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으로 보는 정책과 사회
청원으로 보는 정책과 사회
  • 조연우 기자
  • 승인 2018.12.03 00:44
  • 호수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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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게재돼 답변을 받은 청원(이하 국민청원)은 사회 문제 현안을 볼 수 있는 주요한 공간이다. 청원이 제기돼 많은 사람의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정부가 답변한 국민청원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기로 했다. 본래 국민청원은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미래 △성장동력 △농산어촌 △보건복지 △육아/교육 △안전/환경 △저출산/고령화대책 △행정 △반려동물 △교통/건축/국토 △경제민주화 △인권/성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기타 17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이를 재분류하기 위해 본지에서는 △젠더 이슈 △안전 △경제 △언론 및 사이버 공간 △기타로 분류했다. 분류 첫 문단에 나열된 청원은 참여 인원이 많은 순서대로 나열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국민 소통 플랫폼의 일환으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정치 철학 하에 도입됐다. 이는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해 신설됐으며, △정치개혁 △외교/통일/국방 △일자리 △육아/교육 △안전/환경 △반려동물 △인권/성평등 △문화/예술/체육/언론 등 17개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또한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참여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부처 장관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 보좌관 등 청와대 관계자가 답변하는 것이 원칙이다. 별도의 가입 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계정으로 로그인해 누구나 청원을 제기할 수 있고, 같은 방법으로 청원에 동의할 수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5만 1천여 개(지난 1일(토) 2시 기준)의 청원이 등록됐다.

  국민청원 게시판은 미국 백악관의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참고했다. 백악관의 ‘위 더 피플’은 지난 2011년 9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탄원 서비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12월 현 정부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며 폐쇄됐다가 올해 2월에 다시 개설됐다. 위 더 피플은 30일 동안 1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할 경우 정책 관련 전문가가 60일 이내에 공식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청원 게시판은 국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의견을 내는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플랫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모든 개인의 게시가 가능하므로 부정확한 사실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 정확한 과정과 결과가 나오기 전에 여론 재판이 우선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은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순기능이 크다고 보고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젠더 이슈

  국가에서 답변한 55개의 청원 중 젠더 이슈에는 10개를 포함했다. 젠더 이슈에는 여성 및 성소수자 문제 관련 청원 그리고 여성 대상 범죄 대응과 관련된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불법촬영 범죄 성별 편파수사 △리벤지 포르노 처벌 강화 △무고죄 특별법 제정 촉구 △낙태죄 폐지 및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대구 동성로·서울 시청광장 퀴어문화축제 개최 반대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매뉴얼 중단 요청 △비혼모를 위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제정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 및 불법촬영 범죄 처벌 강화 △웹하드 카르텔 및 디지털 성범죄 산업 특별 수사 요청 청원이 해당됐다.

  42만여 명이 참여한 청원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는 지난 5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범죄(이하 홍대 불법촬영 범죄) 이후 나온 청원으로, 위장·몰래카메라 판매 금지 및 불법촬영 범죄 처벌 강화 청원과 함께 답변됐다. 홍대 불법촬영 범죄는 한 여성 모델이 피해 남성 모델과의 말다툼 이후 피해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불법으로 촬영해 여성우월주의·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 유포한 사건이다(본지 1210호 ‘불법촬영, 성별, 그리고 온도 차’ 참조). 피의자 검거를 위한 수사 속도가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사건에 비교해 신속하다는 편파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경찰청 이철성 전 청장은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당연한 원칙이나, 그렇지 않다고 체감한다면 더욱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정현백 장관은 불법촬영 등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2개 법안이 제정됐고, 앞으로 최소 6개 법률이 제·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터와 거리를 오가고, 성별로 인해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않는 날이 올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고죄 특별법 제정 청원과 대검찰청의 성폭력 수사메뉴얼 중단 요청 청원은 국내 ‘#MeToo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제기됐다(본지 1202호 ‘#MeToo’ 참조). 전자는 “미투운동이 일부에 의하여 심각하게 변질되고 있다”며 이를 처벌하기 위한 무고죄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후자의 경우 성폭력 수사매뉴얼에서 ‘성폭력 사건 수사 종료시까지 원칙적으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고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 부분의 시행을 중지하라는 청원이다.

