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시간강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29일(목)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시간강사의 임용 기간 1년 이상 보장 △재임용 절차 3년까지 보장 △방학 기간에도 임금 지급 등이다. 시간강사법은 오는 8월 1일(목) 이후 신규 임용되는 시간강사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아직 개정된 시간강사법이 적용되기 전임에도 대학가에서는 벌써 강사법 시행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일) 청와대 앞에서 대학 강사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대학에서 시간강사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며 강사 대량 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지난달 24일(일) 청와대 앞에서 대학 강사 네트워크 ‘분노의 강사들’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 대학에서 시간강사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며 강사 대량 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시간강사법이란

  ‘시간강사법’의 정식 명칭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주로 시간강사 교원의 지위를 인정하고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시간강사법이라고 불린다.

  시간강사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2010년 조선대 소속 시간강사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하는 유서를 쓴 뒤 목숨을 끊은 사건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선대 시간강사의 유서에는 시간강사들은 본인이 근무 중인 대학 전임 교수들의 논문을 어쩔 수 없이 대필한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만연해 있던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사회에 드러나게 됐다. 

  이에 지난 2011년 정부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임용 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해주는 시간강사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래대로라면 지난 2013년에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간강사의 임용 기간은 보장했지만 처우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제도 도입이 유예됐다.

  이후 2017년 기존 시간강사법을 보완한 새로운 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는 정식으로 교원의 지위를 받게 된다. 또한 임용 기간을 1년 이상 보장받을 수 있으며,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1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퇴직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간강사와 대학 본부 양측의 반발이 일어 또다시 시행이 유예됐다. 시간강사 측은 법 시행에 따른 강사들의 대량 해고 가능성을 지적했고, 대학본부 측은 등록금이 동결된 상황에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까지 보장함에 따라 재정적인 부담이 따를 것을 우려했다. 결국 2013년 시행 예정이었던 시간강사법은 총 4차례의 유예를 거치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새로운 개정안을 제정하기 위해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를 구성했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는 △강사 노조 소속 강사 대표 4명 △대학 대표 4명 △국회가 추천한 전문가 4명으로 구성됐다. 협의에 따라 개선된 주요 내용은 △강사의 수업 시간 매주 6시간 이하로 제한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원확보율 산정 시 강사 미포함 △임용 기간 중 방학 기간에도 강사에게 임금 지급 △강의한 수업 시간에 비례하는 퇴직금 지급 △강사의 의사에 반하는 면직 및 권고사직 제한 △강사에게 직장 의료보험 적용 등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적 부담을 호소하며 교육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시간강사법 준비 태세 돌입

  시간강사법 시행이 8월로 다가오며 일부 대학은 시간강사법 체제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강사 해고 △강의 수 감소 △졸업 이수학점 축소 등의 예상했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사법 시행에 따라 시간강사 구조조정 입장을 밝힌 대학으로는 △중앙대 △성신여대 △서울과기대 △대구대 △연세대 △경희대 △건국대 △한양대 △배재대 등이 있다. 

  강의 수를 줄여 강사의 수를 축소하려는 시도도 있다. 노동자연대 학생 그룹 활동가 박혜신 씨는 “대학들이 시간강사법 시행을 핑계로 강사들을 해고하면서 수업과목이 대폭 줄었다”며 “학생들이 들어야 할 수업을 듣지 못하고, 졸업에 필요한 수업도 들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각 대학의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전공과목 74개, 교양과목 161개가 감소됐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지난 2월 15일(금)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로 인해 고려대 학생들은 강의 선택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으며,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설과목 수 급감 사태는 8월 시행될 강사법에 대응해 강사를 구조조정하려는 학교의 의도가 다분히 반영돼 있다”며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작년 수준의 강사수와 개설과목 수를 유지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사제도협의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연세대는 교양과목을 약 60% 축소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박여찬 씨는 “연세대의 2019학년도 1학기 계약 예정 시간강사 수는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64%p가 줄어 선택 교양 과목 수업 수가 66%p 감소하는 등 수강과목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역시 지난해 대비 서울캠퍼스 교양과목 61개, 안성캠퍼스 전공과목 746개가 줄어들었다. 또한 강사 수도 264명 감소했다. 중앙대 재학 중인 이찬민씨는 “이번 학기 시간강사가 지난해보다 264명 줄어 개설강좌 수가 130여 개 줄어들었다”며 “시간강사가 맡고 있던 과목을 전임 교원들이 맡게 돼 전임 교원들의 수업 부담이 늘어나면서 수업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 책임론 등장

