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니 캠퍼스에 활기가 넘친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캠퍼스 곳곳에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해외 배낭여행 혹은 자유 여행 등의 포스터들이 눈에 띈다. 여행은 아니었지만, 지난 겨울방학 때 18명의 학생들과 함께 약 2주간의 여정으로 인도 산티니케탄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한밤중에 콜카타에 도착해 잠시 눈을 붙인 후 소형 버스를 타고 4시간여를 달려 봉사 활동 장소인 리빙 워터 스쿨(Living Water School)에 도착했다. 이곳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학교에서 약 열흘 동안 노력 봉사와 교육 봉사를 했다.

  봉사 활동 지역은 오지이거나 낙후된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잠자리도 불편하다. 주로 교실같은 데에 매트를 깔고 침낭에서 잔다. 음식도 조별로 돌아가며 준비하거나 함께 참여한 교직원들의 수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처럼 열약한 상황 속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학생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피곤한 모습 외에, 캠퍼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평온하고 만족스런 표정을 엿볼 수 있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학생들의 얼굴에서 어떻게 이런 표정이 드러날까?

  한국에 있으면 온갖 전자매체로 인해 정신이 산란하고 분산되어 편하게 휴식을 취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봉사 활동 지역에 서는 문명의 이기와 단절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다. 일상의 번잡함과 소음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같이 생활하다보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관계’에 눈을 뜨게 된다. 물론 관계를 갖다보면 불편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애틋한 학우애가 싹 튼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학우들과 우정을 나누는 가운데 어느덧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치유를 맛보기도 한다.

  벽화를 그리기에 앞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사포로 벽면의 때를 벗겨 내고 현지 학생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끌 교안 짜기에 여념이 없으며, 쉬는 시간에 담소를 나누며 깔깔 웃고, 저녁에는 학교 옥상에 누워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설거지나 청소 혹은 쓰레기 버리기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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