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사회를 비추다
신조어, 사회를 비추다
  • 손희서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 승인 2018.12.03 00:54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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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V나 인터넷 등의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신조어’란,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생긴 개념 등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말이나 사람들이 오래 사용하여 새로운 단어가 된 외래어 등을 뜻한다. 신조어는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신조어는 세대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혐오적인 표현을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신조어의 다양한 면모들에 대해 본지와 함께 알아보자.
 

  사회상을 반영하는 시대별 신조어

  우선 사회상을 반영하는 신조어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폭발적인 경제 성장이 이뤄졌던 1980년대부터다. 그 중 ‘복부인’은 부동산을 투기해 금전적으로 큰 이익을 꾀하는 가정부인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또한 요즘까지 종종 쓰이는 ‘프리미엄’은 부동산 전매 시 웃돈이나 특정 부류에게 주어지는 혜택 특권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당대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사회의 분위기를 지배했던 만큼 독재정권을 속되게 이르는 신조어들이 많았다. ‘땡전뉴스’는 그 당시의 가장 대표적인 신조어로,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는 통제되고 일방적인 뉴스를 비난조로 이르는 말이다. 또한 권력에 아부하는 이들을 풍자하는 신조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 예로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딸랑딸랑(상사의 종이 되겠다는 의미)’ 등이 있다.

  이어 지난 1990년대에는 소비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신조어들이 유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오렌지족’과 ‘X 세대’가 있다. ‘오렌지족’이란 부모의 자산을 바탕으로 강남 일대에서 향락적인 소비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가리킨다. 이는 당시 정치 및 사회적으로 개방된 사회 분위기와 자유분방한 소비생활을 누렸던 20대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X세대’란 적극적인 소비행위를 통해 이전 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20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생산 지향적이었던 이전  세대에 비해 1990년대의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풍요롭고 자유로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러나 지난 1997년에 찾아온 IMF 금융위기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악화된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신조어로는 △동태족 △황태족 △생태족이 있다. ‘동태족’은 한겨울에 퇴직당한 사람을, ‘황태족’은 황당하게 퇴직당한 사람을 뜻한다. 또한 ‘생태족’은 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된 사람을 칭해 부르는 신조어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8년에는 약 127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리고 실업자 수는 지난 1997년의 56.8만 명에서 149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1990년대에는 PC통신의 등장으로 통신 언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PC에서는 △방가방가 △하이루 △되세염 등의 신조어가 빠르게 전파됐다. 모니터 화면을 캡처한 모습을 ‘갈무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PC를 통한 온라인 게임이 유행하면서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초성체와 줄임말 사용이 유행했다. △즐 △ZZZ △-.-(얼굴 표정을 기호를 나열해 나타낸 것) 등이 그 예시다.

  2000년대에는 부모들의 강한 교육열이 여러 신조어를 창조하기도 했다. 그 예로 ‘교육특구’, ‘강남키즈’등이 있다. ‘교육특구’란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그 일대를 이르는 단어이다. 또한 ‘강남키즈’는 강남 일대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어머니의 강한 교육열이 추구하는 일생을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또한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며 핸드폰을 일상화하게 된 이들을 칭하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골뱅이 세대’는 컴퓨터 및 인터넷 이용이 일상화된 세대를 칭하는 말로 정보화된 사회를 반영하며, ‘엄지족’은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빠르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신세대를 뜻한다.

  이어 2000년대에는 초반부터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게 되면서 이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이 대거 등장했다. 취업난과 더불어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20대를 뜻하는 말인 ‘88만원 세대’가 그 중 하나다. 88만 원은 당시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월 평균 임금인 119만 원에 20대의 평균 소득 비율 74%를 곱한 금액으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현실을 보여준다.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캥거루족’은 학교 졸업 후 나이가 들어도 취직을 하지 못하거나, 취직 후에도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이는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해 청년들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된 사회상을 반영한다. 이러한 현실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가 대거 발생하게 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 당시에 이들은 ‘니트족(NEET)’이라고 불렸으며, 이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이다.

  현재 2010년대에는 지속되는 취업난과 불안전한 고용문제들로 인해 보이는 20대들의 무기력한 모습과 사회비판적인 모습이 투영된 신조어가 나타나고 있다. ‘취업 절벽’, ‘임금 절벽’은 당시 임금이 오르지 않고 취업이 어려운 사회를 보여준다. 불안정한 고용문제를 반영하는 단어로는 ‘이케아 세대’가 있다. 이케아는 다양한 제품과 다채로운 디자인을 갖춘 것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가구를 판매하는 브랜드이다. 이를 20대 청년에 비유해, 교육수준과 스펙이 뛰어나지만 낮은 임금에 고용되는 이들을 이케아 세대라고 부른다. 이는 청년들이 상향된 준비 능력에도 불안정하게 고용되고 낮은 임금을 받게 되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사회 불황으로 ‘달관 세대’라는 단어도 생겼다. 이는 돈벌이, 출세에 초월해 희망과 의욕이 없어진 청년층을 일컫는 말이다. 또한 취업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고 무기력해진 청년들을 보여주는 단어들도 생겼다. 그 중 ‘N포 세대’는 어려운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한다. 취업 및 성공을 위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의미하는 ‘3포 세대’부터 △건강 △외모 △꿈 △희망 등까지 포기한 청년층을 의미하는 ‘9포 세대’까지 탄생했다.
 

