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담론 확산으로 다양한 변화 일어

tvN 드라마 ‘남자친구’ 속 한 장면이다.

  최근 ‘역클리셰’로 주목받은 tvN 드라마 ‘남자친구’가 종영했다. ‘남자친구’는 이혼한 호텔 대표 ‘차수현(송혜교)’과 가난한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란 신입사원 ‘김진혁(박보검)’의 연애를 다룬 멜로 드라마다. 


  ‘역클리셰’는 클리셰(예술 작품에서 흔히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를 뒤집었다는 의미로, ‘남자친구’는 남녀 주인공에게 부여됐던 전형적인 역할을 전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경제적 여건의 차이가 큰 남녀 커플을 다룰 때 주로 남성이 우월한 쪽에 위치해왔다. 이러한 구도는 ‘캔디’형 여성 주인공이 동화 ‘신데렐라’적 서사를 이루는 것으로 흔히 비유된다. ‘캔디’형 여성 주인공은 국내 ‘들장미 소녀 캔디’로 잘 알려진 만화영화 ‘캔디캔디’의 주인공 ‘캔디’처럼 여성 주인공이 가난하고 불행한 삶 속에서도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한 ‘신데렐라’적 서사는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과 함께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온 ‘신데렐라’가 왕자의 눈에 들어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되는 이야기와 유사한 구조를 말한다. 잘 알려진 드라마 중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파리의 연인 △주군의 태양 △꽃보다 남자 등이 이러한 관계를 기본 골자로 한다.


  반면 ‘남자친구’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반전돼 ‘캔디’와 ‘신데렐라’를 남성 주연이 맡아 ‘역클리셰’가 됐다. 차수현은 당 대표 출신의 정치인 아버지를 두고 있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정치 활동을 돕고, 집안의 이익에 맞춰 재벌가 아들과 결혼한 후 이혼하는 등 자신의 선택과 무관한 삶을 살았다. 오수경 드라마 칼럼니스트는 “‘재벌 남성’은 통상 자기 상처나 고독을 타인에 대한 무례나 폭력으로 표출하는데 차수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좋다”고 밝혔다. 남자 주인공인 김진혁은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밝은 성격을 잃지 않고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인물이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여성 주인공이 그랬듯 훌륭한 외모와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류진희 문화연구자는 “성별 반전 로맨스는 미러링(차별적인 언행에 대해 성별을 바꿔 보여줌으로써 만연해 있는 차별을 선명히 보여주는 기법)에 환호했던 여성 대중을 타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남자친구’ 외에도 이러한 변화는 꾸준히 일어왔다. 최근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 로맨스 드라마는 주로 고착화돼 있는 젠더 구조를 깨거나 뒤집는 형태다. 지난해 상반기에 방영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연상의 남성과 연하의 여성이라는 보편적 커플 구조를 깼다(본지 1208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연상녀 커플의 사회적 편견 깨나…’ 참고). 또한 ‘남자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는 ‘남자친구’와 비슷하게 경제적‧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과 평범한 남성이 조연 커플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직업인으로서의 욕망을 남성의 전유물처럼 다뤘던 기존 드라마와 달리 목표지향적인 여성 앵커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욕망을 다루는 ‘미스티’가 방영되기도 했다. 젠더와 관련된 담론이 다양해지며 다양한 구조와 관점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추세다. 


  한편 드라마 ‘남자친구’가 남긴 한계점도 있다. 우선 성별에 따른 클리셰는 뒤집었으나 전형적인 신데렐라 서사는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선한 설정을 차용한 점은 고무적이나 기존 드라마와 같은 진부한 이야기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한 반대에 부딪치는 등 외부적인 갈등은 빚었으나 두 주인공의 관계에서 비롯된 내부적인 갈등은 부재해 지루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의 큰 기대를 나타냈던 첫 시청률과 달리 극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시청률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뒤따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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