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가’라는 게임이 있다. 규칙은 엇갈려 쌓은 직육면체 나무 블록을 차례대로 돌아가며 블록 하나를 빼내어 맨 위층에 쌓는 것이다. 이 게임의 특이한 점이라면 블록을 잘 뽑은 승리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탑을 무너뜨린 술래를 뽑는다는 것이다. 

  이 게임을 현실의 청소년들과 정치권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학생이라는 이해당사자가 고려되지 못하는 게임에서 일관성없이 정책이란 나무 블록을 빼고 중구난방으로 탑을 쌓아간 것이 지금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현실이다. 정치권에서 특히 교육정책에 있어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교육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만 키워왔다. 대입전형을 미리 확정해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입 3년 사전예고제’를 실시했음에도 교육정책은 매년 달라져 지금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정치는 20세 이상 성인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 의회는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지만 학생의 목소리는 지금껏 대변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직접적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선거가 중요하다. 지난달 30일(화)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고등학생들이 유권자로서 정치인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낼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선거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이들이 많은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적어도 당사자인 10대 청소년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잘못된 정치적 신념이나 편향된 시각을 가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 독일은 10대 청소년들이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에 참여해 활동하는 것을 독려한다. 

  물론 이러한 독일의 정치 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1976년 모든 정파의 정치인들과 교육자들이 모여 맺은 ‘보이텔스바흐 합의’ 덕분일 것이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독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정치교육의 원칙으로, 주입식 정치교육을 금지하고 논쟁적으로 정치 사안을 다루도록 하는 원칙이다. 따라서 아직 이런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한국에서는 선거연령 하향 후 이뤄질 정치 교육에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정치적 판단에 대한 불신이 있다 하더라도 의무만 부과하고 자신과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은 권리와 의무의 조화를 추구하는 헌법 이념에 맞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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