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선언해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1위 조선기업이 세계2위의 조선기업을 인수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였고, 과연 여력이 있느냐가 또다른 주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대우조선 노조는 합병을 반발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여지를 남길 수는 있겠지만 물러나서는 안 된다.

  대우조선은 1973년 대한조선공사를 전신으로 하는 유서깊은 회사다. 이후 1978년 대우조선이 설립되고, 1992년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잠수함을 건조했다. 이후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 된 이후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 속에서 대우그룹 해체 여파로 대우조선으로 다시 독립한 말 많고 탈 많던 회사다. 2001년 워크아웃 졸업 후 2000년대 LNG선 수주 세계 1위의 기염을 토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덩치가 큰 만큼 매각은 느렸다. 1999년 산업은행의 기업 개선 작업에 들어간 이후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되고 지금까지도 산업은행 아래에 있다.

  대우조선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이후 이어진 장기 조선불황, 2010년대 유럽의 재정위기 등을 겪으며 10조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들어간 회사다. 논리는 간단했다. 고용이 많고 지역경제의 중심이라는 것. 실제 조선산업은 고용 유발이 큰 산업군이며, 대우조선은 거제를 비롯한 도시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라고도 볼 수있을 정도로 큰 고용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자금 투입 당시부터 논란은 계속됐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냐, 회수는 할 수 있느냐, 다른 조선 2개 회사는 자구안을 마련하라면서 대우조선에만 자금을 투입하느냐 등 이 모든 비판에도 정부는 돈을 투입했고, 2015년엔 회계 부정까지 일어났다. 약 2조 원의 손실이 반영됐다. 대우조선의 완전한 몰락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많았을 시기였다.

  이런 대우조선 앞에 현대중공업이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재편과 함께 대우조선을 한 축으로 삼는 개편안까지 발표했다. 산업은행도 동조했다. 그러나 노조 등 일부에선 반발이 거세다. 같은 직군, 같은 산업군의 회사가 인수하면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은 그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 헀지만, 노조는 거제시장을 검거하기까지 하며 저항하는 중이다.

  이런 거센 저항을 본다면 산업은행은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흔들려선 안 된다. 이번마저 매각에 실패한다면, 대우조선은 영영 매각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외환위기 당시 17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도 십수 년에 걸쳐 겨우 민영화에 발을 뗐다. 금융업이랑 비교하긴 어렵지만, 수많은 실패를 직접 겪어본 산업은행이라면 기회가 많지 않을것이라는 사실을 더 잘 알 것이다. 노조를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노조에 끌려다녀서는 안될 것이다. 확실한 청사진을 보여주고 협상하되 밀리는 자세는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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