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지만 학교는 가기 싫고 어질러진 방은 정리할 엄두도 나지 않아요. 하루 종일 누워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학점을 생각해서 꾸역꾸역 가방을 챙겼어요. 학교 오는 길에 문득 대학만 오면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았던 새내기 시절이 떠올랐고, 나도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어요. 그런데 나는 지금 왜 이 모양이지 하는 생각에 긴 한숨이 나고 우울해졌어요”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고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대학생 시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생 시기는 육체적으로 성장했지만, 사회적으로 성숙한 단계로 진입하는 경계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 부정적인 자아개념이 형성되고 학업과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감이 낮아진다. 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통제불능감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통제불능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심리학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한다. 특히, 학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좌절감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고등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업부담감이 낮은 대학생들도 낮은 학업성취도가 무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각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한 대학에서 학사경고자들을 대상으로 ‘밥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이후 학사경고자들의 학점이 급격히 상승해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그렇다고 모든 대학생들이 학업을 열심히 하고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학업적인 측면에서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그 능력을 발휘하고 인정받는 경험은 중요하다. 즉, 학업에서의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학업 외의 다른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무엇인든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마음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무엇인가 조금씩 하다보면 내 마음 한 켠에 작지만 하고 싶은 마음도 조금씩 싹트고(동기)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욕구)도 생기게 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한 상태로 인해 힘들다고 하면, 두 가지 실험을 해보자. 첫째, 스스로 움직이고 노력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장치를 해두자. 친구와의 약속, 학교 소모임, 비교과 활동, 힘든 일을 하고나면 스스로에 게 주는 작은 보상 목록 등 생각만해도 즐거운 일을 만 들어두자. 둘째, 자신이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모습 혹은 목표를 가능한 한 아주 작게 나누자. 아주 작은 스텝 (small step), ‘이것쯤이야’ 할 정도로 작은 목표치를 계획해서 그 목표부터 실천해보자. 어느 순간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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