  이에 대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무고죄의 형량을 올리거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적절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나라 무고죄의 법정형이 위증죄나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낮지 않은 상황이고, 타국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에 해당한다는 점을 짚었다. 또한 억울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재판이나 처벌을 받지 않고, 악의적인 무고사범이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면밀하게 수사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2월에 제기돼 21만 7천여 명이 참여한 후 마감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제정 청원은 덴마크에서 시행되고 있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양육비 대지급제’는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또한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양육비를 대지급하고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양육비를 원천징수한다(본지 1207호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청원 20만 넘어…미혼모 고충 덜까’ 참고). 염규숙 여성가족 비서관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양육비 대지급제 관련법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월 대지급제를 포함한 ’양육비 이행지원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 연구용역을 시작해 실효성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답변 전날 열린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한 부모 아동 양육비 지원 대상과 규모의 확대가 논의됐다. 또한 전세임대주택 임대보증금 전액 정부 지원 등 구체적인 양육비 지원이 협의 중에 있다.

  이외에도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현행 법제가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빠져있다는 데 동의했다. 조 민정수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재개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청소년 피임교육 체계화 등 임신중절 관련 보완 대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대구 동성로와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최되는 퀴어 퍼레이드를 반대하는 청원에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서울시가 심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이며 이에 대해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점, 행사 당일 경찰 인력을 배치해 안전할 예정인 점을 설명했다. ‘초.중.고 학교 페미니즘교육 의무화’ 청원 이후 정부는 연내 초중고 인권교육 실태조사를 통해 통합적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체계화해 교육부 예산 12억 원을 활용해 교사를 위한 학습 자료를 배포할 계획이다. 

 

  안전

  ‘안전’에는 △조두순 출소 반대 △미성년자 강력범죄 처벌 강화 △광주 택시탑승시비 집단폭행 사건 조사 및 처벌 △소년법 개정 △미세먼지 우려 △성범죄 가해자로부터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배우 故장자연 죽음 재수사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요청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강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재조사 △도로교통법 개정 △GMO 완전표시제 시행 촉구 △주취감형 폐지 △성적학대 아동 구제 및 가해자 처벌 △이윤택 연출가 성폭력 피의 사실 진상규명 △피팅모델 불법 촬영 사건 엄정 수사 요구 청원이 분류됐다. 즉, 특정한 범죄 사건을 지칭하거나 실질적인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에 대한 청원이다.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조두순은 주취감형을 인정받아 22년 징역형이 선고된 아동 성폭행 범죄자다. 현행법상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 보니 무죄였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처벌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청구할 수 있다. 조 민정수석은 전자발찌 부착 기간 연장 등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언급하며 “조두순이 피해자 또는 잠재적 피해자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일은 반드시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 민정수석은 같은 날 주취감형 폐지를 건의하는 청원에 “일률적으로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규정 조항을 삭제해 감경을 금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주취감형은 헌법상에는 없는 어휘로, 심신미약으로 인정되는 범주에 해당된다(본지 1218호 ‘정신질환자, 잠재적 범죄자?’ 참고). 또한 조두순 사건 이후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성폭력 특별법이 개정된 사실을 언급했다.

  GMO 완전표시제 시행 촉구 청원의 경우, GMO 표시 강화와 학교 급식에서 GMO 식품을 제외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다. GMO 식품은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생명공학기술을 사용해 재배된 농축수산물을 말하며, GMO 완전 표시제는 원재료의 GMO 여부까지 파악해 표시하는 제도다.

