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드니 빌뇌브 감독
'그을린 사랑' 드니 빌뇌브 감독

  영화 <그을린 사랑>은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잘 알려진 드니 빌뇌브 감독을 대표하는 독립영화이다. 드뇌 빌뇌브 감독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진출의 시발점이 된 <그을린 사랑>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레바논 내전과 종교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동국가의 현실을 아주 느리고, 신랄하게 스크린으로 옮긴다. 영화는 핏빛이 난무하지 않음에도 폭력의 잔혹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왈’이라는 인물의 인생과 궤를 같이 하는 이 영화는 시퀀스별로 소제목을 달고 있다. 캐나다와 팔레스타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허구로 지어진 이름들이 영화의 소제목을 차지한다. 영화는 주인공이자 어머니인 나왈이 죽은 후 쌍둥이 남매에게 남긴 유언으로 시작된다. 남매는 유언장을 통해 형과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편지를 일면식도 없는 형과 아빠를 찾아 전달해야 한다. 갈등 끝에 남매는 그들이 몰랐던 부모의 인생을 되짚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비극에 점점 가까워진다. 감독은 이를 쌍둥이 남매의 ‘현재’와 어머니의 ‘과거’를 교차 편집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지만 무슬림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죽을 고비에 놓였던 나왈이지만 그녀는 종교와 종파를 초월한 사랑을 선택한 인물이다. 이로 인해 겪어야 할 한 가족의 비극은 상상도 못할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영화는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국가 전체로 포커스를 옮긴다. 무장한 기독교 민병대는 어린 아이까지 가차 없이 살인을 가하고,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된 공간의 모습들은 한 여성의 삶에 대한 측은함을 넘어 인류에 전쟁이 미치는 끔찍함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자극적인 영상 대신 나왈의 표정을 클로즈업하고 최대한 잔잔한 음악을 사용하며 영화의 긴장감과 정서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나아가 전쟁의 고통을 극복하는 해답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선보이며 비극이 끝나야만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역설한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