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Ⅴ’(왼쪽), ‘September 12th : A Toy World’(오른쪽)
‘GTA Ⅴ’(왼쪽), ‘September 12th : A Toy World’(오른쪽)

  여러분은 게임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게임은 우리를 과몰입으로 유도하고 사행성과 폭력성을 조장하기에 이를 방지하는 윤리적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렇다. 폭력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게임을 고르라면 ‘GTA(Grand Theft Auto)’시리즈일 것이다. 1997년을 시작으로 2013년 발매된 ‘GTA Ⅴ’는 2019년 공시 발표를 통해 전 세계 1억 장 이상을 판매한 게임으로 기록되었다. 현재까지 게임 역사를 통틀어 1억장 이상 판매된 단일 게임은 ‘테트리스’와 ‘마인크래프트’ 밖에 없었다. 기존의 게임이 폭력성이 있다 할지라도 이는 선이 악을 무찌르기 위한 필연적 폭력이었다면 GTA는 그야말로 무차별 폭력이 가능한 게임이다.

  이 게임이 출시된 이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게임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호주나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는 판매 금지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GTA Ⅲ’이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03년 미국 테네시주 뉴포트에서 벌어진 미성년자 총격 사건이 GTA 모방 범죄로 알려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우리가 바라보는 폭력게임의 문제점은 주로 다음과 같다. 게임은 총을 쏘거나 자동차로 사람을 치는 행위 등 범죄 행위가 가능할뿐더러 이를 장려하는 규칙 체계로 구성된다. 따라서 그러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게이머들은 가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결국 가상에서 나쁜 짓을 많이 한 게이머는 현실에서도 나쁜 짓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2010년에 소개된 ‘September 12th : A Toy World’를 살펴보자. 중동의 한 마을에 민간인과 테러리스트들이 살고 있다. 게이머는 조준을 통해 테러리스트를 저격한다. 그러나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미사일뿐이다. 따라서 테러리스트를 저격하고자 미사일을 쏠 때마다 그 주변에 있는 민간인도 같이 사망한다. 민간인들은 슬피 울며 죽은 자들을 애도한 뒤 테러리스트로 변신한다. 게이머는 다시 테러리스트를 조준하여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는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게임이 이처럼 모순되고 비윤리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이유는 게임 연구자 ‘제스퍼 율(Jesper Juul)’이 언급한 대로 게임 세계가 ‘불완전(Incomplete)’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곧 게임의 규칙이 항상 제약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을 실행한 이상 좋든 싫든 중동 마을의 누군가를 죽여야 하며, 그것은 반드시 미사일이어야만 하며, 아무리 조준을 잘 한다 할지라도 어떤 민간인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세계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미구엘 시카트(Miguel Sicart)가 그의 저서 ‘컴퓨터 게임의 윤리(The Ethics of Computer Games)’를 통해 게임 ‘September 12th’가 ‘브레히트적(Brechtian)’이라고 말한 부분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작품과 관객의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시키도록 한 독일의 극작가다. 따라서 ‘September 12th’가 브레히트적이라는 말은 게임의 제약된 규칙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고 게이머들로 하여금 스스로 윤리적 각성 상태로 되돌려 놓음으로써 자신의 행위가 과연 윤리적, 도덕적인가 하는 자문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폐쇄 공포증을 느끼는 정신 질환 환자들에게 넓은 대자연을 보여주는 대신 엘리베이터에 갇힌 VR환경에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스스로 공포증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폭력게임은 게이머들에게 폭력성을 조장한다고 볼 수 있는가?

  문제는 과연 게이머들이 미구엘 시카트의 말처럼 자신의 행위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통해 윤리적인 각성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있느냐하는 점일 것이다. 만약 우리 안에 사회에서의 옳고 그름에 대한 윤리 의식과 도덕적  판단 기준이 없다면 이러한 게임들은 브레히트적 구조로서 이화 작용을 일으키는 대신, 더 강력한 몰입을 위한 도구로 작동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폭력게임은 폭력성을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질문을 해보자. 우리는 게임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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