  이진석 사회정책 비서관에 따르면, 완전 표시제가 시행돼야 공공급식의 GMO 식품 제외 여부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또한 GMO 완전 표시제 시행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중요하지만, 물가 인상 및 경제 계층 간 위화감 조성 우려가 있어 사회적 협의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 사회정책 비서관은 “전문성과 객관성이 보장된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노력하고, 관계부처도 협의체에 참여해 최대한 이른 시일에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9만 6천여 명이 참여한 청소년 보호법 폐지 청원은 국민청원의 1호 답변이었다.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사상 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소년원에 수감돼 각종 처분을 받게 된다. 조 민정수석에 따르면 소년원은 갱생과 사회 복귀에 중심을, 교도소는 처벌에 중심을 두고 있으며, 단순히 형사상 미성년자의 나이를 낮추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오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년법에는 10가지 보호처분의 종류가 있는데 이를 다양화해서 청소년들이 사회로 제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경제

  경제 분야에는 △전기·생활용품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 폐지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가상화폐규제반대 △경제민주화 청원을 포함했다.

  ‘전안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법으로, 국가기술표준원에서 관리하는 전기제품에만 적용하던 전기안전관리법과 의류나 가방 등에 적용했던 생활용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전기 공산품이나 유아복 등에만 적용됐던 KC인증(국가통합인증)의 대상이 일반 의류, 잡화 등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대부분의 용품들로 확대됐다. 청원인은 이러한 전안법이 영세 사업자와 소규모 제조업자에게 과도한 인증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했고,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에 따르면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9월 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류 △가죽제품 △장신구 등 안전의 우려가 낮은 제품에 대해서는 안전성 시험 및 인증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본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었으나, 청원을 통해 법 개정의 시급성이 인정됐고 지난해 12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가상화폐 규제 반대의 경우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를 통해) 국민을 보호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은 정부가 꿈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한다”며 23만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잘 알려진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일종인데, 가상화폐는 실물 없이 가상공간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또는 전자 화폐를 의미한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이 아닌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투명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사법처리하는 것은 정부가 응당 대응해야 할 영역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가상통화 거래실명제’와 ‘가상통화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의 경우 지난 4월 삼성증권에서 발생한 문제가 계기가 됐다. 삼성증권은 본래 우리사주조합원에게 한 주당 1천 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한 주당 1천 주씩 배당했다. 이렇게 실수로 잘못 배당된 주식을 일부 직원들이 시장에 내다 팔아 주가가 12%까지 하락했고, 증권 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증권회사가 임의로 주식을 발행하고 매매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비롯해 매매 체계 시스템 전반에 의문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에 따르면 주식을 매도한 직원에 대해서는 사측에서 자체 징계가 이루어졌고, 검찰의 수사도 진행됐다. 금융위원회에서는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 중에 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이번 사안은 착오로 잘못 입고된 주식이므로 공매도 제도 자체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 외 경제민주화 청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이 제시한 경제민주화를 지지하는 청원으로,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그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답변이 이루어졌다. 

 

  언론 및 사이버 공간

  언론 및 사이버 공간 분야에는 △‘TV조선’ 종편 허가 취소 △‘일간베스트’ 폐쇄 △‘네이버’ 수사 △‘디스패치’ 폐간 청원이 포함됐다.

  TV조선의 종편 허가 취소 청원과 디스패치 폐간 청원의 답변에서는 헌법21조상 규정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언급됐다. 따라서 정부의 언론사 규제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TV조선은 △허위 △과장 △날조 보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청원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3년 단위로 하는 재승인 심사에서 취득한 점수와 그동안 받은 법정 제재에 대해 설명했다. 디스패치의 경우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는 이유로 폐간이 청원됐다. 정 센터장은 언론중재위원회에 피해구제를 위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등을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언론보도의 옳고 그름, 틀리고 맞음을 정부가 나서서 판단하는 일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간베스트는 △허위 △비하 △명예훼손 등의 문제적 게시물이 다수 게재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사이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일간베스트 폐쇄 청원에 대해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명예훼손 등 불법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후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정보의 처리 거부, 정지, 또는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개별 게시물 단위로 불법정보를 판단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웹사이트 전체 게시물 중 ‘불법정보’가 70%에 달하면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한다.

