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참됨, 선함과 더불어 인류가 추구해온 지고의 가치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누구나 삶을 살아가며 완성을 향한 계획을 세우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중에 완성에 이르지 못하고 마감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완성은 철학자 니체가 인간을 가리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동물’ 이 라고 정의하거나 또는 철학적 인간학자 겔렌이 인간존재를 ‘결핍존재’라 불렀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완성이 완료형이라면 미완은 항상 진행형이다. 예술가가 처음 의도한 형상, 즉 선형상이 완성으로 마무리되기위해서는 선형상과 형상의 완전한 일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예술가가 지닌 내면적 창조 충동이나 의지가 그대로 완성되어 작품에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술창작과정에서 미완성의 탁월한 예는 단연코 미켈란젤로일 것이다. 원래 그는 르네상스 시대에 걸맞게 작품의 완성을 추구했거니와, 자신의 마음속에 새긴 이미지를 완전하게 실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현실의 물질적 조형수단을 빌어 마음속 이미지를 조형화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긴장이 작업의 밀도를 말해준다. 미켈란젤로에 서 소재로서의 돌덩어리는 예술작품의 모든 열린 가능성을 담고 있다. 특히 미켈란젤로 의 후기 작품에서 보인 정신과 신체 사이에 놓인 창조적 긴장을 엿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미완성을 뜻하는 ‘논 피니토(Non Finito)’는 예술에서 작품을 의도적으로 미완성 상태로 남겨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미완성은 우리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작품의 최종적인 완성된 모습을 상상케하여 예술창작의 과정 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예술가의 창조적 충동이나 의지는 완성된 그대로 작품에 나타나 있지 않다. 미완성의 주된 근거는 예술가의 내적 창조 정신으로부터 나온다. 미완성은 아마도 이상과 현실의 틈, 이념과 형태의 불일치에서 비롯될 것이다. 미완의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압축된 상징적 의미로 인해 완전한 형태 못지않게 미적 정서를 환기시켜 준다. 이는 부분의 표현으로서 전체의 의미를 압축해서 내포하고 있으며, 부분으로서 전체를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이와 같은 암시는 우리의 삶의 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겠다. 매 순간의 과정에 완성을 향한 의지가 집약되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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