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란 어휘 그대로 입자가 매우 작은 먼지를 말한다. 일반 미세먼지는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의 약 1/5에서 1/7 정도의 작은 크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대기 중에 머무르고 있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거쳐 폐 등에 침투하거나 혈관을 따라 체내로 이동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1987년부터 제시해왔고,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4일(월) 세계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 주얼(Air Visual)’이 발표한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73개국 중 한국은 27번째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나라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2위에 해당하는 순위이며, OECD 국가에 속한 도시들 중 미세먼지로 인한 오염도가 심한 100개 도시에 국내 도시 44개가 포함되기도 했다. OECD 국가 중 최다였다. 또한 서울은 전세계 수도 62곳 중 공기질이 27번째로 나쁜 수도로 꼽혔다.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극심해지고, 이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해진 미세먼지, 중국이 원인?

  지난 1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요인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연구 방법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고 주장하지만, 환경과학원과 환경부는 중국의 영향이 평상시에는 30%에서 50%,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 때는 60%에서 80% 정도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중국 생태환경부 대기환경국 류빙장(劉炳江) 국장은 “현재 중국의 공기 질은 40% 이상 개선됐으나 한국의 공기 질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다소 악화됐다”며 미세먼지의 원인이 국내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중국을 지적할지, 한국 내부 요인을 지적할지에 대한 논쟁은 양국 간 팽팽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최근 5년간 40%p 감소해 대기질이 개선됐다는 주장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베이징이 감소세를 보인 반면 중국 내 다른 지역의 대기오염은 여전했다. 중국 내 338개 지역 가운데 64%가 중국이 정한 미세먼지 감소 목표치인 35μg을 초과했다. 또한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됐다고는 하나 절대량에서 한국과 차이를 보인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17년 평균 농도가 서울은 25μg인 것에 비해 베이징은 58μg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초미세먼지 연평균농도를 10μg 이내로 권장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이에 비해 약 6배에 가까이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책은 어떻게 되나

  한국 정부가 늘어난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여러 조치 중 대표적인 것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란 서울 지역 내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정기간 지속될 경우 △자동차 △공장 △공사장의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조치를 말한다. 이러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는 이유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 단기간에 강력한 조치를 통해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또한 이를 통해 중국 등으로부터 고농도 미세먼지가 유입되더라도 급격히 상승하는 미세먼지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에서 2개 시·도 이상이 △당일 0~16시 PM-2.5 평균 농도가 50㎍/㎥ 초과, 다음날 24시간 평균 농도가 50㎍/㎥ 초과 예측 △당일 0~16시 사이 경보권역중 한곳 이상 PM-2.5 주의보 또는 경보 발령, 다음날 24시간 평균 농도가 50㎍/㎥ 초과 예측 △다음날 PM-2.5 24시간 평균 농도 75㎍/㎥ 초과 예측 3개 조건 중 한 가지 이상을 충족할 경우 시행된다.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먼저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다음으로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행정·공공기관 주차장을 전면 폐쇄한다. 또한 공사장에서 공사 시간을 단축하는 관리를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발전소의 가동률을 하향조정 및 단축 권고를 한다.

  또한 지난달 5일(화)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긴급 점검회의’에서는 인공강우 실험 등의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먼저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도심지 주요 도로변 살수차 운행을 확대하고, 지하철·역사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 주변에 출퇴근 시간 전후로 물청소를 집중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불법 소각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서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감축한 국가로는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멕시코의 한 도시인 멕시코시티는 1988년부터 2013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71%p 감축했다. 본래 멕시코시티는 1987년 도시 상공에서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수천 마리의 새가 떨어져 죽은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도시였다.

  멕시코는 대기질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쳤다. 대표적으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함과 동시에 공공자전거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멕시코시티를 회색에서 초록색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도로 주변에 식물을 심는 정책도 효과를 보았다. 특히 고가도로 다리에 덩굴식물로 ‘초록색 다리’를 만드는 정책은 현재 멕시코시티를 감싸고 도는 외곽 순환 도로 전경을 바꿔놓기도 했다.

