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예영 (문예창작·15)
  • 승인 2018.12.03 01:05
  • 호수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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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문 당선작

김예영(문예창작15)

주제

길 없는 청춘들의 치열함.

작품설명

일에 치여서, 사람에 치여서, 감정에 치여서. 우리는 가끔 도피할 곳을 찾는다. 여기. 각자의 이유로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된 청춘들이 있다. 안식처를 잃을 위기에 놓인 청춘들의 치졸함. 그 모습을 통해 갈 곳 없는 청춘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대

무대 왼편으로 긴 테이블과 의자 네 개, 무대 오른편, 카운터 책상과 의자 위치해있다. 전형적인 플로어.

등장인물

사장 (,38) 게스트 하우스의 사장. 덜렁대며 기분파.

선비연 (, 28)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목표가 생길 때 까지 머물 목적으로 왔으나 어물쩍 3년이 지났다. 사려니 홈의 메니저 역할.

김규영 (, 27) 학원 선생님으로 일했으나, 잠시 일을 그만 뒀다. 여행이나 할 겸 스텝이 되었다. 학생을 가르치듯 모든 사람들을 대한다.

백수철 (, 26) 고등학교 졸업 후 쭉 백수. 집에 있기는 싫고, 돈은 없고, 힘든 일은 하기 싫었다. 결국 사려니 홈의 스텝으로 도피하였다.

모가영 (, 24) 고시생. 참견이 심하고 말이 많다.

 

1(플로어)

 

카운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수철. 의자를 젖히고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왼편 사장 등장.

 

백수철 (다리 까딱거리며, 흥얼거린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한가한 이 곳 뿐이리.

사장 수철아.……. 백수철!

백수철 (당황하며) . . 사장님 오셨어요?

사장 뭐 문제 있는 건 없고?

백수철! ~무 것도 없습니다. 완벽해요!

사장 오늘 게스트 수는?

백수철 (명단 보며) …….하나, , …….

사장 (다가가 명단을 빼앗는다.) 일행 넷? 한 팀이 다야?

 

모가영. 왼편에서 기지개를 피며 등장한다.

 

모가영 (하품을 참으며) 사장님 오셨어요? 뭐하고 계세요? (명단 보며) , 맞다. 오늘 게스트 파티 진행해요?

사장 (한숨) 아니. 게스트 수가 적어서 오늘은 파티 못 할 것 같다.

 

백수철. 뒤에서 눈치 없이 좋아한다. 왼편에서 스텝들 하나 둘씩 인사하면서 나온다.

 

사장 (팔짱끼고 스텝들 빤히 본다. 인사 받지 않는다.) 다들 일어났니? 앉아봐.

 

다들 쭈뼛거리며 앉는다. 와중에 선비연. 눈치 보며 가장 늦게 앉는다.

 

사장 (천장 보며.) 우리 수용 가능한 게스트 명 수가 총 몇 명이지?

모가영 (해맑게) 스무 명?

선비연 서른다섯 명입니다.

사장 파티 가능한 게스트 명 수가 몇 명이지?

모가영 열 명! 열 명이요!

선비연……. 열다섯 명입니다.

사장 (호소하듯) 그래! 열다섯 명! 최소 열다섯 명은 돼야 게스트하우스의 의미가 있다고.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몇 달 째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

 

오른편에서 전화벨 소리 울린다. 일동 바라본다. 수철 다가가 전화를 받는다.

 

백수철 네 사려니홈입니다. (침묵.) ……. 예약 취소요? 저희 당일취소는 원칙상 불가능하신데…….…….기상악화로 결항이요? (사장을 본다.)

사장 (하늘 보며 한숨 쉰다.) 해드려. 다 해드려라 그냥.

백수철 오늘 중으로 처리해드릴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 감사합니다.

사장 감사하니 넌?

 

사장. 전화기를 빼앗아 카운터에 내려놓는다. 백수철. 눈치 보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사장 아무래도 스텝 수부터 줄여야겠어. 아무리 급여가 적다지만, 너네 어차피 하루씩 돌아가면서 일하고, (스텝들에게 손가락질 하며.) 너희 식비며 생활비가 수입보다 더 많이 들잖아!

 

선비연 하지만 누가…….

