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대성당을 보기 위해 연간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br>
쾰른 대성당을 보기 위해 연간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쾰른 대성당을 보기 위해 연간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루르(Ruhr)지방은 유럽 최대의 광공업 지대여서 그런지 공장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슐레지엔(Schlesien) 지방과 더불어 독일의 ‘굴뚝산업’을 책임졌던 곳의 모습은 이곳저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을 필두로 도르트문트, 뒤셀도르프, 에센, 오버하우젠 등의 기라성 같은 도시들이 루르 지방에 포진해있다. 철과 석탄은 말한 것도 없고 아연, 구리, 납 등의 광물이 이 지역의 전역(全域)에서 발견되면서 독일의 산업화를 이끌었다.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던 독일이 급속도로 영국과 프랑스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종류의 지하자원이 채굴되면서부터다.

  세계 2차 대전 기간 연합군은 독일의 산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루르 지방에 ‘융단폭격’을 감행하였는데 그 이유는 물어보나 마나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산업기지를 우선적으로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시험을 위해 그토록 외웠던 ‘베스트팔렌(Westfalen)조약’의 베스트팔렌이 바로 이 지방을 일컫는, 다른 말이다. 지금은 어떤 식으로 역사 교육이 이뤄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때’는 역사는 외우는 것이었다. 외우는 역사이다 보니 시험이 끝나면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사라졌었다.

  루르 지방이 광공업지대라고 해서 우리나라에 있는 특정한 공단(工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자욱한 연기가 수분과 결합해 만든 지옥의 공기 ‘스모그’가 엄습할 것도 같지만 독일은 그런 상상을 깬다. 어느 도시에 가도 녹음(綠陰)이 우거진 것은 이곳 루르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스모그’라는 단어가 설 땅이 없는 독일을 미세먼지로 뒤덮인 한반도와 비교하니 부러운 정도가 아니라 여기서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본에서 머물다 고딕 양식의 위대한 걸작 쾰른 대성당을 보기 위해 쾰른 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쾰른 대성당’은 고딕 양식의 교회 건축물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며, 1248년에 착공하여 무려 632년이 지난 1880년에 완공되었다. 왕조와 왕조를 뛰어넘어 지어지는 이런 건축물이 우리에게도 있으면 좋겠다. 정권(政權)과는 상관없이 ‘위대한 완성’을 위해 전진하는 노력이 나는 너무 부럽다.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높이 157미터, 길이 144미터의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시선 고정’은 물론이고 ‘발길 고정’이 이루어졌다. 쾰른 중앙역 바로 앞에 있어서 지도를 볼 필요조차 없는데, 광채를 발하는 위대한 건축물은 나를 계속 중앙역 근처에 머물게 해버린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대성당 급’의 건축물을 많이 봐와서 이제 어느 정도 ‘랭킹’을 매길 수 있는경지에 올라섰다고 생각했는데 쾰른 대성당은 나의 ‘순위 체계’를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첨탑으로 향하는 509계단을 오르며 뜬금없이 오데 코롱(Eau de Cologne)을 떠올리는 나. Köln을 로마가 점령하고 있을 때는 ‘Cologne’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나폴레옹 황제가 좋아해서 더 유명해 졌다는 이 ‘쾰른의 물’을 첨탑에서 내려가면 꼭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행은 뜬금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더 재미있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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