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화두다. 게임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항상 수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어린 아이부터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서 게임은 사행성과 과몰입의 문제가 있어서 질병코드로 분류하자는 목소리가 커가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 국제질병 분류를 한 이래 한국 정신의학계는 게임 콘텐츠에 대한 게임 질병코드 분류에 큰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게임이 질병코드로 분류되면 게임장애를 정신 질환으로 간주되어 진료비 청구가 가능해진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수익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또 다른 쪽에서 보면 VR을 이용한 기능성게임, 즉 ‘게미피케이션(Gamfication)’이 의료와 새로운 협력모델로 발전하는 추세다. 이들이 관심 갖는 분야는 바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치료다.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VR게임이 환자들에게 통증 완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
 

참전 용사를 위한 Bravemind PTSD 치료법
참전 용사를 위한 Bravemind PTSD 치료법

  특히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 전쟁 경험을 한 참전 용사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완화하기 위한 VR기능성게임은 이미 100개 이상의 미국 기반 군대가 사용할 정도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정신질환을 유발한다는 게임이 다시 정신질환을 치료한다니 말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게임의 가능성과 그 파급력이다. 게임은 실로 적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할 뿐만 아니라 게임을 어떻게 적용 하느냐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력은 대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단언컨대 21세기의 미디어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게임은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했던 다른 매체, 즉 극장이나 라디오, 사진기, 그리고 TV보다 훨씬 강력한 미디어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게임이란 미디어를 어떻게 적용하고 사용할 것인가는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코 묻은 돈에 눈이 멀어 있다면 과몰입과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이 될 것이고, 우리가 예술적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게임아트가 될 것이다. 즉 문제는 게임이란 미디어가 아니라 그 미디어를 이용해 만들어낸 콘텐츠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게임 전체를 질병코드로 분류하고자 할까? 답은 우리 주변에 사행성 게임콘텐츠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사실 게임의 문제는 게임이라는 미디어 자체가 아니라 이를 만든 업계와 사용하는 게임 플레이어의 책임이다. 우리는 이것이 사행성이며 과몰입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비슷한 유형의 게임을 개발한다.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과몰입과 사행성을 비판하면서도 그러한 콘텐츠를 플레이하기 위해 아낌없는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투자자는 그러한 게임 개발을 요구한다. 게임회사는 겉보기에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의 게임을 내놓는다. 국내 게임의 현황은 만드는 자와 사용하는 자의 욕망이 상호 작용하는 악순환 속에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모든 게임을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게임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라 생각된다. 지금까지 게임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결과로 21세기를 대표하는 미디어에 질병이라는 족쇄를 채우는 일은 없어야 하니 말이다. 앞으로 연재될 ‘게임 포레스트(Game Forest)’를 통해 우리는 게임이라는 미디어를 숲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해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시점으로 게임을 바라보도록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이란 미디어가 어떤 영역으로 확장, 융합, 발전되어갈 것인가를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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