 

사장 (말 끊고, 손사래 치며.) 아무튼, 이대로는 안 돼. !!

 

사장, 빠른 걸음으로 퇴장.

 

모가영 뭐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를 내보내겠다는 거야?

선비연 있어봐.

모가영 (무시하고 일어나며) 오늘 근무자 누구야. 수철오빠지? 오늘 사장님이랑 무슨 이야기 했어? 뭔데. 뭔데. 갑자기 왜 저러시는데.

선비연 앉아보라니까.

모가영 오빠 또 눈치 없이 군거 아냐?(제자리에서 발 동동 구른다.)

백수철 별 말 안했어! 예약자 명단 보시더니 갑자기 저러시는 거라고!

선비연 말 좀 하자. (한 숨 쉬고) 사장님 입장도 이해가. 우리 내일 예약인원은 아예 없어.

김규영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백수철?

김규영 우리 식비랑 생활비도 너무 많이 든다잖아. 맨날 고기만 찾는 사람 누구더라? ? 수철아?

모가영 맞네. 맞아. 오빠가 삼시세끼 고기만 찾으니까!

백수철 (언성 높아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금 내탓하자는 거야? 그렇게 따지면 형은! 규영이 형 고기 살 때마다 소고기타령 하고! 돼지고기도 제주산 흑돼지 아니면 안 먹는다며!

김규영 (앉은 채 비꼬며) 어이구~ 그러셔요~ 먹으면 제일 많이 먹는 게.

선비연 (귀찮은 투로) 그만해. 싸워서 뭐가 달라져. .

모가영, 몰라. 몰라. 뭐냐고 이게 정말. 그럼 대체 우리 중에 누가 나가게 되는 건데!

김규영 누구기는 누구야. 일 못하는 사람이 나가야지. (수철 흘긋 쳐다보며) 안 그래 수철아?

백수철 지금 그거 나 저격이야?

김규영 (저격 자세 흉내 내며) 빵야! 빵야! 오오 눈치라고는 개나 준줄 알았더니, 아닌가보다?

백수철 누가 누구 보고 뭐라 그래?

모가영? 틀린 말 아니지. 우리 중에 분위기 파악도 제일 못 하잖아.

김규영 (가영의 어깨를 톡톡치며) 저기요. . 지금 자기소개 하심?

모가영 (한심한 듯이 보며) 스물아홉씩이나 처먹고 그러고 싶니.

선비연 너네 그만하라고. 달라지는 거 없잖아. 왜 서로 헐뜯으려고 해

김규영 누나야 쫓겨날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거지.

모가영 (박수치며) 워후.

선비연 그 말 의도가 뭐야.

모가영 왜 모른척해? 지금도 메니저 역할 혼자 다 하잖아. 나가야 할 대상에서 본인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선비연.

백수철 가영이 너도 할 말 없지. 매일 참견만하고 하는 건 제대로 없잖아.

모가영 끼어들지 마. 백수새끼야.

백수철 이게 돌았나. 뭐라도 되는 양 쑤시고 다니는 네 오지랖 보다 나아.

모가영? 쑤시고 다녀?

김규영 (혼잣말 하듯이) 앞길도 없는 것들이 말만 많아서…….

백수철 그럼 앞길이 구만리 같으신 형이 나가면 되겠네. 뭐가 문제야? 나가!

 

수철. 규영을 밀어 넘어트린다.

 

김규영 (일어나며) 너나 나가! 눈치도 없고, 일도 제일 못 하는 너나! 부모님 등골 빨아먹다가 여기 기생하는 주제에 (쉬고) 왜 우리 등골도 빨아 먹어 보게? ? (수철의 어깨를 민다.)

 

정적. 수철. 뛰쳐나간다.

 

암전

 

2<플로어>

 

다음 날. 아침 플로어.

수철. 얼굴을 감싸 쥐며 오른편에서 들어온다.

 

백수철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 지들도 지금은 백수 주제에……. 그래. 다들 발등에 불 떨어졌으니 날 몰아가려나본데…….(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수철, 갑자기 멈춰 카운터를 본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검정색 노트를 챙긴다. 규영. 하수에서 들어온다.

 

김규영 (건들거리며) 뭐야. 벌써 일어났냐?

