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
조던 필 감독

  영화 <겟 아웃>(2017)으로 제90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거머쥐며 미스터리 공포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조던 필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감독은 영화 <겟 아웃>에 이어 신작 <어스>에서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다룬다. 단 영화 <어스>는 ‘도플갱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작보다 더 심오한 메시지와 은유를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인 ‘어스’는 ‘우리’이자 ‘미국’그 자체를 상징한다. 영화는 1986년에 실시된 ‘핸즈 어크로스 아메리카’ 캠페인을 노골적으로 차용하며 세기가 바뀐 현재에도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손을 맞잡은 ‘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은유한다. 감독은 이를 도플갱어에게 쫓기는 4명의 가족들로 변주하며 공포와 상징 모두를 섬뜩하게 표현한다. 나와 똑같은 모습을 가진 타자가 나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나의 공포가 타자로부터 발생하는 것인지, 나로부터 발생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든다. 이 메시지는 그들의 도플갱어가 스스로를 ‘그림자’라고 칭하는 순간부터 형태를 잡아간다. 결국 도플갱어란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소외된 타자에 가깝다. 그들이 대칭성을 지닌 가위를 들고 자신과 똑같은 지상의 사람을 살인하기 시작하는 은유 역시 주류를 향한 비주류의 저항이자 끊어냄임을 연상할 수 있다. 빛 뒤에 감추어진 그림자는 나 자신이자 우리, 즉 함께 공존해야 하는 모두임을 역설한다. 주인공 ‘애들레이드(루피타 뇽)’가 그녀의 도플갱어에게 정체를 물었을 때, “우리는 미국인이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듯 영화가 주는 진정한 공포는 진정한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가면 뒤에 살아가고 있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과도 같다. 나아가 현재에도 곳곳에 자리하는 비주류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가져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만든다. 영화 <어스>는 빛 밖으로 밀려난 모든 존재를 미국과, 그리고 세계가 밖으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한 조던 필 감독의 대답은 ‘US’이지만 공존은 결국 시대를 떠나 끊임없이 생각할 화두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