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대법원에서 소위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들의 신념에 대해서 인정한다는 게 취지인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일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현역병의 2배 정도의 기간에 해당하는 36개월가량의 복무기간에 대해서 징벌적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누리꾼들의 갑론을박도 상당하다.

  우리가 여기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현역장병 및 입대 예정 장병의 입장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직업으로 군인의 길로 나가려는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군대에 자진해서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 아래 수많은 위험들을 그들이 떠안고 있다.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줄 정도의 대체복무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누가 군대를 가려하겠는가. 최근 뉴스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종교인 ‘여호와의 증인’ 가입 문의가 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 기저엔 해당 종교집단에 일원이 되면 군대를 안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는 것이 가입문의의 큰 요인일 것이다. 병역기피의 수단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기이한 현상을 막으려면 현역병과 입대 예정 장병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그들은 직접적인 당사자다. 현역에 비해서 과도하게 가벼운 수준이라면, 사병들의 사기 저하가 예상될 뿐 아니라, 병역기피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요소들을 충분히 또 빈틈없게 고려하여 대체복무의 복무난이도나 기간 및 사회공헌도를 정해야 한다.

  과거 군의 폐쇄성과 구타 가혹행위로 대표되던 군의 부끄러운 낯면은 개선되고 있다. 또한 봉급인상 등 처우 개선도 많은 부분에서 이뤄지고 있다. 군 역시 가고 싶어 하는 군대를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군의 이런 노력이 외부 바람에 밀려 구성원 사기저하와 기피증가로 물거품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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