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 김지은 기자
  • 승인 2019.03.11 00:00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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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금)은 111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갖고자 궐기하며 시작됐다. 당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을 기리며 시작된 여성운동은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구호와 함께 퍼져나갔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상징한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8일(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을 위한 도약’을 발표했다. 이는 불평등한 여성 노동 현황을 담은 보고서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7년동안 남녀간 고용률 격차는 2%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가 받는 임금보다 20%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더불어 여성은 취업에 있어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으며, 유리천장에 갇혀 고위직에 진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고위직 여성의 비율은 27.1%로, 30년 동안 미세한 증가를 보였을 뿐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17년 성별임금격차와 변화와 여성 내 임금불평등 경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 시간당 임금격차는 30.7%에 해당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며, 2016년 기준 OECD 평균치인14.1%의 2배를 넘어선다. 임금격차 37.9%로 정점을 찍은 2010년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에 있으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성미 부연구위원은 “고학력 집단의 중상위 임금불평등은 여전하고, 중고임금, 고임금 비중의 변화가 없는 점 등 임금불평등 개선은 여성 전반에 해당하는 결과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저학력이나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임금격차는 개선 정도가 미미하다.

  이에 지난 8일(금) 광화문 광장에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3시 STOP 조기 퇴근 시위’가 진행됐다. 이는 성별 임금격차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여성 노동자는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이날 행사는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정의당 여성위원회 등 13개 여성 노동계 단체가 주최했으며, △자유발언 △여성노동자 163명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나의 페이 미투’ △선언문 낭독 등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인천 △경산 △대구 △경주 △부산에서도 동일한 시위가 진행됐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3회 3시 STOP 조기 퇴근 시위’ 주최 측에서 주된 성차별
요소를 카드뉴스로 제작해 보여주고 있다.
여성 노동자의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의 페이 미투’를 통해 수집된 성차별 경험에 대한 글을 적은 판넬을 부순 후 날리고
있다.

  ‘나의 페이 미투’는 여성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겪는 성차별 경험을 고발하는 운동이다. 미투 내용은 크게 △여성을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하거나 주요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등의 차별 △임금차별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한 불이익 △여성에게만 꾸미기 강요 △반말 및 성희롱 △부적절한 호칭 등 하대 등으로 분류됐다.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직접 경험한 성차별 요소를 고발하고 있다.

  “2년 계약직으로 인력업체를 통해 고용된 사원들의 직급 명칭 자체가 ‘여사원’이었습니다. 하는 일은 서무, 장보기, 음식 돌리기, 전표 처리, 남직원들 대화 상대. 이들은 모두 이십대 초중반이며 미혼입니다. 남직원들 사이에 ‘얼굴보고 뽑는다’는 소리가 만연했습니다”

  “저는 20년차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연차의 동갑 남성과 연봉이 2천만 원 가량의 차이가 납니다. 높은 직급이 될수록, 해가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임신했다고 평소와 같이 일했고 특별히 배려 받은 적 없으나, 어떤 불만을 제기했더니 임신했다고 봐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도 여자냐, 여자는 화사하게 입고 일해야 회사 이미지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입사 후 모두 저에게 반말을 했고, 동기 모임에서 여자 동기들은 반말을 듣지만 남자 동기들은 존댓말을 듣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반말은 어느 순간 폭언이 되고 성희롱이 됐습니다.”

  “공기업 공채 신입사원으로 근무할 때, 기존 직원들이 신입 여성 직원들을 남성인 부장 양쪽에 앉혔습니다. 또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할 때, 기술 관련 통역을 하고 있었는데 회식 자리에서 일본인 60대 남성 엔지니어가 추근댔습니다. 제가 불편해하자 한국인 지사장은 계속 ‘접대’하라는 식으로 눈짓을 줬습니다. 이런 일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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