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정의를 지향하지 않는다. 다만 합의를 지향할 뿐이다. 최근의 심신미약 판결에 의한 형벌 감형 이슈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그렇게 법이 합의를 지향하는 이유는 국가의 본질에 맞닿아 있다. 국가는 존재가 아니다. 국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합의이자 우리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다. 인간 개개인의 힘은 온갖 자연물에 비해 미약하기에 우리는 함께 살아남고자 집단화됐고, 그 집단이 거대화하면서 국가가 됐다. 즉, 국가의 존재가 우선이 아니라 인간이 우선이다.


  이때 수많은 인간이 모여 살게 됐으므로 개개인은 스스로의 권리나 주관만을 고려할 수 없게 됐다. 매사에 타인과 협동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중요한 만큼 타인도 동등한 고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리나 규칙, 그리고 법이 생겼다. 윤리와 법은 국가의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바로 ‘국가와 법이 얼마나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가’이다. 서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인 ‘국가와 법’이 그것의 창조주인 개인을 어디까지 심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또 다시 합의된 과정이 바로 국가에게 개인의 권리를 어디까지 위탁하느냐이다. 이 합의 과정에서 국가 정서 및 가치관에 따라 결정된 규칙이 차이를 보였다. 이에 법이 다르며, 죄에 관한 처벌의 정도도 달라진 것이다.


  다시 심신미약 건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심신미약 건에 대해서 다양한 여론이 있다. 심신미약이라고 처벌을 경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부터 애초 우리나라 법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처벌이 너무 미미한 수준이라는 의견까지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그 중 우리나라 법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눈에 띈다.


  그러한 의견에 반대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이런 의견을 표하기 전에 두 가지만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국가에게 죄인에 대한 더 큰 처벌을 원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 자신의 권리까지 국가에 위탁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만약 국민 대다수가 처벌 강화를 원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레 이뤄질 일이라는 것.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국가에 우선하고, 법은 합의를 지향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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