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걸어 잠그는 대학들

  지난달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에 침입한 20대 남성이 강의실에서 자신의 나체를 찍어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게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동덕여대는 외부인 출입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다. 정문과 후문을 제외한 출입구는 모두 폐쇄됐으며 모든 건물은 인증을 거쳐 지급받을 수 있는 카드를 소지해야만 출입이 가능해졌다. 출입문에 배치된 경비원들은 신분이 확인된 외부인의 출입만 허가했다. 배달 업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9월,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한 남성이 건물 내로 출입해 복도 의자에서 자고 있던 여학생의 신체를 만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화여대는 지난달 샤워실과 탈의실에 카드리더기를 설치하는 등 보안시스템을 강화했다. 이처럼 대학가에 외부인 출입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학교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본교 문화관 여자화장실에도 지속적으로 남성이 출입해 여자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고 사진을 찍어간다는 제보가 들어와, 외부인 출입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외부인 출입, 문제는?

  본교 학생들은 ‘도난 및 안전사고’와 ‘전도’를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문제라고 꼽았다. 본지가 지난 8일(목)부터 9일(금)까지 본교 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외부인 출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도난과 안전: 41건 △없음: 23건 △전도: 15건 △몰래카메라(몰카): 17건 △기타: 55건 등을 문제라고 답했다(복수응답 가능). ‘학교 측에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33%(48명)가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제시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외부인 출입증 발급 △야간 캠퍼스 통제 △외부인 건물 출입 통제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학생회관 2층 동아리실로 노숙자가 출입했다며 외부인이 건물에 출입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보인 기타 의견도 있었다.

  또한 다수의 학생들이 몰카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교내 화장실 몰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은 53.1%였다. 이에 본지는 학생서비스팀에서 몰카 탐지기를 대여해 △학생회관 △진리관 △조만식기념관 △베어드홀 △중앙도서관 여자·남자화장실에 몰카가 있는지 점검했고, 발견된 몰카는 없었다.

  서울시청은 몰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화장실을 ‘여성안심화장실’로 지정해 몰카를 방지하고 있다. 본교 건물 내 여성안심화장실 스티커가 붙은 화장실은 서울시청이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한 곳이다. 서울시청 서울여성가족정책과에 따르면 본교 캠퍼스는 총 3번의 점검을 마친 상태이다. 가장 최근의 점검은 지난 9월 14일(금) 학생회관, 백마관 그리고 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됐으며 몰카가 적발된 바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시청의 몰카 점검은 주기적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서울여성가족정책과 관계자는 “자치구별로 장소를 제출받아 그 장소 내에서 보안관들이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인 경우와 요청이 들어와 1회 점검하는 방식이 있다”며 “여성안심화장실 스티커가 붙어있다고 모두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단 종교의 전도 또한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이에 교목실은 교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종교 단체의 선교를 방지하고 있다. 교목실 반광준 학원선교목사는 “허가받지 않은 종교단체가 선교를 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학교 밖에서 이뤄진 경우에는 제재할 수가 없지만 학교 안에서 이뤄질 경우에는 관련 스태프들이 출동해 쫓아낸다”고 밝혔다.

 

  ‘활짝’ 열려있는 본교 캠퍼스

  본교는 외부인의 캠퍼스 출입을 통제하는 규정은 없으며 비교적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중문에서 차량을 검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무인사팀 함민수 팀원은 “캠퍼스 내 외부인 출입 통제 관련 방침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문에 설치된 차량 차단기의 경우 주차요금 징수를 위해 차량 번호판을 인식하는 용도이며 따로 캠퍼스 방문사유를 묻거나 통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부인이 본교에 방문할 경우 별도의 출입절차를 밟는 규정은 따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함 팀원은 “대학이라는 공간은 지역사회와의 교류, 공공재 성격도 있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을 통제를 하기는 어렵다”며 “외부인이 출입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만 보고 대학교가 폐쇄적인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형남공학관 2층 ‘숭실대학교 CCTV 상황실’
형남공학관 2층 ‘숭실대학교 CCTV 상황실’

  외부인 출입 보안, 어떻게?

  본교는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지 않지만 경비 시스템과 CCTV 상황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베어드홀, 전산관 그리고 조만식기념관 등 일부 건물에서만 경비원들의 순찰이 이뤄진다. 야간에는 모든 건물 내부에 경비원이 상주하며 주기적으로 건물을 순찰한다. 또한 경비원은 수업이 끝나는 오후 8시쯤 빈 강의실 문을 잠근다. 이어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시간대인 오후 11시에는 건물 내부의 모든 강의실 문을 잠근다. 이후 건물 내에 남아있는 학생이 없는지 확인되면 건물 출입문을 전면 통제한다.

  출입문 통제 후에는 세콤(경비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외부인은 건물 내 출입이 불가능하다. 출입문 외에도 학과사무실, 학생회실 그리고 일부 강의실도 세콤이 설치돼있어 내부 움직임이 감지되면 경보음이 울려 세콤 경비원이 출동한다. 주말에는 모든 건물의 출입이 세콤 작동으로 통제된다. 건물에 행사나 수업 등이 있다면 출입문을 열어놓는 등 유동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학생회관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물 특성상 동아리실, 학생회실 등 학생 공간이 많아 학생들이 드나드는 횟수가 많고 시간대도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회관은 출입문에 세콤이 설치돼있지 않다. 다만 △학생처 △여학생휴게실 △샤워실 △일부 동아리실 등의 경우 세콤이 설치돼있다. 또한 학생회관도 경비원들이 야간에 순찰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일부 학생들을 안전사고로부터 보호할 방법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함 팀원은 “원칙적으로는 학생들이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있으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총학생회와 학생서비스팀은 학생들이 늦은 시간까지 학생회관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다.

  또한 학생들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CCTV가 설치돼있다. 특히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나 사각지대의 경우에는 CCTV상황실에 화면을 띄워 문제가 발생할 때 즉각 출동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CCTV상황실 근무자는 “외부인 출입 시 문제가 발생하면 관할 경찰서와 협의해 빠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안시스템, 허점도 존재

  본교는 보안을 위해 여러 시스템을 동원하고 있지만 허점도 존재한다. 야간과 주말에는 문을 잠가 세콤이 작동하지만, 세콤이 설치되지 않은 문을 통해 해당 건물에 출입할 수 있다. 조만식기념관의 경우 진리관과 연결돼있어 세콤이 설치돼있지 않은 진리관 뒤쪽 문으로 출입하면 조만식기념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홀 건물 출입도 비교적 쉽다. 웨스트민스터홀 1층에 위치한 카페는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카페 옆 출입문에는 세콤이 설치돼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출입문을 이용해 웨스트민스터홀 모든 층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또한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해 엘리베이터를 타면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다. 사실상 타 건물과 연결돼있는 건물과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건물의 경우에는 경비시스템이 무용지물인 셈이다.


  본교, “보안 강화할 것”

  본교는 경비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고 경비원 순찰을 강화하는 등 보안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다. 더불어 중문과 정문을 제외한 본교 출입이 가능한 길목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다. 함 팀장은 “경비원의 순찰을 강화하고 CCTV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인 범죄 예방효과가 있다”며 “사람의 체형과 옷차림 정도만 파악이 가능한 노후화된 CCTV를 교체해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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