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맥월드에서 스티브잡스가 최초로 아이폰을 소개하고, 그 해 6월 29일 부로 세상의 바뀜이 시작된다.

  전혀 새로운 운영체제를 탑재한 135g 짜리 디바이스의 확장성과 사용자 경험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예술, 종교 등 모든 소셜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새로운 주체 또는 플랫폼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추측과 이를 예견하는 스토리들이 마구 등장했다. 또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한 IT업계에서는 ‘.com’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호황을 가져다 줄 모멘텀의 등장이라며 한동한 시끌벅적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어느정도 현실이 되었다.

  이 또한 진부한 과거의 역사다. 바야흐로 우린 복잡한 초연결 시대에서 수많은 네트워크 노드로서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있고, 그중 ‘카카오톡’이란 서비스 플랫폼은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삶의 방식 중 하나,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 2010년 스마트폰용 무료 통화 및 메신저 응용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출시된 카카오톡은 몇 년 만에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등장했고 대세(?)가 되었다 쇠퇴하곤 했지만 카카오톡은 이미 그러한 수준을 넘어선 듯 하다.

  과연 이 앱이 지속, 성장해온 비결이 무엇일까? 수많은 분석과 의견들이 있지만, 필자는 ‘친구추가’라는 매우 편안한 용어로 다중적 인격체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은밀한 공간들을 제한없이 제공하면서, 어떤 공간에서는 초대받은 ‘친구’이지만 또 다른 어느 공간에서는 나를 그 소셜 또는 연결의 중심 노드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 우리가 카카오톡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주소록에 연락처가 있는 친구들과 언제든 연결될 수 있어야 하고, 나에게 의미가 있든 없든 누군가 만든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일단 포함되어야 한다. 심지어는 플러스 친구라는 친구를 가장한 소셜까지 나와 연결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각각의 공간에서는 수시로 수많은 소통과 정보 공유가 이루어진다. 이런 현상들이 카카오톡과 떨어져 있는 나를 스스로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때로는 지치고 벗어나고 싶지만 이미 너무 많은 네트워크와 단톡방에 속해있다. 

  언제, 무슨 이유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더 필요한지도 알 수 없는 단톡방부터 가족, 친구, 학과, 동아리, 소모임, 팀, 부서, 동호회 그리고 명명하기조차 어려운 조합으로 구성된 단톡방들이 수없이 만들어져 있다. 가족방에서는 모범적인 형제, 자녀, 배우자, 부모로 활동을, 친구 단톡방에서는 친구들 부류에 따른 활동을, 직장 단톡방에서는 동기, 상하관계 등 필요로 하는 처세에 따른 활동을, 또 특별한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단톡방에서는 그 방에서 필요로 하는 나의 역할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차례에서 수십차례까지 다중적인 나를 투영하여 단톡방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1 누군가 단톡방을 개설하고 나름대로 단톡방 의미를 고지한다. 몇몇의 참여로 나름 즐겨찾고 대화에도 참여하게 된다. 모두가 적극적이지는 않아도 모니터링은 하고 있다. #2 누군가 10명짜리 단톡방을 만들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한다. 그중 누군가 다른방에 일부를 제외한 단톡방을 새로 개설한다. #3 과제, 프로젝트나 업무관계로 단톡방을 개설하고 시도때도 없이 계속 전달, 지시, 보고, 중계를 한다. 다른 일들로 집중을 못해 수많은 대화를 놓쳤고, 대면 회의나 논의가 하고 싶지만 그럴 기회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소극적이라며 오해받는다. #4 단톡방에서 누군가 어떤 의견을 묻는 질문을 한다. 그 중 누군가가 다른 단톡방에서 제 3자들이 사적으로 나눈 말들을 캡쳐한 사진을 투척한다. #5 3대가 모인 가족방에 글이 하나 올라온다. 반응이 늦다. 서로 활동 시간이 다르다는 건 이해하지만 오해한다. #6 대외비성 프로젝트나 업무 추진을 위해 단톡방을 개설했다. 더 이상 대외비가 아니다. #7 그 사람이 없는 단톡방인줄 알았는데 그 사람에 대한 평가의 말을 올렸다. #8 각별한 친구, 친구들과의 단톡방이었는데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간 나눈 말들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9 동아리, 부서 등 어느 조직이든 짱 없는 단톡방이 꼭 있더라. #10 모든 사실, 소문은 카카오톡을 통해 실시간 전파된다.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는 챗봇들의 학습 자료가 무엇일까?

  이 또한 소통 네트워크 노드의 진화, 확장 과정이다. 이러한 몇몇의 불편한 진실도 있지만, 카카오톡의 편리함과 사회적 순기능은 보다 어마어마하기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단톡방이 그들만의 은밀한 신뢰의 전용공간이라 생각하지만 최근 정치, 연예계에서 드러난 사건들이 시사하듯 모두에게 노출될 수 있는 공간이며, 그곳에서 나눈 대화는 이미 엎질러진 물과 마찬가지이며, 어느 중요한 순간에는 나를 힘들게 할 엄중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단톡방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많은 곳에 초대된 친구로 살아가고 있다.

  우린 이미 이런 소통을 피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러한 네트워크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 단톡방에서 나눈 나의 대화가, 그 내용이 무엇이든 캡쳐되어 또는 왜곡되어 제3자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되는 것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들이 모인 자발적 소셜이지만 국가 차원의 사회적 안전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해 보이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유저들의 윤리적 책임 의식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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