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치러졌던 보궐선거에서 중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선출됐다. 본래 학생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은 중감위 위원장뿐이었으나, 선거시행세칙이 개정돼 올해부터 중감위 부위원장도 선출하게 됐다. 또한 본래 중감위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참석할 권리가 없었으나, 학생회칙이 개정돼 올해부터 전학대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학생자치기구를 견제하기 위해 기능하는 기구가 더 넓은 입지와 더 많은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건강한 학생자치사회 형성을 위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기감사를 앞두고 다시 세칙이 문제가 됐다. 보궐선거를 진행할 때에도 외국인 유학생 유권자에 관련 선거시행세칙이나 변경된 세칙을 공고하지 않아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변경 사항이 공고되지 않아 선거 주체인 유권자들이 변경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선거가 진행됐고, 공고되지 않은 세칙의 효력에 대한 의심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에는 감사시행세칙이 개정되지 않아 세칙상으로는 중감위 부위원장이 정기감사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보다 정확하고 투명한 감사를 진행하기 위해 중감위 부위원장을 추가로 선출하는 것으로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했으나, 이를 뒤에서 받쳐줄 감사시행세칙이 부재해 학생들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한 지난 보궐선거가 무의미한 선거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부딪친 것이다. 이와 관련된 감사시행세칙 개정은 본래 제1차 전학대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총학생회의 실수로 누락됐다. 이후 중감위 측은 전학대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열리지 않았고, 정기감사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급하게 제2차 전학대회 소집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정기 감사가 시작되기 3일 전에야 감사시행세칙 개정을 논의하게 됐다.

  자치기구에서 제‧개정한 각종 규칙은 자치 활동의 준거가 되기도 하지만, 자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자치기구의 활동들이 규칙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정당성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자치기구는 학우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정당성과 투명성에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단위다. 그 단위를 이루는 가장 기초 기반인 규칙들을 뒤로하는 자치기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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