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 아픈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다크 투어리즘, 아픈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5.06 02:31
  • 호수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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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로 양민들이 학살당했던 제주 4·3사건을 기리는 제주4·3평화기념관
한국전쟁 전후로 양민들이 학살당했던 제주 4·3사건을 기리는 제주4·3평화기념관

 

  일반적으로 여행은 관광이나 휴양 등을 목적으로 한 방문을 가리키지만, 최근에는 역사적으로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거나 재난·재해 등이 일어났던 지역을 방문하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주목받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관광행태별로 △현장방문 △추모행위 △기념장소 방문 △유물전시 관람 △재현행사 참여로 구분할 수 있다.

  다크 투어리즘으로 대표적인 장소는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백만 명의 유대인이 독일의 나치정권에 의해 학살당했던 곳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당시 유대인 학살이 이루어졌던 고문실을 비롯해 희생자들의 유품을 전시해 박물관으로 운영 중이다. 또한 미국에는 2001년 9월 11일 이슬람 테러조직의 자살 공격으로 무너졌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9·11 메모리얼 공원’이 있다. 이외에도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념관’ 등도 유명한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한국의 대표적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한국전쟁 전후 제주도에서 발생한 단독 정부 수립 반대 등을 위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제주 4·3평화공원’과 광주에서 신군부 집권을 규탄하며 발생한 민중항쟁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를 기리는 ‘국립5·18민주묘지’ 등이 있다.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로 역사적 인식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듯, 과거에는 아프거나 부끄러운 역사는 ‘지워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뼈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역사를 바로 보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런 장소를 널리 알리려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이다.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신현권 교수는 “치욕스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로 감당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며 “어두운 역사의 흔적이라도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것은 보존해 후손을 위한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역사적으로 비극적 사건이나 재난·재해들이 있었던 장소들을 매력적인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를 개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남산에 남긴 어두운 역사의 흔적을 따라 만든 ‘국치(國恥)의 길’과 옛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건물들을 따라 걷는 ‘인권의 길’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다크 투어리즘 상품을 개발할 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충실한 고증 없이 성급하게 개발한다면 관광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사편찬위원회 김대호 연구사는 “같은 역사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영광의 기억 혹은 아픈 상처가 된다”며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의미만을 전달하기보다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윤희정 교수는 “현재의 다크 투어리즘은 역사적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처를 공유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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