백수철 ……. (노트를 몸 뒤로 숨기며)잠이 빨리 깨서.

김규영~그러셔? 할 일도 없으면서 어찌나 부지런~부지런~ 하신지.

백수철 오늘 근무자 형이야?

김규영 그래. 근무 스케줄 좀 외워라. 할 거 없으면 커피나 내려.

백수철 내가? . .

 

수철 뒷걸음질 치며 나간다.

스텝들 하나 둘 나와 테이블에 앉는다.

 

선비연 파티 가능한 게스트 수가 열다섯 명이라고 열다섯 명.

모가영 (핸드폰하며)그래 열 명.

선비연 열다섯 명!

 

수철. 커피 쟁반 들고 나와 탁자에 둔다. 수첩 없다.

 

모가영 뭐야. 뭐야. 수철오빠가 커피도 다 내리고.

김규영 쟤가 스스로 내렸겠냐? 내가 내리라했다.

모가영 그럼 그렇지.

백수철 넌 공부 안 하냐?

모가영 무슨 상관이세요. 시험 끝났거든.

선비연 가영이 시험 봤어?

백수철 또 떨어졌겠지 뭘.

모가영 …….

김규영 반전이 있을 리 있나. 시험 끝나면 뭐해. 다음 시험은 없냐?

선비연 규영이랑 수철이. 화해는 했고?

김규영 그런 게 뭐 필요해 우리가.

백수철 …….

모가영 사장님은?

선비연 사장님?

모가영 연락 없어?

선비연 딱히.

백수철 (눈치보며)하시겠냐.

김규영 (장난 투로) 이참에~ 우리 다 나갈까 그냥? 눈치도 안 보고 좋잖냐~

모가영. 속 편한 소리하네.

김규영 아니 뭐. 누나도 예전부터 할 거 없으면 카페나 연다며.

모가영 맞다 맞아. 좋네. 개업하면 나 거기 취직시켜줘 응? ?

김규영 (비웃으며) 참나. 공무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 싶지~? 그래. 그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시험 두세번 떨어지면 깔끔하게 마음 접어야 한다고.

선비연 됐고. 규영이. 오늘 예약자 명단 확인 했어?

김규영 (두 팔을 쫙 뻗으며.) 하나마나~ 확인 하나 마나~ 어차피 없는 걸.

선비연 그래도 해야지. 분위기 안 좋은 거 알면서 그러냐.

김규영 (비꼬는 말투로) . ~ ~ 누구 말씀인데요. 분부대로 해야죠. 네네.

선비연 그 매사에 비꼬는 말투는 고칠 생각이 없지?

김규영 (뒤도 안보고 느릿하게 걸으며)당연히 없습니다. 마님~

 

비연, 규영을 노려본다. 규영. 카운터 쪽으로 설렁설렁 걸어간다. 노트 없다. 수철. 정면만 보고 있다.

 

선비연 어디다 뒀는지 몰라?

모가영 (기웃거리며)뭐하는 거야?

김규영 (멍한 표정으로) 없어…….

선비연 너 설마…….

김규영 뭐지? 여기 말고 둘 곳이 없는데.

모가영 (호들갑 떨며) 오빠 지금 예약자 노트 잃어버린 거야? 뭐야. 뭐야. 미쳤나봐.

백수철 진짜 없어?

모가영 거기 여태 예약한 사람들 정보도 다 적혀있고, 파티 할 때 쓸 돈도 꽂혀 있는데?

선비연 (목소리 높이며)잘 좀 찾아봐라. 마지막에 어디다 뒀는데.

김규영 마지막이라고 할 것도 없어. 오늘 예약자 없어서 아직 확인 안 했는데

백수철 (말 끊으며) 그 말대로라면 더 문제 아닌가? 근무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노트 확인인데.

김규영 (다급한 목소리) 아니 그러니까. . 아침 먹고 확인하려 했다고. 어차피 손님도 없어서 확인할 것도…….

모가영 (말 끊으며) . 그게 무슨 말 도 안 되는 핑계야! 우리 전달사항도 다 적어 놓는데! 그냥 일하기 싫다고 하지 그래?

김규영 (가영한테 달려들 듯이) 말 그딴 식으로 할래?

