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보면 한국 게임은 현재 성장통 중이다. 그것도 아주 심한 성장통. 어쩌면 이대로 아프다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칠 수도 있다. 국내 게임의 역사를 바라보면 90년대 초고속 인터넷망의 구축과 함께 성장하였다. 하지만 기술의 초고속 발전과 비교하여 우리의 시민의식은 매우 낮은 상태였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게임의 불법 다운로드는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게임 개발사는 ‘무료 이용 후 유료 전환’보다 좋은 수익 구조가 필요했으며, 아이템 유료화라는 ‘캐시 아이템’은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넥슨은 ‘퀴즈퀴즈(2001)’에서 캐릭터를 꾸미는 아이템에 유료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카트라이더(2002)’에는 확실한 캐시 아이템 방식을 정착시켰다. 
 

카트라이더(2002)
카트라이더(2002)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게임 개발사는 개당 아이템 가격을 급격히 올리거나 일정 기간 후 구매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신규 아이템의 재구매를 부추기거나, 유료 게임에 또 다른 혜택을 얹은 버프(Buff)이용권을 판매하는 등 수익 발생을 위한 온갖 꼼수를 부리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국내 게임에서 판치는 ‘과금’ 방식이다. 여기에 일본판 ‘메이플스토리(2003)’에서 선보인 ‘랜덤 아이템’ 판매 방식에서 또 다른 수익 구조를 발견한 개발사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국내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 판매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최근 사용자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흐름에 맞춰 기존 게임들은 모바일용으로 재출시되고, 게임 조작의 어려움과 시간적 제약의 극복, 그리고 효율적인 게임 운영을 핑계 삼아 캐릭터 스스로 싸우는 ‘자동 사냥’이라는 기술까지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즉 국내 게임의 성공 모델 방식은 ‘과금 방식’, ‘확률형 아이템’, 그리고 ‘자동 사냥’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기억이 떠오른다. 몇 년 전 본인이 청소년 이용불가 아케이드 게임과 관련된 연구차 성인 오락실을 방문한 기억 말이다. 
 

  어느 사행성 성인 오락실에 들어가도 소위 ‘파칭코’라 불리는 30~40대의 아케이드 게임기에 10명도 채 안되는 손님들이 담배를 피며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공통된 모습이 발견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게임기가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지 모를 천재적인 발상의 사람에 의해 개발된 ‘똑딱이’라는 자동 입력 장치에 의해서다. 자세히 살펴보면 담소를 나누는 한 사람당 최소 5대에서 많게는 10대의 게임기가 ‘똑딱이’에 의해 자동으로 플레이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불하는 코인 단위 금액에 비례해 정해지는 손익의 차이와 이 모든 것이 아무도 모르는 확률로 이루어지는 게임 방식을 추가해보자. 과금과 확률, 그리고 자동 플레이로 압축된다.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도 환전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니 대형 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게임과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의 차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즉 국내에서 개발된 대부분의 게임들은 아케이드, 모바일, PC 등 상관없이 사행성 게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다시 물어보자. 우리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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