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을 앞둔 밤, 40년 지기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성형외과 의사 ‘석호(조진웅)’와 그의 아내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예진(김지수)’의 집들이를 명목으로 완성된 자리다. 욕조 하나까지 최고급으로 갖추어진 펜트하우스에는 변호사 ‘태수(유해진)’와 평범한 가정주부인 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준모(이서진)’와 수의사 아내 ‘세경(송하윤)’, 그리고 이혼남 ‘영배(윤경호)’가 자리한다. 완벽해 보이는 공간 속 40년 지기의 우정은 인생의 블랙박스와 다름없는 핸드폰 정보 공유 게임을 통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달 전체가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의 속성처럼 그들 개개인의 민낯은 이 게임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다.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에 대한 건실한 믿음으로 넘쳤던 관계는 불륜과 사기 사건, 동성애 등을 필두로 파국을 향해간다. 완벽해 보였던 7인의 관계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과 거짓을 찾는 데 집중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항상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중성을 풍자하기도 한다. 모든 정보가 담긴 핸드폰이 공개된다는 이 섬뜩한 진실은 자칫 영화를 무거운 분위기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이 불편함은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핑퐁처럼 통통 튀는 대사들과 끊임없이 펼쳐지는 극적인 상황들은 영화 다수의 장면이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블랙 코미디 장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웃음과 섬뜩함을 번갈아 선사한다. 네 친구가 얼음이 언 영랑호에서 주고받았던 대사처럼 우럭 잡는 놈은 바다고 붕어 잡는 놈은 영랑호를 호수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즉, 두꺼운 얼음으로 감추어진 비밀 또한 이를 지닌 개인의 선택에 따라 그 형태가 자유로이 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거짓과 진실을 나누기에 앞서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도 서로 다른 사람임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 다름에 대한 존중과 조화를 인정할 때 완벽한 타인에 대한 족쇄를 풀고,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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