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1」 김영탁 저
「곰탕 1」 김영탁 저

  ‘곰탕’ 이 두 글자만 봤을 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친구가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얼떨결에 읽게 되었다. 본업이 영화감독인 작가는 텍스트만으로도 마치 영화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특히나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 속도,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들이 어우러져 이 책의 매력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제목만 봤을 때는 이게 왜 시즌2까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초반만 읽었을 뿐인데도 내가 넘기고 있는 책장이 너무나 아까웠다. 다 읽어버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워져, 은근히 아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책의 내용에서 곰탕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큰 맥락에서 봤을 때 곰탕 레시피를 알아내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다는 점에서 ‘곰탕’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과거 속에서 이루어지는 영화같은 일들이 주 내용이다. 조금 자극적인 부분이 있긴 하다. 인간이지만 악마와 같은 행동들이 나타나는 부분이 그러했다. 그러나 이 또한 원인이 있는 결과였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자극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가족애를 다룬 면도 스토리에 스며들어 있어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시간여행이라는 특성상 한 시기에 50대 아버지, 아들 19세 ‘이순희’, 그리고 그의 아들 ‘이우환’이 함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손자인 이우환은 시간여행자로, 50대이다. 즉 이우환은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족애가 스며들어 있다. 이우환만이 그들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쓰였기에 더욱더 끌렸다. 이 시점은 자칫 독자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도 있으나 ‘곰탕’만큼은 이를 빗나갔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비롯한 이기심도 보았고, 과거와 미래를 오갔지만 가족주의의 성격은 여전하다는 것을 배웠다. 책을 읽는 것에 흥미가 없다면 ‘곰탕’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책으로 독서를 시작하면 다음 책은 신중히 골라야 할 것 이다. ‘곰탕’의 여운은 매우 길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