  대학들은 시간강사법 시행으로 시간강사들의 해고가 이뤄지는 것이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교육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학술단체들은 지난달 19일(화) 일제히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교육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경제학회는 “대학들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 수년간 등록금 동결로 마른 수건을 짜는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강사법을 강요하며,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현장에 너무 무지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에서 확정된 2019년 시간강사법 관련 예산은 원래 교육위원회가 책정한 550억 원에서 대폭 줄어들어 288억 원으로 축소됐다. 288억 원 중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 개선비는 신규로 217억 원이다. 시간강사법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추가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학이 쌓아놓은 수조 원의 적립금을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홍규 사무총장은 “적립금은 건축, 연구, 장학등을 목적으로 정해서 적립하도록 사립학교 법이 규정하고 있다”며 “이들 출처의 상당 부분이 기부금으로 조성되는데, 기부자의 기부 목적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8천 5백억 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액에 대해서도 황 사무총장은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사업을 유지·계승하도록 돼 있기에 대학의 혁신 목표를 설정하고, 이 목표에 따른 비용을 써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본적으로 지원사업액은 운영비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재정적 여유가 없자 구조조정으로 혼란이 가중돼 교육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고지원만이 답?

  그러나 대학들이 시간강사법 합의에 참여해 놓고 예산 부족을 핑계로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추가 비용이 대학 전체 예산의 1% 내외에 불과하고, 학교법인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모든 책임을 시간강사법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2011년 법안이 통과됐을 때부터 ‘예고된 혼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태를 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또한 대학에 예산 지원을 제대로 못 한 사립대 법인이 교비에서 가져가는 예산도 엄청나다는 점이다. 사립대학 법인은 교직원을 채용한 고용주로서, 법정부담금은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대학 법인은 이를 다 부담하지 않고 교비회계에서 대신 부담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 대신 교비에서 부담한 법정부담금은 모두 1조 1,962억원이다. 연간 2천억 원이 넘는 액수다. 사립대학들이 법적 미비점을 악용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법정부담금만 사립대학 법인이 부담해도 현재 사립대 재정 부족 문제의 일정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논평한다. 결국 사립대 법인은 법적으로 부여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다하지 않은 채 등록금 동결과 국고보조금 부족만을 탓하며 시간강사법을 이유로 재정난을 더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정부뿐만이 아니라 사학법인 모두에게 재정부담책임을 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불안감 속 개강...해법 찾아야

  지난달 13일(수)에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대량 해고와 강의 축소가 발생하자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대학 강사 대량 해고와 수강신청 대란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대학 측은 재정부담을 강조했다. 대학은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으로 재정부담이 커졌다며 강사를 대량 해고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정체된 등록금 인상률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데 시간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이유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성은 팀장은 “등록금이 동결됐다고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동결이 아니라 등록금 인하”라며 “현재 사립대학은 운영 수입보다 지출이 커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간강사와 학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조지부 강태경 수석부지부장은 “일반 학생들의 등록금은 동결된 것이 사실이지만 대학원생과 외국인 학생 등록금은 꾸준히 올랐다”고 반박했다. 이어 강 수석부지부장은 “강사에게 드는 비용은 대학 재정의 1.5% 정도를 차지한다”며 “구조조정 원인을 대학 재정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시간강사법으로 인해 발생한 대량 해고와 교과목 축소 원인이 대학 내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고려대 이진우 부총학생회장은 “학생과 시간강사 목소리를 반영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었다면 대학이 학생의 학습권과 강사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적으로 학내 구성원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이용우 전 위원장은 “대학들이 개정 시간강사법 시행을 계기로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교육부는 대학이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서 일정한 규율과 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사 구조조정의 여파는 학문후속세대의 실업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강의 시간이 늘어난 전임교원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한다. 결국 이는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김용섭 위원장은 “지방대 같은 경우 전임교원이 주당 20시간을 강의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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