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 무죄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4년 만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라고 판결했다. 객관적인 사정이 아니면 일체의 예외가 없다고 간주되던 병역 의무에 중대한 예외가 인정된 것이다. 이로써 6·25전쟁 중에 의무복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합법화됐다.

  대법원은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로 인정하면서도 병역법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이번 대법원은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본 것이다.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는 자기 양심을 언어나 행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외부에 표현할 것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 또한 대법원은 시대적 변화를 판결에 반영해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본 기자도 이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한 혼란은 적지 않다.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대부분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무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형을 집행 중인 사람들의 구제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심지어 현재 실질적인 대체 복무제가 마련되지 않아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던 대법관들도 이를 고려해 판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체 복무제가 당장 시행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세부적인 대안과 함께 대체 복무제가 마련되고 시행이 되려면 최소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2019년 말까지 병역법 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대체 복무제가 새로 입법될 때까지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대안 없는 판결은 공허하다.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병역특혜 논란이 일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인 대체 복무제를 확립하고 현역병으로 복무를 마친 예비역들이 상대적인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모두가 납득할만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대적 인식 변화에 걸맞은 판결인 만큼 합리적인 대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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