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불허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지난 5일(화) ‘이방인’ 회원들이 학생회관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여기에 있다’, 지난 5일(화)과 6일(수) 학생회관 앞에서 ‘인간 현수막’이 된 ‘숭실대학교 성 소수자 모임 이방인(이하 이방인)’의 회원들이 들었던 피켓의 내용이다. 이방인 회원들은 ‘숭실에 오신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 설치를 허가받지 못해 양일간 15분에 걸쳐 직접 현수막을 들었다.
 

  지난달 28일(목) 이방인의 대표자 A씨를 비롯한 6명의 회원은 현수막을 들고 학생서비스팀을 찾았다. 교내 현수막 설치를 위해서는 학생서비스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생서비스팀 최현관 팀장은 “굳이 ‘성 소수자’라는 접두사를 넣을 필요가 있냐”며 “기독교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식적인 승인은 어렵다”고 현수막 설치 불허를 통보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학교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본교는 지난 2015년 총여학생회와 이방인의 전신인 성 소수자 모임 ‘LGBT’의 인권 영화제 개최를 위한 대관을 허가했다가 행사 하루 전날 취소한 바 있다(본지 1153호 ‘성 소수자 영화 학내 상영 불허에 논란 일어···’ 참고).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인권위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기도 했다(본지 1222호 ‘본교, 인권위 시정 권고 받아… “기독교 사학 고유 권한 침해”’ 참고).
 

  이에 이방인은 지난 5일(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또다시 “기독교 정신” 뒤에 숨어 성 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억압하는 숭실대학교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방인은 성명서를 통해 △성 소수자의 인권은 논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점 △2015년에 이어 본교가 다시 성 소수자 학생의 인권을 억압하고 있는 점 △해당 현수막이 어떻게 기독교 학교로서의 정체성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5일(화)과 6일(수) 양일에 걸쳐 15분간 학생회관 앞에서 설치를 허가받지 못한 현수막을 들었다. 이후 ‘박래전 열사기념사업회 사무국’과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등의 여러 단체가 이방인을 지지하는 입장문과 성명서 등을 내놓았다. 박래전 열사기념사업회 사무국에서는 “미국 성공회와 미국장로교회에서는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며 “학교가 사유로 든 기독교 정신이라는 것도 각 기독교인이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기 나름임을 말한다”고 밝혔다. 
 

  반면 본교에서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방침이다. 본교는 지난 6일(수) 내부 회의를 거쳐 “동성애 관련 이슈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장으로 학교를 활용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기초해 불허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현행 헌법상 동성결혼을 불허하고 있고 군에서도 동성애는 처벌 대상임을 고려할 때 인권위의 권고 사항 역시 헌법을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지난 2015년 인권 영화제 개최와 관련해 “인권 영화제를 표방해 행사를 신청했기에 대관을 허용했으나, 실제 내용은 동성애를 옹호하고 홍보하는 장으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에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이방인 대표 A씨는 “공식적으로 연대를 하고 있는 단위는 아직까지 없다”며 “외로운 싸움이기는 하지만 학우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에서 성 소수자를 반대하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참으라는 말은 기독교 내 성 소수자 혐오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성경에도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듯이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게 기독교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이성애자 남성이지만 부당함을 고발하는 성 소수자 분들을 응원한다”거나 “아무리 성 소수자라고 말해도 다 동성애자로 바꿔서 이야기한다”는 등의 글이 게재됐다. 반면 “기독교 교리에 기반해 성 소수자를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학교에 왔기 때문에 소수 때문에 불편을 겪고 싶지 않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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