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안경'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바닷가 마을.일상에 지친 기자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 분)’는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외딴남 쪽 바다 마을로 여행을 온다. 속보와의 전쟁을 치르는 기자가 힐링을 얻으러 온 공간답게 영화 속 마을은 속도감과는 거리가 멀다. 민박집 주인이 차려주는 맛있는 아침 식사를 천천히 음미하고, 바닷가에 나가 뜨개질을 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는다. 주민들과 함께 매일 아침마다 시행하는 메르시 체조가 가장 동적으로 느껴질 뿐, 영화의 스토리도 마을 사람들의 삶도 단조롭기 그지없다.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기 위해 시작했던 타에코의 여행은 그녀가 머무를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데, 이 정적인 마을의 타인들과 엮여가면서 마을 사람들만의 사색에 타에코는 점점 적응하기 시작한다. 부실하기 그지없는 약도를 보고 단 한 번에 민박집을 찾은 타에코가 그러하듯 감독은 불안한 순간에도 길은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는 여유를 영화 곳곳에 녹여낸다. 처음에 타에코는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그들의 문화도 낯설어한다. 호의에는 대가가 따르든 치열한 사회가 익숙했던 그녀였기에 그들만의 공동체 문화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녀는 결국 민박집 주인 ‘유지’와 생물 선생님 ‘하루나’, 매년 봄마다 바다 마을을 찾는 빙수 아줌마 ‘사쿠라’와 함께 식구가 된다. 점차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늘 잔잔하게 흘러가는 바다처럼 타에코도 사색에 익숙해지고, 속박으로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안경’을 벗어던진 그녀의 모습은, 즉 자신만의 틀에 스스로를 속박하던 현대인들의 진정한 자유를 역설한다. 이 느림의 미학이 현대인인 타에코에게는 낯설고 유별난 일이 되어 버렸을 만큼 일상은 바삐 돌아간다. 안경을 처음 끼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눈이 익숙해지면 편해지는 것처럼이 영화는 사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잊고 살아갔던 여유를 찾고, 잠시 멈추어 서서 사색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우리네 삶의 중요한 일부 중 하나일 것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