는 전국에 66곳이 운영되는 중이다. 이 중 서울에 위치한 쉼터는 11곳이며 일부 도시에는 쉼터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법무법인 온 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시설에 대해 “보호시설에 들어간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학교나 직장과 너무 멀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함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몫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달 28일(일)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과 지원 서비스에 대한 국가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퇴소자와 폭력 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퇴소자를 대상으로 자립지원금 17억 원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의 모습이다.사진 한국여성의전화
지난 10월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의 모습이다. 
                                                                                             사진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논란, 가정폭력 사회적 인식 개선돼야…

  가정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7월 대법원은 37년 동안 가정폭력을 겪은 여성이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오랜 가정폭력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피학대 여성 증후군을 앓고 있었지만 이러한 ‘심신 상실’은 감형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지난 1990년부터 지난 2010년까지 진행됐던 형사 정책 연구원조사에 따르면 피해 여성 중 44%가 재판 과정에서 ‘정당방위’와 ‘과잉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단 한 차례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에서의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남편에게 해를 가한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47년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자가 남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하여 영구 사면 처분을 내렸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이에 대해 “가정폭력 피해자는 우리에 갇힌 채 끊임없이 학대받는 동물들과 유사한 트라우마를 가진다”며 “피해자들의 행동이 극단적인 방어로 이어지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폭력이 해결되지 않는 주요 원인이다. 가정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던가 ‘여자와 북어는 삼 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말들이 그런 현상을 보여준다. 또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를 ‘훈육’이라 여기며 방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6년 발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학대 경험 당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라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체 응답 중 61.1%를 차지했다.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는 23.3%, ‘그 순간만 넘기면 되어서’는 15.6%로 뒤를 이었다. 이에 사천시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이하 아연대)는 지난달 23일(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예방과 근절을 위한 ‘보라데이’ 캠페인을 동 지역에서 전개했다. 캠페인 참여자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이 더 이상 가정 내 문제가 아닌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 열람 제한 신청은 매년 늘고 있다. 주민등록 열람 제한 신청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분리된 후 가해자가 자신의 주민등록 등본 및 초본을 열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가정폭력 피해자가 주민등록 열람 제한을 신청한 경우는 총 2,699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618건이었던 지난 2016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병훈 의원은 주민등록 열람 제한 증가 현상에 대해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이를 신청하는 것은 ‘제발 우리를 찾지 말라’고 생존을 요청하는 소리”라며 “제한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증거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미쓰백’의 포스터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미쓰백’의 포스터

 

  지속되는 가정 내 아동학대, 

  그러나 갈 곳 없는 아이들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가정 내 아동폭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 10월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인 ‘미쓰백’이 개봉했다. ‘미쓰백’의 경우에는 지난 2015년 발생했던 실제 아동학대 사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아동학대 피해 사망 아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부모의 학대에 의해 사망한 아동이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피해 아동들의 경우에는 학대 사실을 인지하더라도 가정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학대 피해를 본 아동들의 조치 결과를 분석했을 때 63.9%가 가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 조치를 받은 아동들도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보건복지위원회의 최도자 의원이 아동자립지원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지난 2013년부터 지난 2017년에 보호가 종료된 10,557명의 아동 중에서 사후관리를 받은 아동은 6,207명에 불과했다. 보건복지위원회의 기동민 의원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하다”며 “아동학대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통합지원센터가 필요라며 학대받은 아동의 경우 원가정 복귀 후에도 아동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점검할 수 있는 정부의 감시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학대의 경우 은폐되기 쉽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2015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아동 1,000명당 1.1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9.1명인 미국과 17.6명인 호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율도 일본은 68%, 미국은 60%로 집계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9%에 그쳤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최영 교수는 “한국은 외국에 비해 학대의 증거가 명확해야 가해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지만, 부모가 거부할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경찰 등의 공권력이 가정에서 이뤄지는 학대에 깊이 개입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훈육과 학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이후 아동학대 판결 과정에서 훈육을 이유로 했다는 진술이 있었던 30건의 사건 중 절반이 훈육을 이유로 감경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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