선비연 (규영 말리며) 목소리 낮춰. 어제 사장님 말하고 가신 거 기억 안나? 이런 때에 그렇게 안일하게 일 할래?

백수철 (중얼거리듯) 물건 간수도 못 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다고…….

김규영…….

모가영 (비꼬며)어제 뭐라 하셨더라? 일 못하는 사람이 나가야한다 했었나?

김규영 (정색하며) 그만하라고.

모가영 (박수치며, 놀리듯이) . 그맨해라거어~

김규영. 씨발, 미치겠네. . CCTV돌려. CCTV확인 하자고!

백수철 무슨 CCTV. 플로어 화면 못 보는 거 뻔히 알면서.

모가영 (비웃으며)오빠 때문에 먹통 됐던 거잖아. 분실물 찾는다고 설쳐서. 노렸네. 노렸어.

김규영 뭔 개소리야 진짜!

백수철 어제 나보고 앞가림 좀 하라며. 내가 봤을 때는 형 앞길이 안 보이는데?

선비연 일단 진정하고, 다 같이 찾아보자. 어디에 있겠지. 객실 확인하다가 흘렸을 수도 있고…….

모가영 (말 끊으며) 그게 말이 돼? 객실에 왜 가지고 내려가?

선비연 아무튼 찾아보자고. 돈도 얼마 안 꽂혀있었고, 요즘 손님도 없어서 누가 가져갔을 일도 없으니까.

 

수철 눈치 보며 선다. 규영. 한숨 쉬며 제일 먼저 무대 밖으로 나가고, 비연과 가영 따라 나간다.

수철. 다들 나간 걸 확인하고 초조하게 무대를 돌아다닌다.

 

백수철 (중얼거리듯) 어디에 숨기지? 방에 두면 규영이 형이 금방 찾을 텐데. 주방? 여자 스텝 방?

 

수철, 무대 밖에서 노트 품에 껴안고 다시 무대 가운데로 온다.

 

백수철 그냥 다시……. 아냐 괜히 돌려놓다가 들키면 완전히 쫓겨나.

 

선비연, 여기저기 찾는 시늉하며 무대로 나오다가 수철보고 멈칫한다. 수철 품의 노트를 본다.

 

선비연 (손을 뻗어 수철에게 다가가려다가 손을 내린다.) …….

백수철 (카운터 책상 밑의 상자를 본다.) 그래. 저기는 잘 안 건드니까…….

 

수철, 상자 안에 노트 숨긴다. 무대 밖에서 들리는 가영 목소리. (아 수철오빠는 왜 안 찾아! 오빠 놀아? 빨리 내려와!)

 

백수철. . 지금 내려가. (다급하게 뛰어나간다.)

선비연 (상자로 다가간다. 수철이 숨긴 노트를 꺼내 든다.) 병신. 여기 두면 알지. (노트를 가방 안에 넣는다.)

 

암전.

 

3

 

수철. 상자를 뒤지고 있다. 무대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백수철 (중얼거리며)뭐야. 왜 없어?

 

비연, 하수에서 나와 수철에게 다가간다.

 

선비연 수철아.

백수철 (당황하며) . . 누나. 밑에 있는 거 아니었구나.

선비연 (가방에서 수첩 꺼내며) 이거 찾지? 아까 숨기더라.

백수철 (대사 빠르게) 누나……. 나 정말 그러려고 한 거 아니고. 맞아 내가 못 된 거 맞는데. 욱해서. 너무, 너무 다급해서 누나.

선비연 수철아

백수철 (더 빠른 어조로) 지금이라도 형한테 말할게. 사과할게. 안 그래도 나 후회하고 있었어. 정말이야. 그래서 찾고 있던 거야. 믿어줘.

선비연 (수철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는다.) 그럴 수 있어 수철아. 궁지에 몰리면 그럴 수 있어. (어깨 털어주며) 상황이 문제지. 너 잘 못 한 거 없어.

백수철 누나…….

선비연 어차피. (쉬고) 누가 나가야 하는 건 맞잖아. 이렇게 돼 버린 거 뭐 어쩌겠어. 이건 내가 가지고 있을게.

