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져감에 따라 생존을 위한 유통업계의 배송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5일(화)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에 따르면, 거래액은 총 111조 8,393억 원으로 이는 지난 2017년보다 22.6%p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많은 온라인 쇼핑 업 체들은 ‘새벽 배송’을 시행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2010년대 초반 부터 신사업으로 진행되던 새벽 배송은 이제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기업에서는 필수 요건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0억 원의 규모에 불과했던 새벽 배송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40배 이상 규모의 성 장을 이루면서, 지난해 규모가 4천억 원까지 늘어났다.
 

  물류 혁명을 통해 빠른 배송의 시초가 된 아마존
 

아마존의 물류 유통 구조를 나타낸 그림.

  물류 혁명을 통해 빠른 배송의 시초가 된 아마존 ‘새벽 배송’은 저녁에 물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고객이 물건을 받을 수 있도록 새벽 동안 이루어지는 배송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 새벽 배송을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마켓컬리’가 있다. 마켓컬리는 오후 11시 전에 식품 등의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신선식품을 배송한다. ‘쿠팡’의 ‘로켓 배송’도 비슷한 형태로, 밤 12시 전에 주문 시 다음날 상품을 받아 볼 수 있다. 이외에 대형 마트와 백화점도 새벽 배송 시장에 가담하고 있다.

  이러한 새벽 배송은 미국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아마존’이 처음으로 시행했다. 지난 2005년 아마존은 회원들에게 ‘무료 이틀 배송’을 시작했다. 무료 이틀 배송은 기존 회원에게 배송비나 최소한 구매해야 하는 액수 등의 조건 없이 이틀 내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현 재는 더욱 발전해 어떤 지역과 물품인지에 따라 당일 배송이나 2시간 내 배송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아마존의 유통 시스템은 ‘주문 이행 센터’와 ‘예상 배송 서비스’를 통해 실현된다.

  아마존은 ‘주문 이행 센터’를 통해 재고 관리와 유통을 한 번에 관리한다. 주문 이행 센터 도입 전, 아마존은 고객 주문을 담당하던 부서와 물류를 책임지는 부서로 이원화 돼 있었다. 이는 두 부서 간에 정보를 전달할 시간을 필요로 했으며, 그 과정에서 추가 시간을 소비하고 고객의 주문을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을 야기했다. 이에 아마존은 재고를 관리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하나의 부서에서 수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이를 위해 △많은 수의 거대 물류 창고 △제품 다양성 확대 △직구입 시스템이 우선 마련됐다.

  아마존에서는 물품 전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현재 110개 이상의 거대 물류 창고를 가지고 있다. 물류 창고의 수가 많아질수록 고객과의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에 더욱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이는 곧 고객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물류 창고를 증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통업자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는 직구입 시스템도 도입됐다. 아마존은 과거에 유통업체를 통해 물품을 공급받았으나, 이제는 공급업체로부터 직접 공급받고 있다. 이는 몇 단계의 유통에 걸친 비용을 없앴 고 물품 공급 시간을 감소시켰다.

  또한 아마존은 ‘예상 배송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취득해 현재의 유통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는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기 전에 상품 구매를 예측하고 미리 물품을 포장해 고객과 가장 가까운 물류창고나 배송 트럭에 물품을 배송시키는 서비스이다. 무엇을 배달할지 결정할 때, 아마존은 고객의 △과거 구매 기록 △물품 검색 기록 △위시리스트 △카트에 담긴 상품 리스트를 고려하며, 고객이 어떤 창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커서를 대고 있었는지도 분석한다. 이러한 서비스의 실현은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대규모의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의 소비 행위에 대한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인공 지능으로 분석해 사업에 이용했기에 가능하다.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신광섭 교수는 “과거에는 ‘재고를 얼마나 채워야 할까’라는 질문에 누구도 명확한 답을 알 수 없었는데 많은 양의 정제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인공 지능을 활용하게 되면서 미래의 수요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제는 재고 보충, 판매, 배송 등의 계획에서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를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했으며, “이것이 물류 혁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예상 배송 서비스도 언제나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마존은 ‘관심 제품 추천 서비스’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예측에서 어긋나 제품을 반송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심 제품 추천 서비스란 고객의 과거 구매 내역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소비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실제 이 전략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아마존의 예측에 따라 구매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예측에 따라 미리 배달돼 있던 상품을 할인해주거나 재고를 다른 상품에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아마존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고객 맞춤형 선물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새벽 배송은 경제 구조의 변화를 낳고 있기도 하다. 우선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에 변화가 생겼고, 이에 따라 기업 구성도 이전과 달라졌다. 기존 온‧오프라인 기업 핵심 임원은 매장 MD(상품기획자) 혹은 물류 담당자였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기업이 변화함에 따라 데이터 흐름을 관리할 수 있는 직원이 주요 인력이 됐다. 아마존은 △수학자 △개발자 △ 컴퓨터 과학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인 쿠팡 직원의 40%도 개발자로 이뤄져 있다.

