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 마지막을 장식하듯 꼭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힘내, 넌 잘할 수 있어. 열심히 하면 될 거야.’ 한마디로 클리셰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우울에 빠질 때, 슬럼프를 겪을 때, 자신이 먼저 ‘힘을 내야겠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팔을 다친 사람이 글씨를 쓸 수는 없다. 상처가 잘 아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통증이 있을 때는 약을 먹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다쳤을 때 억지로 감정을 뒤흔든다면, 배로 통증이 느껴지고 더욱 아물 것이 분명하다. 사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다들 알면서도 실제로 행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부터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사회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의지가 박약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까의 예를 다시 한번 가져와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팔을 다친 사람을 보고 ‘저게 다 몸이 약해서 그래, 허약하기는...’ 라며 힐난하지 않는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유독 마음을 주제로 논할 때, 사람들은 갑자기 ‘의지’를 언급한다. 다 의지가 부족해서, 열정이 없어서... 우울한건 그냥 우울한 것이다. 물론 어떠한 계기로 인해 일어날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의지박약 에서 초래된 결과는 아니라는 거다. 이런 사회적인 시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울한 사람들은 더욱 자신의 우울을 감출 것이다. 자신의 의지박약 때문이라며 자신을 비하하고, 억지로 감정을 뒤흔들어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힘내’ 라는 말을 인사처럼 내뱉지 않았는가? 사실 힘을 억지로 내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건데. 그저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고, 어루만져주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이제 당신에게 누군가 아픔을 털어놓을 때, ‘힘내’라는 말 대신 ‘우울해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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