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대 총학생회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던 인권위원회 발족을 위해 준비위원단이 꾸려졌다. 인권위원회 준비위원단(이하 준비위원단)은 지난달 ‘술 강권금지 팔찌’ 제도를 도입해 각종 단체 행사에서 안전한 술자리 문화를 도모했고, 남자 샤워실 불법카메라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2일(토)에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총학생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새로운 술자리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자”며 인권 침해적 술게임을 개선하기 위한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준비위원단은 이후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수많은 비난에 부딪쳤다. 이러한 댓글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불편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교내 인권기구의 필요성은 지난 2016년 본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16학년도 제4차 전학대회에서는 401명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학생인권위원회 설립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2017학년도에는 익명의 학생들이 ‘학내 혐오 발언 아카이빙 계정’을 만들어 부재한 인권기구의 역할을 해내기도 했으며, 혐오 발언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다수 부착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장애 학생들이 총학생회에게 “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소통의 장이 마련돼 있지 않아 겪고 있는 불편을 해결할 자치 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인권은 지키려고 애쓰거나 투쟁하지 않아도 모두가 마땅히 가져야 할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게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주어지지 않았고, 인권기구는 그러한 것들을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환으로서 필요하다. 이에 대해 지나치다는 반응은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사실상 월권이나 다름없는데, 자의와는 무관하게 다른 개체의 권리 없음에 기대어 차별을 내면화한 사회 구조를 존속시켜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권을 불편한 것이나 예민한 것이 아닌 마땅히 그 사람이 누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순간 접해온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가깝게는 준비위원단의 행보와 지난주에 발생했던 ‘숭실대학교 성 소수자 모임 이방인’의 퍼포먼스가, 멀리는 지난 8일(금) 광화문에서 임금 차별 철폐를 외친 여성 노동자와 1908년 미국에서 여성들이 외친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는 말까지.

  인권과 관련한 담론을 예민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성숙한 관점이 보편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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