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경부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반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일회용 컵 사용 규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식품접객 업소 내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됐다. 단속 내용에는 △매장 내에 머그잔‧유리잔 등 적정한 수의 다회용 컵이 비치돼 있는지 △사업주가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는지 △점원이 주문을 받을 때 소비자에게 테이크아웃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는지 등이 있다. 이를 위반할 시 △이용 인원 △면적 △위반 횟수 등에 따라 5만 원에서 2백만 원 가량의 과태료가 해당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부과된다. 

  이러한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규제가 시행된 지 약 7개월이 지났다. 이에 본교 내 카페들은 어떤 변화가 생겼으며, 해당 규제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알아봤다.
 

  교내 총 10개 매장 전수 조사
 
  본교에 위치한 카페들은 모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과 연계돼 있다. 생협은 △교수 △직원 △학생 등 숭실대의 구성원들이 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대학 내 복지 증진과 더 나은 생활환경을 위해 민주적이고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생활공동체이다. 때문에 교내에서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아 볼 수 없으며, 현재 10개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 내 위치한 생협 직영매장으로는 △푸드코트 △숭실마루 카페 △디저트 카페 331 △THE KITCHEN △전산관 커피점 △Take Out이 있으며, 임대 매장으로는 △온에어 △리꼬 △에비수 코리아 △아름다운세상이 있다. 이렇게 총 10개의 카페를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항목은 크게 3가지로, 환경부에서 제시한 단속 항목인 △매장 내 다회용 컵 비치 여부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불가 고지 여부 △고객의 테이크아웃 여부 확인이다.
 

  매장마다, 상황 다 달라

  먼저 학생회관 3층에 위치한 푸드코트 내 카페는 △학생식당 △스낵코너 △푸드코트와 근접해 있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 카페에는 다회용 컵 19개가 비치돼 있으며, 개인 텀블러를 사용할 경우 2백 원을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손님들 중 상당수가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기 때문에 일회용 컵 사용량이 많았으며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손님 또한 드물었다.

  푸드코트 카페 아르바이트생 A 씨는 “키오스크(무인 주문기)가 생기기 전에는 손님에게 항상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능한 것을 고지하고 테이크아웃 여부를 확인했으나 키오스크가 생긴 후부터는 음료 주문을 기계로 받다보니 규제 내용을 직접 전달하기가 어렵다”며 “매장 내에서 음료를 드시는 손님에겐 다회용 컵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숭실마루 카페’는 중앙도서관 6층에 위치한 카페로,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6층 숭실마루와 숭실마루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이곳은 별도로 다회용 컵이 비치돼 있지 않았다. 또한 고객의 테이크아웃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 역시 고지 하지 않고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B 씨는  “카페 특성상 하루에 5백 잔 이상의 음료가 판매되고 있으며, 다회용 컵을 사용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중앙도서관 층마다 비치된 쓰레기통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가득찬다.
중앙도서관 층마다 비치된 쓰레기통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가득찬다.

  숭실마루 카페 역시 푸드코트 카페와 마찬가지로 개인 텀블러를 사용할 시 2백 원의 할인 혜택이 있으며, 비교적 많은 학생들이 개인 텀블러를 소지하고 있었다. 개인 텀블러를 사용해 음료를 주문한 글로벌통상학과 C 씨는 “처음에는 텀블러를 사용하면 2백 원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며 “한 달 내내 커피 먹는 용도로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숭실마루 카페에서 한 학생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고 있다.
숭실마루 카페에서 한 학생이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이용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홀 3층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331’의 경우 다회용 컵이 30개 정도 비치돼있으나 대부분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뜨거운 음료는 종이컵에, 차가운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제공한다. 또한 형남공학관 2층에 위치한 ‘에비수 코리아’는 다회용 컵이 20개 정도 비치돼 있었으나, 고객의 테이크아웃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컵 사용이 불가하다는 내용 역시 고지하지 않고 있었다.

  △전산관 커피점 △Take Out △온에어 △리꼬 카페는 매장 안에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다. 이러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은 손님 모두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이용하게 된다. 하지만 규제 단속 항목에는 별다른 방안이 딱히 없어 무분별하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소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웨스트민스터홀 건물 외부에 있는 ‘온에어’ 푸드트럭 카페.
웨스트민스터홀 건물 외부에 있는 ‘온에어’ 푸드트럭 카페.

 

  학생회관 4층 복지매장 안쪽에 위치한 ‘아름다운세상’ 카페에는 30개 가량의 다회용 컵이 비치돼 있다. 그러나 이곳 역시 매장 내에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손님들은 많지 않았으며,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했다. 그러나 음료를 받는 곳 한쪽에는 빨 대와 함께 특이한 모양의 뚜껑이 놓여있다.

아름다운세상 카페 내 붙어있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안내문.
아름다운세상 카페 내 붙어있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안내문.

  '드링킹 리드’라고 불리는 이 뚜껑은 컵 뚜껑에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어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8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인 ‘엔제리너스’가 카페 프랜차이즈 중 가장 먼저 ‘드링킹 리드’ 뚜껑을 사용해 빨대 사용랑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후 ‘스타벅스 코리아’ 등 많은 카페에서 도입하고 있다.

‘드링킹 리드’ 사용 매장임을 알리는 안내문.
‘드링킹 리드’ 사용 매장임을 알리는 안내문.

  아름다운세상 카페를 운영해온 D 씨는 “환경 개선을 위해 모인 학생들이 드링킹 리드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취지가 좋아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름다운세상에 드링킹 리드를 제안한 학생들은 지난해 본교 베어드학부대학 학사지도센터에서 주관한 ‘숭바세(숭실인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2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멈추SSU’ 팀이다. 빨대 사용을 멈추라는 의미와 숭실대학교의 영문 약자인 SSU를 합친 멈추SSU 팀은 △서영주(경제·17)팀장 △김다이(경제·16) △이나희(경제·16) △홍성경 (경제·17)으로 구성돼 있다.

  멈추SSU 팀은 “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을 본 후 주제를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줄이기’로 정했고,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재를 알아보던 중 드링킹 리드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캠페인 활동을 통해 드링킹 리드를 알리고자 원형 스티커 1,000개와 포스터 20장을 제작해 교내 곳곳에 부착했다. 또한 아름다운세상 카페뿐만 아니라 △숭실마루 카페 △푸드코트 △에비수 코리아 등에 ‘드링킹 리드’를 250개씩 배부했다.

  서 팀장은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멈춰야겠다는 다짐보다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축소처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더불어 개인 노력 필요…

  본교 생협 양성현 업무팀장은 “작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규제 법률 시행과 더불어 각 카페에 공고문을 전달했으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사용 시 할인을 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컵으로 대체한 매장도 있으며, 앞으로는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각 카페마다 드링킹 리드 도입을 검토해볼 예정”이라며 “학생들 역시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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