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기다림은, 의미가 없었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의미가 없었다”
  • 현재건 기자
  • 승인 2018.11.26 00:00
  • 호수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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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직군 노동조합 인터뷰

  지난 23일(금), 학사직군 노동조합의 이병연 분회장과 이지숙 사무국장, 회계감사 김은빈 조교가 숭대시보 편집국을 찾았다. 그들은 산학협력단 연구지원팀과 화학공학과 사무실, 기독교학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학사조교A다.
  학교본부는 학사조교A 개편안에 대한 학생대표자들의 의견 수렴을 완료했다. 개편이 다소 순항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 분회장이 내민 선언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선언문은 격양된 어조로 쓰였다. “우리는 지난 7개월 동안 사측의 일방적인 ‘노사협의 회피’라는 부당 노동행위의 절망적인 현실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고용안정에 관한 사측의 해태는 재고돼야 한다" (후략)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얼굴을 붉히기도,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그들은 "학교에서 우리는 하나의 도구였다"고 입을 모았다.

  선언문에 “대학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행정전문 노동자’가 됐다”고 쓰여있다. 학사조교A는 어떤 업무를 보나.
  이 분회장: 우리는 기본적으로 교무팀, 장학팀 그리고 예산팀 등으로 연결되는 모든 행정적인 업무와 학과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해당 부서에서는 우리가 행정 인력이라고 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학과에 관련한 모든 재정 지출, 행사 그리고 수업까지의 업무를 책정하고 기안을 올린다. 이를 인정받지 못한다. 학생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조교가 단순 민원을 응대하는, 학과 행사 업무를 돕는 ‘보조 사무직’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학과 운영은 조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학과사무실도 대학의 한 팀이다. 지금은 팀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학생과 교수를 보조하는 인력으로 취급받는다. 그들에게 우리의 일은 ‘단순 업무’다. 그러니 우리가 빠지게 되면 힘들어지는 건 학교 부서다.

  지난 5월 초부터 학교본부와 9번 만났다고 했는데. 진전은 있었나.
  이 분회장: 9번 중 4번은 ‘인사’였다. 노조 분회로서 인정을 받는 자리였다. 이후 총무인사팀과 5번 만났다. 그러나 대화의 진전은 없었다. 지속적으로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 요청했다. “지금도 계속 논의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이 오더라. ‘고용 안정’을 구두로 전달받은 적이 있다. 이에 총무인사팀의 공식적인 공문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 학사조교A의 소속은 교무팀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교무팀을 만났지만, 내년 2월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했다. 고용 안정이라든가 무기한 계약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명시되지 않은 채로.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공식적인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인가.
  이 분회장: 공식적으로 10월 26일(금) 학교본부 측에 노사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지속적인 답변은 없었다. 사실은 우리도 학교의 일원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시기가 시기인지라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지’하고 기다렸다. 더 이상 그런 기다림의 의미는 없는 것 같더라. 허울 좋은 기다림이었다.

  ‘고용 안정’에 대한 이야기는 제쳐두자. 학사조교A 개편안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이 분회장: 학교본부의 개편안은 학사조교A를 단과대 교학팀으로 이동시키고, 각 학과에 44명의 교육연구조교를 둬 민원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가 분명하다. ‘행정시스템 접근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민원에 응대할 수 없다. 그나마 가능한 업무는 학과 근로생 관리, 시간표 관리 그리고 근태 관리. 학생들이 발품을 팔아도 알 수 있는 정보에 관한 민원만을 응대해줄 수 있다. 이를 학생들이 느끼면 단과대 교학팀, 우리에게 민원을 요청할 것이다. 교육연구조교를 배치하는 의미는 없다.
  이 사무국장: 교육연구조교가 우리를 대신해서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채점이나 실습 보조는 가능하겠다. 민원도 민원이고, 교수 보조도 어떤 수준으로 될지는 가늠이 안 된다.
  이 분회장: 현실적으로는 학사조교A를 충원해 35명 정도로 맞추고, 적어도 한 명이 두 학과 정도를 맡는 게 옳다고 본다. 물론 학과당 한 명이 배치되면 좋겠지만, 학교가 어렵다면 적어도 학과 행정이 운영될 수 있게는 만드는 것이 옳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 조교: 지난 5월쯤에 조교님들을 8월에 정리하겠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내년 2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번복했다. 우리도 사람이다. 인생에 계획이 있는 사람인데, 계획도 세울 수 없게 우리를 하나의 도구로 보는 게….
  이 분회장: 결국은 ‘힘’의 행사다. 그들이 구두 합의를 번복한다면, 소송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학교에 남을 수 없다. “고용 안정을 보장하지 않았느냐”고 말하지만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입장을 모르셔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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