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에 대한 사법 심사
대북 정책에 대한 사법 심사
  • 고문현 교수 (법학과)
  • 승인 2019.04.01 03:10
  • 호수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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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금) 통일부는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정상회담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됐으나 이후 북미 비 핵화 협상 교착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성사되지 못했는데, 이러한 추진 소식은 통일로 가는 지속가능한 노력의 일환으로 크게 환영할 일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정상회담 개최의 정례화를 통해 남북관계 의 개선 및 남북관계 발전의 토대를 공고히 하여 남북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인 이른바 통치행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 및 협력에 관한 법률」,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 법을 준수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통치행위와 관련된 대표적인 대법원 판결을 살펴봄 으로써 그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종래의 우리 대법원 판례는 통치행위를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로 여기면서 비상계엄선포 의 적법성 판단을 통치행위로서 사법 심사에서 배제되 는 것으로 보았으나(대법원 1979.12.7. 선고 79초70 재정 【재판권쟁의에관한재정신청】), 그 후 12․12 군사반란과 5․18 내란 등의 사건에서 대법원은 통치행위 자체도 그것이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1997.4.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하고 있다. 또한 대북송금 사건(대법원 2004.3.26. 선고 2003도7878 판결[외국환거래법위반·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에서 “입헌적 법치주의국가의 기본원칙은 어떠한 국가행위나 국가작용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그 테두리 안에서 합헌적·합법적으로 행하여질 것을 요구하며, 이러한 합헌성과 합법성의 판단은 본질적으로 사법의 권능에 속하는 것이고, 다만 국가행위 중에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것이 있고, 그러한 고도의 정치행위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법원이 정치의 합목적성이나 정당성을 도외시한 채 합법성의 심사를 감행함으로써 정책결정이 좌우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며, 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되어 그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당할 위험성도 부인할 수 없으므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에 대하여는 이른바 통치행위라 하여 법원 스스로 사법 심사권의 행사 를 억제하여 그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영역이 있으나, 이와 같이 통치행위의 개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사법 심사의 자제가 기본권을 보장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여야 할 법원의 책무를 태만히 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그 인정을 지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하며, 그 판단은 오로지 사법부만에 의하여 이루어 져야 한다.”고 판시하여 통치행위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하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당부를 심판하는 것은 사법권의 내재적· 본질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되어 적절하지 못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통일부 장관의 협력사업 승인을 얻지 아니한 채 북한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송금한 행위 자체는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와 법 앞에 평등원 칙 등에 비추어 볼 때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남북교류 및 협력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의한 협력사업자 승인없이 남북협력사업을 시행한 경우, 같은 법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1항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이 남북정상회담개최는 이른바 통치행위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개최 과정에서 관련 법에 규정된 신고나 승인을 얻지 못하면 사법 심사를 받게 되므로 향후 남북정상회담개최 등을 추진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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