  또한 가격 조정 주기가 짧아지기도 했다. 본래 백화점 이나 대형마트 등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가격을 결정하고 바꾸는 경우가 적었다. 가격표를 바꾸는 데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가격 변동은 업체 및 소비자한테까지도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업체 가 가격을 실시간으로 변경함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체 역시 가격표를 신속히 교체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유통 방식을 착안한 국내 유통업계


  한국의 새벽 배송은 이러한 아마존의 유통 방식을 채택한 결과이다. 빠른 배송을 위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역시 빅데이터를 이용한 ‘상품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대개 소비자들의 쇼핑 심리에 영향을 주는 △날씨 △월별 상품 판매도를 나타낸 상품지수 △행사 시 매출 추이를 반영한 행사지수 △최근 판매지수 등으로 이뤄진 빅데이터로 수요를 예측하고 상품을 발주한다.

  아마존과 유사한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고객 개개인의 관심사를 파악해 개인마다 특가 상품의 노출 순서를 달리하며, 가격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전해영 연구위원은 “최저 가격이 아니라 그때그때 사람들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적의 가격을 찾아낸다”며 “이론상 존재했던 최적 가격 설정이 데이터와 인공 지능을 활용해 가능해진 것” 이라고 전했다.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상품 선택과 포장 업무 과정이 자동화되기도 했다.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물건을 집어 박스에 담는 ‘피킹’ 과정을 단축시켜야 한다. 특히 쿠팡의 경우 ‘랜덤 스토우’라는 방식을 도입해 이를 처리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가 한 제품을 구매할 때 같이 구매할 확률이 높은 제품끼리 모아둠으로써 상품 포장 시 동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글로벌 마켓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도 “여름에 잘 나가는 물건과 겨울에 잘 나가는 물건은 따로 있기에 계절별로 피킹 동선이 달라야 한다”며 “이런 동선을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짜야 하는데, 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GS fresh’의 앱에서 새벽 배송을 홍보하고 있다.
‘GS fresh’의 앱에서 새벽 배송을 홍보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업체, 독자적인 유통 방법 신설

  국내 온라인 업체, 독자적인 유통 방법 신설 아마존의 시스템을 도입한 것 외에도 국내의 독자적인 유통 시스템이 구축됐다. 쿠팡의 ‘쿠팡플렉스’, 마켓컬리의 ‘데이터 물어주는 멍멍이’ 등이 해당된다. ‘쿠팡플렉스’는 늘어나는 로켓 배송의 수요로 배송 기사가 더 필요해지자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이다. 이는 영업용 번호판이 없어도 유상 운송을 할 수 있게 해 일반인들이 개인 차량을 통해 로켓 배송을 수행하는 형태이다. 이 제도를 통해 쿠팡은 단기간 일할 배송 기사를 수시로 뽑는다. 이는 배송 물량의 변화가 큰 로켓 배송에 적합하다. 기사가 필요할 때마다 잠깐씩 일할 기사를 고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루에 4천여 명에 달하는 지원자가 쿠팡 플렉스에 지원할 만큼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인기가 많은 직종이다.

  마켓컬리의 ‘데이터 물어주는 멍멍이’는 아마존의 예상 배송 서비스와 같이 물품 주문 전 미리 수요를 예측하고 창고에 재고를 확보하거나 배송해 놓았을 때, 예상이 어긋나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마켓컬리의 데이터 분석 전담팀은 시장의 유동성을 고려해 △당일 매출 △고객 수 △ 주문 수 △객단가(고 객 1인당 평균 매입액) 등이 포함된 자료를 30분 간격으로 서로 공유한다. 이렇듯 다양한 자료에 기반한 시스템 운영 결과, 마켓컬리의 물품 폐기율은 평균 1% 안쪽으로 나타나고 있다.
 

  편리함 뒤에 공존하는 새벽 배송의 부작용

  새벽 배송 시스템에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우선 새벽 배송 주문 건수 폭증에 따라 물류 담당 부서에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포장 인력과 배송 기사 인력 등에 과부하가 걸려 약속한 시간에 배송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실제로 지난해 평일 기준 하루 859만 개의 택배가 배송됐다. 더불어 배송 서비스 부문에도 어려움이 있다. 새벽 배송 은 고객들이 자고 있는 새벽에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 문에 고객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문 앞에 배송한다. 이에 분실 및 도난 사고가 잦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건물의 경우 비밀번호를 공개해야 하는데, 보안을 위해 설정된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유출되는 것도 문제이다. 고객이 비밀번호를 적어놓지 않거나 틀리게 적어 배송 기사가 난감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과도한 일회용품 소비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도 지적 되고 있다.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다음날 아침에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업체들은 식료품을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해 △ 스티로폼 △은박 보냉팩 △에어백 △포장 비닐 등의 일 회용품을 사용 중이며, 여러 겹의 과대 포장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중 마켓컬리는 지난 1월 재생지로 만든 ‘에코 박스’를 도 입했다. 이는 보냉 기능이 있는 종이 상자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CJ ENM ‘오쇼핑’은 지난 해 6월부터 종이 완충재와 종이 테이프를 사용해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월부터는 일부 식품을 배송할 때 ‘친환경 보냉 패키지’를 도입했다. 스티로폼 박스 대신 보냉 효과가 있는 종이 박스를 사용하고, 환경에 유해한 물질 대신 물을 넣은 아이스 팩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같은 아이스 팩을 사용할 경우, 아이스 팩 사용 후 물은 따라 버리고 비닐은 재활용 할 수 있어 환경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외에도 ‘롯데 홈쇼핑’과 ‘NS 홈쇼핑’ 또한 물 아이스 팩을 사용하고 있어 환경 오염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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