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지박약입니다
나는 의지박약입니다
  • 신선임 교수 (베어드교양대학)
  • 승인 2019.05.06 02:05
  • 호수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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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고사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봤는지 물어보면, 잘 봤다는 대답보다 ‘망했다’는 답변이 많다. ‘망한’ 이유를 물어보면, ‘공부하려고 마음은 먹지만 1시간을 꾸준히 공부하지 못해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 은 하지만 정작 책상에 앉아 딴 생각만하다 시간을 보내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공부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등 자신의 의지를 탓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려고 굳은 결심을 하지만 작심삼일 아니, 작심하루로 끝나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흔히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의지를 강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의 의지를 굳건하게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자유’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 개념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의지의 자유란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인간은 동일한 동기에 의해 한 번은 이렇게, 다른 한 번은 다르게 행동 할 것이라는 기대는 나무 한 그루에서 올해는 사과가 열리고 다음 해에는 배가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의지의 자유는 본질이 없는 존재, 즉 어떤 것이 존재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즉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쇼펜하우어는 원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은 행위가 동물에게 일어날 수 없듯이 인간도 인과성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해서, 결정적인 원인이 물에 작용할 때 물이 파도를 일으키듯이 인간도 합당한 조건이 주어졌을 때에만 행동할 수 있다.

 이를 학업이나 일에 적용해보자. 시험기간에 공부를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속할 수 있는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 쉽게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친구들과 50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하고 10분간 쉬는 계획을 세우고 50분간 집중하지 않으면 점심내기를 하는 것도 합당한 환경조건이 될 것이다. 혼자 공부할 때는 타이머나 스톱워치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공부를 하거나 계획표를 눈 앞에 붙여두거나 적절한 보상조건을 세워놓는 것도 좋 다.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을 세운다면, 기말고사에 2과목에서 A학점 이상을 받으면 나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주는 것도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다만,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킨 후의 보상이 너무 외적인 보상에만 치우치지 않는 게 좋다. 내적 보상과 외적 보상이 조 화를 이루는 것이 좋다. 나에게 좋은 선물을 주는 동시에 내가 원하는 목표를 시각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가 인간의 의지는 원래 약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의지가 약한 자신을 덜 비난하게 되고 자신에게 덜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하고 적절한 조건을 찾아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의지가 조금은 길게 지속되게 된다. 이 방법을 다가오는 기말고사 준비때 적용해보면 어떨지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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