  또한 멕시코 정부는 선박이 정박할 때 엔진 가동 범위, 정박 가능한 선박의 종류 등을 제한했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교수는 “멕시코는 국외 배출량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멕시코시티의 대기오염 완화는 다양한 정책을 강력한 의지로 시행한 결과”라며 “우리는 비슷한 정책이 있어도 민간 부문에 강제력을 발휘하지 못해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수) 오전 10시경 본교 미세먼지 농도.
지난달 27일(수) 오전 10시경 본교 미세먼지 농도.

  미세먼지 대처, 마스크 착용해야

  미세먼지를 대처하는 개인적인 방법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KF99 마스크’와 ‘KF94 마스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로, 식약처에서 기능을 인증했다는 표시다. KF 뒤에 오는 숫자는 미세먼지 입자를 얼마나 걸러주는지 성능을 표시해 준다. KF99는 0.4μm 미세먼지를 99% 이상 걸러주며, KF94는 94% 이상 걸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식약처 인증 마스크 등급은 KF99와 KF94, KF80 등급으로 나뉜다. KF99와 KF94는 0.4μm 크기의 미세먼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KF80은 이보다 큰 0.6μm 먼지를 80% 걸러주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KF80은 황사방지용으로, KF94와 KF99는 방역용으로 사용한다. 

  수치상으로는 KF99가 미세먼지 차단에 있어서 가장 효과가 크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엔 어려울 수 있다.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클수록 호흡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약처는 KF 등급이 높은 마스크를 어린이나 노약자가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적합한 KF94를 권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얼굴에 마스크를 완전히 밀착시켜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표한 전국 미세먼지 오염 지도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표한 전국 미세먼지 오염 지도

  미세먼지가 바꾼 생활 모습

  이러한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활 모습을 바꿔놓기도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백두대간을 잘 넘지 못해 산지가 위치해 있는 한국의 동쪽은 비교적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편이다. 실제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극심했던 지난달 4일(월) 오후 3시까지 서울의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16μg으로 ‘매우 나쁨’ 기준을 한참 초과했지만, 부산은 17μg, 강릉은 32μg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7배까지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주말에 미세먼지를 피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일(토)부터 3일(일) 동안 강릉 IC를 빠져나간 차량은 약 3만 2천 대에 달했다. 이는 약 1만 9천 대였던 2016년 3월 첫째 주 주말보다 1.7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한 미세먼지 관련 산업이 부상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들어 지난달 16일(토)까지 주요 공기정화 식물 6종의 판매량이 255개로 지난해 207개보다 23%p 증가했다고 밝혔다. 클린가전(△공기청정기 △건조기 △스타일러 △청소기 △정수기 등)을 찾는 수요도 급증했다. 롯데멤버스가 올해 2월의 소비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가전전문판매점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소비 상승을 기록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미세먼지에 증가에 따라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적인 음식으로 알려진 △오리고기(99.5%p 상승) △미역(13.7%p 상승) △녹차(12.4%p 상승)가 인기를 끈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멤버스 황윤희 빅데이터부문장은 “본격적인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의 영향으로 나들이 인파가 백화점, 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공기청정 제품 및 가전 등 미세먼지 관련 소비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특이한 점은 미세먼지로 야외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야외 활동을 위한 상품 판매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서는 2월 22일(금)부터 지난달 21일(목)까지 한 달 동안 △캠핑△골프 △등산 △구기용품 등의 판매가 모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캠핑·낚시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12%p 올랐다. 골프용품은 10%p 올랐으며, 등산용품도 남성과 여성 등산복 모두 각각 15%p와 21%p씩 수요가 늘어났다. G마켓 관계자는 잠시라도 날씨가 좋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야외에 나가려는 ‘반짝 나들이족’의 증가를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지난 한 달 동안 야외 활동 상품 판매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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