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의 출발점은 일정한 영토 위에서 단일민족이 주체가 되어 하나의 국가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온 역사적 전통에 있다. 반만년 동안 주변국의 침략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우리 민족과 나라는 하나’라는 의식이 우리 구성원 각자의 폐부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통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적 과제이자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어떠한 주변 국가도 한국에 대한 개입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므로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서 승전점령국의 국제법적 개입 권한하에 주권이 제약되었던 독일이나 일본과는 전혀 다르다. 더욱이 분단국가의 자주적 통일권은 1966년 국제인권규약 제1조에 규정된 민족자결권의 한 내용으로 인정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 문제에 관하여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남북한 주민을 포괄하는 우리 민족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자주적으로 해결할 권리가 있다.

  통일 문제는 하나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즉 통일 전 준비 단계, 통일의 구체적 과정의 단계, 그리고 통일 후 내적 통일성을 추구하는 단계가 있다. 여기에서는 통일의 구체화 과정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민주사회 이념과 민족공동체 정신을 실현하는 정치공동체의 근본적 틀을 만드는 통일헌법 제정 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통일헌법을 제정하는 기본절차는 현실적으로 남북정부 간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남북당사자 간의 통일 협상은 남북정부 간 협상과 합의가 실질적으로 중심이 되어 추진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북의 주권자 간의 공감이나 합의가 없으면, 헌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없으며, 또한 사실상의 문제로서 국민의 지지와 협력이 없는 정부 간 합의에 의한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기반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남한 국민의 합의는 국민여론, 국민투표 또는 제헌의회선거로 주권자의 의사가 표현된다. 북한의 경우 실질적 인민주권은 무력화되어 노동당 정권이 행사하지만, 대외적·형식적으로 인민의사를 물을 가능성은 있다.

  서독기본법은 통일 방법에 관하여 제23조와 제146조에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통일시에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었다. 서독기본법 제23조의 가입(편입)방식에 의할 것인가 제146조에 따른 신헌법의 제정에 의할 것인가가 논의되었으나 동독 국민의 무혈혁명에 의하여 손쉬운 가입(편입)에 의한 방식이 채택되었고 많은 헌법 문제는 통일 후에 재고하기로 하고 통일 후 헌법개혁의 방향을 설정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대한민국헌법에는 독일기본법상의 가입(편입)규정이 없으므로 통일헌법의 제정방식은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다음 두 가지 방식이 널리 거론되는 방식이다. 제1안은 먼저 남북정부 간 합의에 의해 통일헌법을 성안할 남북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작성한 통일헌법안을 국민투표에서 확정하고, 이에 따라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안이다. 제2안은 주변 4강과의 합의에 의해 UN총회결의와 감시 하에 남북총선거를 실시하고, 여기에서 선출된 제헌국민회의에서 통일헌법을 제정하여, 이에 따라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안이다.

  제1안은 민족자주적인 방식이며, 남북정부 간 합의만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확고한 남북 간 합의와 국민적 지지가 전제조건이 된다. 제2안은 주변 4강과의 합의가 관건이지만, 국제적 지지와 협력에 의해 조국통일이 실현되어 국제적 도약이 가능하다. 특히 2안의 경우 전체 한국 국민의 자유로운 참여하에 통일헌법제정이 가능하도록 현실적 제조건이 성숙되어 있어야 할 것이고 복잡한 절차형성의 문제가 있어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방법이므로 제1안에 따라 통일헌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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