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을 통해 바라본 사회의 잡음
블루보틀을 통해 바라본 사회의 잡음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5.13 00:25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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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금) 오후 서울 성수동 ‘블루보틀’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다.
지난 3일(금) 오후 서울 성수동 ‘블루보틀’ 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다.

  지난 3일(금) 미국 커피 브랜드인 ‘블루보틀’이 한국에서 정식으로 개점했다. 블루보틀은 고급화 전략으로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한 미국의 커피 체인점이다. 미국 외 국가에 점포를 낸 것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개점 이전부터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인기를 끌던 블루보틀의 개점 당일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기를 끈 모습과 대비되게 블루보틀을 이용한 고객들 사이에서는 몇 가지 잡음이 일기도 했다.

  먼저 비판이 일었던 것은 블루보틀의 메뉴판이 영어로만 표기돼있었다는 점이다. 블루보틀에서는 커피 메뉴가 있는 메뉴판은 영어로만 표기하고 빵이나 쿠키 등 디저트 메뉴가 있는 메뉴판은 일부 한글로 표기했다. 이로 인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세대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블루보틀 영어 메뉴판에 대해 SNS에서는 “블루보틀 메뉴판에 한글이 없는 것이 보기 싫다”며 “못 알아듣는 건 네 책임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미국 유학파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어 표기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많은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일각에서는 “메뉴에 영어만 써 있는 것은 블루보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명동에 가보면 한글은 없고 중국어랑 영어만 써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영어와 한글을 병기하지 않고 영어만 표기하는 경우를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시내 신형 버스에는 새로운 형태의 하차벨에 알파벳으로 ‘STOP’이라고만 표기돼 있다. 이전에는 버튼 밑에 한글로 ‘하차벨’이라고 표기하고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었으나 신형 버스의 하차벨에는 별도의 표시나 설명이 없었다. 또한 최근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사무소에 ‘Management Office’, 주민 공용공간엔 ‘Community Center’ 등 영문 표지판만을 붙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과도한 영문 표기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화 시대에 접어들며 이러한 영문 표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러한 행위가 영문을 읽지 못하는 계층을 배제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한글 병기 없이 외국 문자만을 노출하는 경우 해당 외국어를 모르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할 우려가 있다”며 “알기 쉬운 우리 말로 쓰거나 꼭 외국어를 사용해야한다면 한글을 병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블루보틀의 커피가 한국에 상륙하며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코리아 프라이스’ 논란도 일었다. 코리아 프라이스는 해외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예외적으로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케아’나 ‘스타벅스’의 경우에도 물류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에서 주력 제품의 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이케아의 가정용 가구제품의 가격을 비교·조사한 결과 이케아의 국내 판매 제품이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된 블루보틀의 대표 음료 ‘뉴올리언스’의 가격은 5,800원이다. 미국 가격인 4.35달러(한화로 약 5,080원)인 것보다 700원, 일본 540엔(한화로 약 5,630원)인 것보다 200원 가량 더 비싸다. 카페라떼도 한국에서는 6,10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4.35달러(한화로 약 5,080원), 일본에서는 561엔(한화로 약 5,834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루보틀코리아’에서는 “세금을 포함하면 한국과 미국의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명했다. 

  높은 커피 가격에 몇몇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매장에 방문했던 A씨는 “블루보틀에 대한 말을 많이 들어서 엄청 기대를 하고 왔는데 막상 집 앞 커피집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격도 비싼데다가 완전히 거품마케팅”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물론 이에 대해 만족을 표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이날 직장 동료와 함께 매장을 찾은 B씨는 “교토나 미국도 매장마다 느낌이 다른데 한국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 블루보틀코리아는 3일(금) 성수점을 시작으로, 상반기 내에 삼청동에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이어 올해 안으로 총 4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러 논란이 일었지만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셜티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비롯한 여타 커피전문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입장도 존재해 과연 한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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