백수철 하지만……. 다들 찾는데……. 말해야하지 않을까? 나 정말 순간 욱해서 그런 거고

선비연 (말 끊으며) 수철아 나는. (침묵) 일을 잘 하는 사람보다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남는 게 맞다 생각해.

백수철…….

선비연 (웃음 섞인 어조)일이라 해봤자 여기 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스텝들 하나 둘 심각한 표정으로 하수에서 들어온다. 모가영 팔짱끼고 있고, 규영 마지막에 들어온다.

 

모가영 어디에도 없다. 어떻게 할래? (빈정대는 투로)

김규영 …….뭘 어떻게 해?

모가영 오빠가 책임 못 진 거잖아. 어떻게 할 거냐고.

김규영 몇 번을 말하냐! 나 오늘 만지지도 않았다고! (답답하다는 듯이 발을 쿵쾅거린다.)

모가영 우리도 몇 번을 말해! 그게 문제라고!

김규영 그래서 뭐. 나보고 나가기라도 하라는 거냐? 너 지금 이때다 싶지? 건수 하나 잡았다 이거지?

선비연 (한숨 쉬며) 그만하라고. 몇 번째니. 누가 나가고 말고가 왜 나와.

모가영 오빠가....

선비연 (말 끊으며) 규영이 잘 못한 건 잘못한 거고. 우리 다 같이 지낼 방법을 찾아야지.

모가영 그런 방법이 어디 있어? 사장님이 그렇게 안 하신다는데 방법을 우리가 왜 찾아.

선비연 (침묵) 가영아……. 사람이 왜 그렇게 모질어.

모가영 모질다니! 수첩이 없어졌는데 말씀은 드려야 할 거 아냐! 우리 장부나 다름없는 건데.

김규영 (울먹거리며) 솔직히 덮어 줄 수도 있는 문제잖아.

백수철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은 (쉬고) 드려야지…….

 

백수철, 땅만 보다가 눈치 보며 말을 이어간다.

 

백수철 …….그런데 있잖아……. 스텝 수를 줄여야겠다고 하신 거……. 지금 당장을 말하신 건 가…….

모가영 모르지 뭐…….

백수철 아니 그냥……. 홧김에 말 하신 건가 해서…….

김규영 (흥분한 목소리로) 이것 봐. 너희 그거 무서워서 사장님한테 말하려고 하는 거지? 그 정도로 큰 일 아닌 거 다들 알면서 나 재물 삼으려는 거 아냐!

백수철 지례 짐작하지 마.

김규영 아니면 뭔데. 뭐냐고. 너희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일동 침묵. 스텝 일동 규영을 바라본다.

 

 

백수철 못 이럴 건 뭐야.

김규영……. 너도 오갈 데 없어서 여기 온 거잖아. 너희 아니면 누가 내 입장 이해해줘!

백수철 (언성 높이며) . 그래서 왔어. 몇 년 째 백수생활 하면서 숨 한번 제대로 쉰 적이 없는데, (쉬고) 여기오니까 숨통이 좀 트이더라. 그런 나한테 나가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던 거. (잠시 쉬고) 형이야.

김규영 그건 내가……. 우리야 워낙 허물없으니까…….

백수철 (비꼬는 투로 혼잣말 하듯이) 허물없는 거랑 무슨 상관이라고.

김규영 가영아. 오래오래 같이 있자고 했었잖아. 나한테.

모가영 그럴 수 있을 때 이야기지.

김규영 너 시험공부에 집중하라고, 너 근무하는 날이면 우리 다 같이 일 도와주고 그랬는데…….

모가영 혼자 생각해준 척 하지 마.

김규영 어떻게 이래……. 너네……. 너희 내 사정 다 알잖아. 우리 결국 다 비슷한 입장이잖아.

모가영 무슨 사정? 말 나온 김에 해보자. 오빠랑 우리랑 어떻게 입장이 비슷해? 고시공부만 몇 년째 하다가 고시원조차 못 들어가는 나랑. 제 입맛에 안 맞아서 강사일 때려치우고 코에 바람 넣으러 온 오빠가 어떻게 비슷해!

백수철 사정 다 안다고? 형 은연중에 우리 무시했었어. 밑으로 봤었다고. 그래. 한심해 보였겠지.

김규영 (혼잣말)아니야 그런 적…….

