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황정은 저
「디디의 우산」 황정은 저

  개개인에게는 다시 읽고 싶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 나에게 짐을 늘리는 것은 꽤나 사치스러운 행위였기 때문에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책을 읽기 전에 산다는 건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다. 그런 내가 근 일년 만에 책을 직접 사서 읽었다. 당연하게도 그 책은 황정은의 책이었다. 나에게 황정은은 언제나 ‘몇 번이고 다시 펴서 읽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 또한 그랬다. 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메모를 하곤 하는데, 황정은의 이번 작품은 마음에 드는 문장이 너무 많아서 메모를 하다가 포기 할 정도였다. 공들여 쓴 글이라는 게 문장 하나하나에 느껴졌기 때문에 나는 글을 다 읽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다시 꺼내서 읽을 것이라는 확신을 강하게 느꼈다.

   ‘혁명’이라는 주제로 묶여있는 이번 연작 소설 속 두 개의 글은 완전히 평범한, 혹은 그것보다도 더 하층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혁명’. 일상 속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이 커다란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황정은의 시선으로 읽다 보면 그들이 혁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마저도 혁명 속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은 황정은의 소설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부족하다. 책을 완독하고 덮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황정은의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황정은은 언제나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집어내는 작가이지만 이 작품은 그런 작품들 중에서도 사회 이슈들을 가장 진하게, 직접적으로 담은 책이기에 읽고 나면 생각할 거리도 많아지고, 문장을 곱 씹으며 자아 성찰을 할 기회도 생긴다. 적어도 나는 그랬기에 황정은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진귀한 경험을 권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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