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엔드게임>)>이 개봉하고, 역대 최고 사전예매량이라는 수식어를 획득하며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엔드게임>은 <어벤져스>의 10년을 마무리하는 영화로 개봉 전부터 크게 주목받았고, 높은 예매율과 긴 러닝타임(영화의 상영 시간) 등으로 인해 많은 스크린을 확보해 다른 영화들은 금세 상영이 종료되거나 비주류 시간대로 이동되는 현상을 낳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목)을 기준으로 <엔드게임>의 스크린점유율은 55.0%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박스오피스(영화별 관객 수를 수치화한 것) 2위에 해당했던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이하 <뽀로로>)>의 스크린점유율은 10.2%로, <엔드게임>과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차이는 지난 1일(수) <나의 특별한 형제>가 개봉된 다음에도 지속됐다. 지난 3일(금) 각 영화의 스크린점유율은 △<엔드게임>: 50.9% △<나의 특별한 형제>: 16.0% △<뽀로로>: 10.5%로 각각 약 3.5배와 5배의 차이를 보였다. 

  상영점유율 역시 <엔드게임>과 다른 영화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25일(목) <엔드게임>의 상영점유율은 78.4%이었으나, <뽀로로>는 5.9%에 그쳤다. <나의 특별한 형제>가 개봉한 후 지난 3일(금) 각 영화의 상영점유율은 △<엔드게임>: 67.3% △<나의 특별한 형제>: 19.1% △<뽀로로>: 5.0%이었다. 

스크린 독과점은 어벤져스의 지난 시리즈가 개봉했을 때도 제기됐던 문제다. 지난해 4월 개봉했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경우 개봉 첫 주 주말의 상영점유율이 77.4%에 달했다. 이외에도 국내 영화인 <명량> 역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낳았다. 특히 <명량>은 대기업 CJ E&M에서 △제작 △배급 △상영을 맡아 ‘대기업 영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우리 모두의 목표는 문화다양성에 맞춰야 한다”고 말해 스크린 독과점이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6년부터 ‘스크린 상한제’ 법안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으며, 현재 관련 법안 4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스크린 상한제는 복합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6년 10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으며, 두 법안 모두 스크린 상한제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이 영화배급업과 영화상영업을 겸업할 수 없게 하여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막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17년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기업 직영 상영관에서 같은 영화를 40%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을 내놨다.

  이어 지난달 15일(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영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영비법 개정안은 스크린 독과점이 심한 ‘프라임 시간대(13시부터 23시)’에 복합상영관에서 스크린점유율 상한을 50%로 규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우 의원의 영비법 개정안을 토대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편 스크린 독과점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자연스러운 시장 논리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최광희 평론가는 “영화 산업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지 않는다”며 “지극히 공급 편향적 사업이고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고 반박했다. 이어 “관객 입장에선 문화 편식으로 인해 다양한 감수성을 접할 수 없게 되고, 창작자들 입장에선 표현의 영역이 제한된다”며 “천만 영화가 아니면 실패하는 구조에서 창작자들은 난감해지게 되고, 지난해 한국영화의 질적 하락이 그 상황을 실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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