백수철 (말 끊으며)앞길 없어서 도피하듯이 온 우리랑 다르지. ? 이 기회에 올라가서 하던 일이나 다시 해.

김규영 (소리친다.) 그게 쉽게 되면 여기에 있겠냐!

모가영 오빠가 정말 우리를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알겠다. 물러설 사람 없다는 거. 오빠가 이해해. 우리 사정 다 알잖아?

김규영 너네…….

백수철 갑자기 동질감 유발해서 변하는 거 없어.

 

규영. 아무 말 없이 침묵한다.

 

김규영 스텝 수를 줄여야겠다는 게 한명만 의미하는 걸까?

 

일동 침묵. 모두 규영만 본다.

 

모가영 …….?

김규영 스텝 수를 줄여야겠다고만 하셨지. 한 명만 나가면 될 것 같다고 하신 건 아니잖아. 안 그래?

모가영 …….그렇……..

김규영 이렇게 나 재물 삼는다고 해서 너네는 발붙이고 있을 수 있을까? 여기가 니들 집이 돼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비연 지금 우리 너무 예민하다. 우선…….

김규영 (말 끊으며) 누나는!

선비연 …….

김규영 ……. (조용한 어조로) 누나는 왜 계속 그렇게 침착해? (쉬고) 누구라도 나가야 한다잖아. 어떻게 그렇게 침착해? 어떻게……. 그게 어떻게 돼?

선비연 나야 너네가 먼저니까. 우리 이렇게 싸우는 게 나는 더.......

김규영 눈 감아줘 그럼. 그러면 싸울 일도 없잖아.

선비연 규영아. 일단 잠시만. 잘 못은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게 너한테도…….

김규영 (말 끊으며) 가식 떨지 마. 지금 누나도 위태로우니까 그러는 거잖아. 아무리 오래일했어도, 사정이 안 좋다는데 별 수 있겠어? 누나는 월급도 꽤 받잖아.

선비연 (규영 바라보며 침묵) 선 넘은 것 같다.

김규영 나한테 지금 선이 있기는 해? 막말로 누나 하나 나가는 게 스텝 두 명 나가는 거랑 비슷할 걸?

선비연 갈 때 까지 가자는 거지 너.

 

일동 침묵. 사장 오른편에서 무대로 걸어 들어온다.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이다.

 

사장 어머~? 왜 다들 이렇게 모여 있어.

 

일동 침묵. 서로 눈치 본다.

 

선비연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장 (높고 쾌활한 목소리로) 뭔데. 뭔데. 왜 이렇게 심각할까? . 또 누가 우리 게하 앞에 주차했니? 몰상식한 것들 증말.

선비연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사장 그럼, 갈치집 강아지가 또 우리 게하 앞에 똥 쌌니? 그놈의 똥개.

선비연 아뇨. 그게 아니고…….

모가영 (끼어들며) 규영이 오빠가 수첩 잃어버렸어요.

사장?

백수철 형이 오늘 수첩확인을 안 했습니다. 오늘 만진 적도 없다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예약자 명단도, 파티비도 확인 안했다는 뜻이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잖아요. 형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모가영 평소에도 항상 허술했어요.

사장 …….갑자기 무슨 일들이야 이게?

선비연 그리고 또....

사장?

 

일동 선비연 바라본다. 선비연 가방에서 수첩 꺼낸다.

 

모가영 뭐야……. 그거 왜 언니한테 있어?

선비연 사실 수철이가 숨기는 걸 봤어요.

백수철 …….누나.

선비연 아무래도 규영이를 나가게 하려고 그런 것 같은데, 수철이도 같이 일하기 힘들 것 같아요.

사장 나가게 해?

선비연. 이렇게 분란을 조장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며 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들 멍하게 비연만 본다.

 

사장 (말을 늘이며) 그러니까 이게 무슨 일이야. 같이 일을 못 한다니. 그럼 나는 어째?

선비연 사장님께서 스텝 수를 줄여야겠다고 하셨잖아요. 사정이 안 좋으면 두 명 정도는 줄여야 …….

사장 (말 끊으며) ? 내가? 무슨 소리야?

모가영 사정이 너무 안 좋다고…….어제 화내시면서…….

사장 (귀를 판다.) ? 나 기억 안 나는데?