  네이버 수사 청원의 경우 네이버에 게재된 기사에 여론조작으로 의심되는 댓글과 댓글 추천수가 문제시 됐다. 네이버 측에서는 청원이 제기된 다음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정 센터장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타

  기타에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토로하는 청원 및 네 가지 분야로 묶이지 못한 청원들을 분류했다. △난민법 및 난민제도 제고 △김보름, 박지우 선수 자격박탈 및 빙상연맹 엄중 처벌 △어린이집 아동학대 처벌 강화 △음주운전 처벌 강화 청원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 파면 △식당 성추행 남성 억울 구속 △정부 개헌안 지지 △자주포 폭발사고 전신화상 장병 치료 및 국가유공자 지정 △다산신도시 실버택배 비용 입주민 관리비 충당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 △국회의원 급여 최저시급 책정 △선관위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 △정형식 판사 판결 특별 감사 △조두순 사건 피해자 가족을 조롱한 윤서인 웹툰 작가 처벌 △유기견 보호소 폐지 방지 △문재인 대통령지지 청원 △세월호 청문회 위증 조여옥 대위 징계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 제외 △동물 도살 금지법지지 △필리핀 감옥에 구금된 남편 선교사 도움 요청 청원이 이에 포함됐다.

  지난 6월에 제기된 청원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은 문화 마찰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 불법체류 외 다른 사회 문제를 먼저 챙겨주시길 부탁드리고, 난민 입국 허가에 대한 재고와 번반적 제도에 대해 폐지 또는 개정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원에는 71만여 명의 국민이 참여해 예멘 난민 신청이 급증하면서 사회 갈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법무부 박상기 장관은 난민 신청자 중 현행법 상 불법적인 과정을 거친 경우는 없으며,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난민브로커에 대한 처벌조항도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 관련 청원이 세 가지 포함됐다. 청원 ‘개·고양이 식용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과 ‘표창원 의원의 개, 고양이 도살 금지 법안을 통과 시켜주세요!’는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의 도살 금지와 식용 종식을 지지하는 청원이다. 최재관 농어업비서관은 “정부가 식용견 사육을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측면도 있어 이번 청원을 계기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200마리 이상의 유기견·유기묘가 있는 유기 동물 보호소가 폐지 공고를 받은 상황에 대해 알리는 청원도 제기됐다. 최 농어업비서관은 동물보호법의 개정을 위해, 또한 근본적으로 유기견 발생이 줄어들 수 있는 성숙한 반려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성추행으로 구속된 남편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는 청원에 대해 국가는 “2심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답변했다. 또한 “온라인 공론장인 청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주실 수는 있지만, 삼권분립 원칙상 사법부나 입법부 관련 사안은 청와대가 답변하기 어렵다”고 당부했다.

  그 외 음주운전 강화 청원 이후에는 ‘윤창호법’이라고 잘 알려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주요 키워드 ‘약자’
  국민청원, 일상을 향하다

  지난 5월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제안된 국민청원 16만 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언급 빈도수가 가장 높은 키워드는 △대통령 △아기 △여성 △처벌 △정책 △학생 △화폐 순이었다. 청원의 대상인 ‘대통령’이나 청원에서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처벌’, ‘정책’ 등의 단어를 제외하면 △아기 △여성 △학생 등 주제어의 등장 빈도가 높았다. 청와대 측에서는 “국민청원이 약자를 위한 호소가 직접 전달되는 통로 역할을 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청원 전반이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통해 국가의 답변을 이끌어낸 청원에는 개인의 억울한 사연과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토로 등이 포함됐고, 결국 정책적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실제 국민이 원하는 ‘내 삶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 국정 운영과 정책 구현에 전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플랫폼 운영에 그치지 않고 지난 6월 국민청원 애프터서비스(‘청원 AS’)를 시작했다. 이는 청와대가 그동안 답변했던 국민청원과 관련해 후속 답변을 내놓는 방식으로, 기존 답변의 이행상황을 점검한 후 국민에게 보고한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염규숙 여성가족비서관이 청와대 SNS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청원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와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에 대한 최근 경과와 새로 도입된 제도 등을 소개했다.

  이처럼 국민청원이 국민들의 실제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실제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 나타나 앞으로도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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