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몽골 고비 한가운데 있어요. 움직이기 싫어하는 제가 몽골까지 간 게 신기하시다고요. 노버트 위너는 ‘우발적인 미래로 향한 비가역적인 움직임’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적 삶의 조건이라고 말했어요. 저에게는 여행 팟캐스트 몽골편이 그 비가역적인 움직임의 시작이었지요.

  혹시 몽골 유목민의 ‘환대’ 문화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몽골 유목민은 완전히 낯선 사람에게도 자기의 가장 좋은 것으로 대접한다지요. 자기 땅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십 수 km를 달려와 담배 한 대 나누며 인사하고, 또 게르를 나설 때 혹시 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놓는대요. 타인을 ‘환대’하는 거예요. 그 ‘환대’의 범위는 사람에 그치지 않아요. 양치는 목자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길 잃은 동물을 위해 사막 우물 옆 물통에 물을 떠놓아요. 유목민의 마음의 크기가 짐작이 가시나요? 저는 이 ‘환대’ 이야기를 듣는데 가슴이 마구 뛰었어요. 아름답고 귀한 마음이어서요. 현대를 사는 우리는 굳이 사르트르의 <닫힌 방>을 읽지 않아도 ‘타인이 지옥’이라는 말을 이해해요. 매일 아침 ‘오늘 절대 하나도 손해보지 않을 거야’라며 마음에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서지요. 우리 마음엔 타인이 들어올 공간이 없어요.

  몽골전문가 이영산은 유목민의 뼈에 박혀 있는 외로움이 환대를 가능케 했다고 말해요. 사방이 지평선인 사막, 초원에 서 보면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아요. 거기엔 외로움과 고독을 넘어선 막막함이 있어요. 막막한 사람의 마음은 이미 지평선 밖에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생명에게로 날아가요. 유목민의 DNA에 외로움이 있다면, 이 외로움은 또 다른 생명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으로 확장되지요. 그리움은 대상을 내 삶에 포함시키는 힘이에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지나간 사랑에 우리를 붙들어 맨다면, 유목민의 그리움은 사막을 채우고도 지평선 너머까지 열려 있다고 할까요.

  놀라운 것은 그리움에 가 닿는 방식이죠. 유목민들은 사막에 40km마다 하나씩 역참을 세웠어요. 그렇게 유라시아 전체에 교류의 네트워크를 만들었지요. 이 그리움의 정신이 중요해요. 막막함에 무너지지 않고 그리움이 달려가는 곳을 향해 자기 보폭에 맞는 징검다리를 놓는 힘, 그리고 그 징검다리를 연결하는 힘, 말이에요. 오늘 사막 위로 은하수가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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