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헌법제정 시 환경보호조항의 바람직한 형태
통일헌법제정 시 환경보호조항의 바람직한 형태
  • 고문현 교수 (법학과)
  • 승인 2019.03.11 00:13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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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뿌연 미세먼지가 한반도 전역을 온통 뒤덮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는 미세먼지 주의보로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된 ‘마스크공화국’이 되었으며 미세먼지가 두려워서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미세먼지 문제는 한반도 내 석탄화력발전소나 정유회사 등으로부터 비롯될 뿐만 아니라 급속한 산업화의 과정에 있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영향의 크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렇듯 미세먼지 문제는 한반도에 있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중화인민공화국 등의 존망과도 직결되어 있는 국제환경문제이다. 앞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통일을 준비하거나 통일을 이루게 되면 통일헌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통일헌법을 전체적으로 기술하기에는 지면이 한정되어 있는 관계로 여기에서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의 현행 환경조항을 살펴보고 통일헌법의 제정 시 어떠한 규정형태가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987년 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환경보호를 국민의 권리[기본권(Grundrecht)]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2016년 개정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 제57조에서 “국가는 생산에 앞서 환경보호대책을 세우며 자연환경을 보존, 조성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여 인민들에게 문화위생적인 생활환경과 로동조건을 마련하여준다.”라고 규정하여 환경보호를 기본권 조항의 형태가 아니라 국가에게 환경보호의 과제를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목표조항(Staatszielbestimmung)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양 규정의 궁극적인 차이는 국가목표조항으로부터는 국민의 권리를 도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 터잡아서 국민은 환경권을 침해하는 공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대법원은 헌법상 환경권을 추상적 권리로 새겨서 “헌법 제35조에서 환경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승인하고 있으므로, 사법(私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이러한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배려해야 하나,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의 환경권에 관한 위 규정만으로는 그 보호대상인 환경의 내용과 범위, 권리의 주체가 되는 권리자의 범위 등이 명확하지 못해 이 규정이 개개의 국민에게 직접으로 구체적인 사법상(私法上)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또 사법적 권리로서의 환경권이 인정되려면 그에 관한 명문의 법률규정이 있거나 관계 법령의 규정취지나 조리(條理)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되풀이하여 판시(대법원 1998.4.24. 97누3286)함으로써 기본적으로 환경권의 구체적 권리성을 부인하고 있는데 이것은 환경권의 불확정개념적 특성에서 나오는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지만 환경권의 규범력 확보를 위하여서는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보호를 통일헌법에 규정할 때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는 환경을 더욱 강하게 보호하기 위하여 국가목표조항의 형태보다는 기본권조항의 형태로 규정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통일헌법에서 규정한 환경권의 해석을 추상적 권리가 아니라 구체적 권리로 새겨 국민이 헌법상 환경권 규정에 터잡아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고라니에게 가스마스크를 판다(Dem Elch Eine Gasmaske Verkaufen)”는 희언(戲言)이 삶의 현실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삼천리 금수강산을 잘 보전하여 미래세대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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