선비연?

사장 (호들갑떨며) . 맞다. 맞다. 애들아 방송국에서 연락 왔다?

선비연 방송국이요…….?

사장 (들뜬 목소리로)! 무슨 예능을 촬영한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바로 오케이 했지! 이제 우리는 대박 나는 거야! . 방송 한 번 타면 좡~난 아니잖아.

선비연 그럼 저희 수를 줄인다는 건…….

사장 얘는 아까부터 무슨 말이니. (손뼉 치며) ! 내가 이럴 때가 아니야. 이제 촬영도 하고 손님도 많아질 텐데, 스텝도 더 뽑아야겠다.

선비연 하지만.

사장 무슨 일 있으면 비연이가 잘 정리하고. 오늘도 파이팅 해 애들아! 난 너네만 믿는 거 알지?

 

사장 해맑게 뛰어나간다. 스텝들 모두 선비연을 본다. 선비연. 제 손에 수첩만 바라본다.

 

암전

 

 

드라마 부문 심사평

  올해 드라마 부문에는 네 작품이 응모하 였는데 이 중 세 편이 현실의 고단함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데 공을 들였다. 그러다보니 상징이나 극적 반전보다는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대사와 깔끔한 구성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유연경의「no run no pain?」은 등수에 집착하는 반장 ‘혜지’가 달리기를 잘 못하여 기가 죽자, 그녀의 이모가 아이들을 꼬여서 달리지 말고 다 같이 걸으라고, ‘no run no pain!’이라고 한 말에서 제목을 따왔다. 그러나 결말에서는 ‘no run no gain’의 상황으로 마무리된다. ‘달리기’를 통해 등수 매기는 사회를 비판하려 했으나 시사점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했고,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약했다. 나머지 두 편은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기를 살고 있는 20대 청년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이원희의「부조」는 늦깎이 공 무원 준비생이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엔 부조금도 부족하고 차림새도 초라하여 망설이는 심리를 표현하였으나 구성이 빈약하였다. 김예영의 「집」은 게스트하우스의 스텝으로 살아가는 네 명의 젊은이들이 스텝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치졸해지는 모습을 표현했다. 손님이 줄어들어 스텝의 수를 줄여야 겠다고 가볍게 던진 사장의 말에 서로를 견제하며 살벌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결론에 이르면 촬영 섭외가 들어와 오히려 스텝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되어 이들 중 가장 치졸하게 행동한 매니저의 진면목만 확연히 드러나는 것으로 끝맺게 된다.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각하게 대처하는 인물들의 대비가 그들의 절박함과 치졸함을 더 돋보이게 하였다. 대사가 간결하고 구성이 깔끔한 점은 장점이지만 서사와 갈등이 단조롭다는 한계가 있다. 「집」이라는 제목이 작품의 주제와 연결되지는 않는 점 또한 아쉬웠다. 류희준의 「고개를 들어 천사의 얼굴을 보라」는 가상공간으로 가는 열차 객실 안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 작품으로, ‘천사’, ‘발 없는 새’, 야곱의 서사를 상징적으로 활용하였고, 반전의 장치를 통해 극적 긴장을 잘 유지하였으나, 인물들의 극적 기능과 행동의 동기가 약하고 설명을 위한 대사가 장황하여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한계가 있다.

  네 작품 모두 현실의 문제점을 잘 의식하고 있고, 비판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서 반가웠다.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큰 비중으로 체감되는 시대이지만 작가는 절망을 비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존재이다. 절망에 매몰되지 않도록 반성의 날을 세운「집」을 올해 당선작으로는 선정한다.

백로라 교수(문예창작전공)

박연숙 교수(베어드교양대학)


수상소감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거세지면 사람들은 외투를 여미며 자신을 톺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가끔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해 모르는 때가 있습니다. 때때로는 의문조차 가지지 못하기도 합니다. 글은 신기하게도 그런 시간을 파고 들어온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을 좀 더 만들어 가고 싶어서, 제 결핍을 알아가고 싶어서 펜을 들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제 글에 확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글에는 확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이번 기회로 알아갑니다. 추운 날. 글에서 위로를 받아가는 이들에게, 글로써 자신을 찾아가는 우리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김예영(문예창작·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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