지난해 11월 방영을 종료한 tvN ‘SNL 코리아 9’의 코너 중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2’다.
지난해 11월 방영을 종료한 tvN ‘SNL 코리아 9’의 코너 중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2’다.

  연령층 별로 사용하는 신조어 달라…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신조어는 최근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더욱 빠른 속도로 생성되고 있다. 연령대 별로 사용하는 신조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르바이트 소개사이트인 알바몬과 취업정보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지난 10월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로 ‘맛있다’는 뜻을 내포한 △존맛 △존맛탱 △JMT을 언급한 비율은 46.6%로 가장 높았다. ‘정말, 매우’등 강조의 의미를 담은 △개○○ △핵○○ △존○○의 경우에는 38.7%으로 2위를 차지했다. ‘TMI(Too Much Information)’는 34.9%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30대 응답자 사이에서는 ‘불금’이 3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존맛 △존맛탱 △JMT이 27%로 2위를 차지했다. ‘헐, 헐랭’이 26.5%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40대는 △불금 △혼밥 △개○○등의 단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들 사이에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직장인들만의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퇴근을 하지 못해 사무실을 떠날 수 없는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사무실 지박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으며, 퇴사 준비생이라는 뜻의 ‘퇴준생’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이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늘 회사로부터 퇴직을 권고 받을 것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워라밸 (Work-Life-Balance)’이란 20대 및 30대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으려는 경향을 반영한 단어이다. 지난해 9월 잡코리아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조어 사용 현황’ 설문 조사 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신조어에 관한 인식은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응답자 중 53.6%는 ‘의미가 괜찮거나 상황을 잘 표현하는 신조어에 한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흥미롭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라는 응답이 11.2%에 달했다. ‘나는 사용하지 않지만 타인이 사용하는 것에는 반감이 없다’는 직장인이 23.1%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 2015년 SK텔레콤 캠퍼스리포터가 20대를 대상으로 실행한 ‘2030세대의 신조어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중 68%가 “내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데 마땅한 단어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또한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15%,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가 12%로 그 뒤를 이었다.
 

  혐오 신조어 증가,규제 움직임 보이기도

  혐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온라인에 게재된 차별·비하정보 심의 건수는 총 3,022건이었다. 차별 및 비하정보 심의 건수는 △2014년 861건 △2015년 1,184건 △2016년 3,022건 △2017년(1월~6월) 1,35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아르바이트 소개사이트인 ‘알바몬’이 지난 10월 실시한 신조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 중 53.3%가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신조어는 벌레 충(虫)자를 접미사로 붙인 것이었다. 이에 해당하는 신조어로는 △‘맘충(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비하하는 신조어) △설명충(설명하기를 좋아하는사람을 비하하는 신조어) △진지충(진지한 사람을 비하하는 신조어) 등이 있다. 응답자 중 42.6%는 특정대상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불편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틀딱(노인을 비하하는 신조어) △’급식충(초·중·고교학생을 비하하는 신조어) △‘똥꼬충(남성 동성애자들을 비하하는 신조어)’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응답자 중 37.2%는 ‘김치녀(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 ‘한남충(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 등의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신조어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혐오 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접한 후 정신적인 어려움을 경험했냐는 질문에 △장애인 58.8% △이주민 56% △성소수자 49.3%가 긍정했다. 이에 혐오 표현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중이다. 현행법상으로 특정인을 지칭한 비하 표현은 처벌받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혐오 표현들은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처벌하기 어렵다. 지난 9월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혐오 표현 금지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의하면 차별이나,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은 음란물과 같이 삭제 및 접속차단 조치된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이에 대해 “언어는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에 쓰던 단어만이 정당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최근 비난이나 혐오의 뜻을 가지는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의 몇몇 국가들은 이미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인종관계법 제6종 의하면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내용의 문서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선동할 의도로 배포하거나 공공장소 또는 공적인 모임에서 그러한 표현을 이용할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파운드(한화 146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지난 1월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특정 대상을 혐오하는 내용이 게시되면 그 내용이 게시된 네트워크의 서비스 운영업체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발효한 바 있다.

 

  세대 격차 심화시키는 신조어, 언어 파괴 논란도 있어…

  신조어는 세대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인식된다. 아르바이트 소개사이트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 20~4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9.2%가 ‘신조어 때문에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신조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검색해 본 20대 응답자는 무려 96%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 2015년 ‘노잼(No와 재미가 합쳐진, 재미가 없다는 신조어)’ 인지도 조사를 한 결과 이를 알고 있는 60대 이상은 3.7%, 50대는 16.7%
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재미있게 쓰는 표현의 자유를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언론매체에서 제한적인 사람에게 해당되는 언어를 발굴해 쓰는 것은 문제”라며 “개인끼리만 통용되는 신어가 방송에 나올 경우 상황맥락 안에서만 뜻이 해석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조어가 언어 파괴에 큰 몫을 한다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학생 교복업체인 엘리트가 지난 2016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4.3%가 신조어 사용이 한글 훼손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에 지난 10월 방통위는 방송언어와 관련하여 심의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방송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결정에 따라 방송에서의 신조어나 줄임말 등에 대한 감시와 감독이 강화될 예정이다.
 

지난 3월 숙박예매 사이트인 야놀자가 발표한‘2018 신조어 테스트’의 문제지다.
지난 3월 숙박예매 사이트인 야놀자가 발표한‘2018 신조어 테스트’의 문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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